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젠더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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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젠더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4.27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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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젠더 스터디: 주요 개념과 쟁점 | 캐서린 R. 스팀슨·길버트 허트 엮음 | 김보명·박미선·우효경·윤수련 외 옮김 | 후마니타스 | 760쪽

 

“젠더 체계는 인간의 삶을 규율하며 우리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그것은 법정, 수술실, 야구장, 포커 클럽, 미용실, 부엌, 교실과 보육원 등 어디나 있으며, 카탈리나의 사례처럼 수녀원과 식민지에도 젠더 체계가 있었다. 인간 사회가 다양한 만큼이나 그 사회가 구축해 놓은 젠더 체계들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우리는 획일적인 ‘젠더’가 아니라 다양한 ‘젠더들’에 대해 말해야 한다. 젠더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문화마다, 역사적 시기마다 다르지만, 젠더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젠더는 별개로 작동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다른 사회구조들 그리고 정체성의 원천들과 연결되어 있다.”  - 서론 중에서

여성학자 캐서린 R. 스팀슨과 인류학자 길버트 허트가 편집한 이 책은 그 자체로 다학제적이며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젠더 연구 지형의 광범위한 특성을 설명한다. 이를 통해, 『젠더 스터디』는 일상적인 담론은 물론이고 학계에서 널리 사용되는 주요 용어들에 대한 탐구를 통해 페미니즘과 젠더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개념의 지도를 제공한다.

젠더 연구의 진화와 여성 및 섹슈얼리티 연구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세심한 “서론”에 이어 실려 있는 21편의 글들은 인문학과 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젠더와 섹슈얼리티 연구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고, 각각의 주요 개념들과 젠더 개념이 교차하고 있는지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주디스 버틀러, 로런 벌랜트, 앤 파우스토-스털링, 웬디 브라운, 조앤 W. 스콧, 웬디 도니거 등과 같이 페미니즘 연구는 물론, 사회과학과 인문학 분야에서 “가장 저명한 학자들의 지적 향연”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같은 학자들의 조합은 지난 40여 년간 페미니즘과 여성학이 다른 인문 사회과학 분야와 어떻게 결합하고 있으며, 또 어떤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통찰들을 제시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필자들은 신체, 문화, 욕망, 인권, 정의, 신화, 권력, 규제, 종교, 유토피아 등과 같은 각각의 개념어들을 소개하며, 그 개념들이 그간 어떻게 젠더를 무시해 왔는지, 또 어떻게 이를 은밀하게 재생산해 왔는지 살핀다. 나아가, 이 같은 상황이 어떻게 전복되었고 오늘날 각각의 개념들이 젠더와 어떤 상호 영향을 주고받고 있는지, 이 같은 상호작용을 통해 장차 어떤 전망이 등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는 페미니즘, 젠더 연구에 대한 교차적 관점을 제공함과 동시에, 정치학, 사회학, 인류학, 철학 등등의 분양에서 젠더 연구가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도를 제공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주요 주제들과 개념어들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 방식이 가진 개념적, 실천적 한계를 조명하고 있는 『젠더 스터디』는 오늘날 세계의 복잡성을 적절히 이해하는 데 페미니스트 및 퀴어 학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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