“도울 것인가, 싸울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식물들의 거대하고도 경이로운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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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울 것인가, 싸울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식물들의 거대하고도 경이로운 네트워크!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2.25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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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의 사회생활 | 이영숙·최배영 지음 | 동아시아 | 348쪽

 

식물은 지구 생태계를 만들어낸 기반이다. 식물들은 나름의 사회생활을 통해 경쟁하고, 협력하고, 방어하며 살아남았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식물들의 생존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다른 생물과 관계를 맺으며 식물의 내부, 외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고 있는 것은 사회적 동물인 인류에게도 분명히 유용한 정보다. 식물에 관한 꾸준한 연구로, 현재 인류는 식물과 여러 생명체가 맺어온 이 관계가 어떤 생화학물질을 분비하는지, 어떤 유전자가 관여하는지, 어떤 진화적 단계를 거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인류는 이를 이용해 새로운 사회생활 방법과 생존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리는 사람만이 다른 생물과 관계를 맺는 사회적 동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식물도 사람들처럼 사회생활을 한다. 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식물은 어떻게 사회생활을 하는 걸까? 생존에 위협이 많은 환경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로 식물이 생존하고 번식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구 대부분이 여전히 녹색으로 덮여 있는 것을 생각하면, 식물들은 이러한 사회생활을 제법 잘 해내고 있는 듯하다. 먼저 식물은 자신과 같은 식물들과 사회생활을 한다. 그 외에도 식물은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곤충, 동물, 사람과도 관계를 맺는다. 식물은 지구상의 대부분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고 있으므로 생명체들은 식물에 의존한다.

그러나 식물이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도 생존을 위해 다른 생명체를 이용한다. 식물은 박테리아나 곰팡이들과 공생관계를 맺어 영양분을 얻기도 하고, 생식을 위해 곤충을 이용하기도 한다. 또, 독성물질을 만들어 병균이나 초식동물의 공격에 대항하고, 이런 식물에 대항해 생명체들은 이 독성물질들을 해독하는 방법을 고안해내기도 한다. 식물은 동물과 사람들에게도 유용한 자원이다. 사람들은 식물이 만든 환경에서 양식과 주거지를 얻었고, 농업과 산업을 발달시켜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이 모든 생태계 기반에는 식물이 자리한다. 즉, 식물이 맺는 여러 다양한 관계로 지구 생태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풍요로워진 것이다.

식물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빛과 물, 그리고 무기영양분이 필요하다. 식물은 다른 식물과 이 자원들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는 놀랍게도 식물들이 생존을 위해 협조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땅속 세계에서 식물들은 촘촘하게 연결되어 큰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를 돕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균근균이다. ‘균근균’이란 식물의 뿌리에서 공생하는 곰팡이들로, 이렇게 식물 뿌리에 곰팡이가 들어와서 살아가는 구조를 ‘균근’이라고 한다. 식물은 균근균과 공생하며 다른 식물과 물리적으로 접촉한다. 협조란 식물이 고안한 적극적이고 영리한 생존법인 것이다.

식물은 종을 막론하고 많은 생물체와 공생했다. 식물과 공생한 역사가 가장 긴 것은 바로 미생물, 즉 곰팡이다. 그러나 미생물과의 공생에 따라오는 부작용도 있다. 식물은 미생물과의 공생을 위해 세포벽을 만드는데 이곳으로 병균도 침입하기 때문이다. 병균이 침입하면 성장에 자원을 투자하던 식물은 이를 중지하고 방어에 집중한다. 

식물은 곤충과도 공생한다. 곤충이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준 것은 약 1억 년 전후부터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시기부터 식물과 곤충을 서로를 도우며 번성했다. 물론 곤충의 50퍼센트 이상은 식물을 먹기도 한다. 곤충은 종류에 따라 잎, 체관액, 뿌리, 식물의 영양분 등을 먹는다. 식물은 큐티클층, 분비모, 표피층, 껍질 등 물리적 장벽으로 곤충을 방어하기도 하고, 방어호르몬을 분비하는 생화학적 방법도 사용한다. 이처럼 식물은 모든 생명체의 형태와 분포에 영향을 주며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기반이 되고 있다.

식물은 인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현재 인류는 약 150종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재배되는 농작물들은 조상이었던 야생식물보다 종자와 과일이 커지고, 당도가 높으며, 색이 선명하고, 독성이 제거되었다. 떫고, 독성이 있으며, 곁가지가 많으며, 쉽게 종자가 흩어져야만 생존에 유리했던 야생식물을 사람들이 개량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농작물로 식물이 개량되면서 조상식물과 농작물의 유전자 형질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이 연구를 활용해 인간은 또다시 선호하는 품종의 작물을 개발하고 있다. 게다가 인간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해 생산량을 높이고, 단일 재배와 관개시설의 설치를 통해 일정하게 농작물의 품질을 관리해 왔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유용한 식물은 기술의 발전으로 더 많이 재배되고 있으나, 이런 농작물조차 사람의 관리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워졌으며 다른 야생식물은 서식지를 빼앗겨 다양성이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인간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더 빠르게 변화했고, 이는 식물의 사회생활을 혼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기후위기와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많은 생명은 기존과 다른 생존방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는 식물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식물이 멸종되면 인간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 지구 곳곳에서는 기후위기와 온난화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위기가 감지되자 인류는 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며 환경을 되살리기 위해 최대한 농지를 줄이고 스마트팜을 개발하거나, 채식 혹은 대체육을 개발해 사료로 사용되는 농작물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신기술을 이용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식물이 만들거나 혹은 산업용 원료가 되는 식물을 개발 중이다. 그 외에도 미세조류를 양식해 농작물의 비중을 줄이거나, 외래 유전자를 이용해 우수한 질의 식품 재료를 만들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이 모든 시도는 식물이 어떤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작고 사소한 질문일지라도 과학적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인류가 꾸준히 노력하면서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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