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사상과 지성의 역사, 사회사를 집대성한 비판적 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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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의 사상과 지성의 역사, 사회사를 집대성한 비판적 평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2.25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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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디 평전: 문명에 파업한 비폭력 투쟁가 | 박홍규 지음 | 들녘 | 528쪽

 

이 책은 간디를 성자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조명한다. 그것은 그의 약점이나 문제점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 책은 간디의 지성사이자 사상사, 사회사로서 간디의 사상이 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변하여 온 과정을 살피며 그의 역사를 여러 측면에서 조명하되, 그것 또한 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우리가 사상가 간디에게 배울 점은 무엇보다도 이의 제기와 비판 정신에 있다. 간디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으며, 특히 자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숭배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간디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그에 대한 종래의 비판과 비교적 최근에 제기된 비판까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공정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관점이다. 특히 최근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1935~)와 인도 공산당 등이 제기한 비판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비판적 간디 평전’이다.

간디는 비폭력을 주장했지만 비겁한 자들의 비폭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공장이나 회사에서의 노동 파업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영국의 세계 지배라는 거대한 ‘역사적 과업’과 나아가 ‘근대 서양 문명’이라는 것 자체를 파업하자고 외쳤다. 그 파업의 수단은 ‘사티아그라하’였다. 그가 파업을 주장한 이유는 그때 그 사람이 진정으로 두려움이 없어져 남들은 불가능할 정도의 자유를 누리는 까닭이다. 마음에서 공포가 제거되면 타인의 노예가 되는 것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파업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독립인임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국가나 정부는 물론, 사회나 가족에 대해서도 대항할 수 있게 한다. 그처럼 자유로운 개인이야말로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사회를 창조하는 ‘자치’를 할 수 있다. 간디는 자유로운 사람들이 자치하는 새로운 사회를 꿈꾸었다.

이 책은 간디의 영웅적 리더십이 인도 독립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보지는 않는다. 간디 외에도 여타 많은 독립투사와 인도인 전체의 노력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민족 독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정세 변화에 힘입은 바가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립운동가로서 간디 삶의 측면보다는 비폭력 불복종 운동가 또는 인권 투쟁가로서의 보편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한다. 나아가 그의 인권투쟁은 정치적 독립이나 자유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평등과 새로운 삶의 형태를 추구한 점에서 어떤 인권투쟁보다도 폭넓고 깊이가 있음을 조명하는 것도 이 책의 특징이다.

이 책은 모두 8부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간디의 생애와 인도에 대한 배경지식 등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사실을 안내한다. 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부에서는 어린 시절을, 3부에서는 영국 유학 시절을 다룬다. 유학 생활은 삼 년도 채 안 되지만, 간디가 자신의 사상을 형성하는 데 기본이 된 경험과 지식을 쌓은 시기다. 이 시기를 하나의 부로 상세히 다룬다는 점이 이 평전의 특색이다. 4부와 5부에서 다루는 남아프리카 시절과 그 뒤로도 간디는 오랫동안 동서양의 다양한 사상을 섭취하고 종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사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 근거하여 실천하려는 치열한 노력 끝에 인도 역사상 최초로 대중을 민족독립운동, 나아가 아나키즘적인 민중운동으로 이끌 수 있었음을 6부부터 8부까지에 걸쳐 볼 수 있다. 대부분의 분량을 간디가 인도에서 펼친 독립운동을 설명하는 데 할애하는 여타 평전들과 달리, 그의 생애 전반을 비교적 균형 잡힌 비중으로 다룬다는 것이 이 책의 특색이다. 간디가 독립운동 이전에 남아프리카에서 했던 사티아그라하 운동을 중시한 점 또한 그러하다.

간디를 비판한 암베드카르나 타고르, 네루 등에 대해서도 그 까닭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상세히 설명했다. 또한 톨스토이, 라이찬드라. 비베카난다 등 간디의 생애와 사상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해 상술한다.

‘불변의 성자’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바라보는 간디는 ‘비폭력 시민저항’ ‘청빈’ ‘자기성찰’ 등을 보여준 사상가이자 행동가다. 이 책은 우리가 사는 현대에 미루어보았을 때 간디는 가장 훌륭한 인간이었다 평한다. 그러나 간디가 작금에 우리가 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에게도 비판할 지점이 있다. 특히 만년에 어린 손녀와 나체로 동침하였다는 것과 카스트제도를 인정한 점 등이 그러하다. 그러나 그러한 일면들만으로 그의 생애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간디 또한 실수가 잦았으며 약점과 모순이 많았으나, 언제나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냈고, 고치려고 노력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철저히 자기성찰하는 인간이었다. 언제나 자신을 정직하게, 진지하게, 치열하게 들여다보고 반성했다. 

간디 일생의 절정은 최고의 출세나 축재 따위가 아니라 가장 치열한 싸움이었다. 그의 삶 자체가 비판자들과의 투쟁이었다. 가장 큰 싸움은 대영제국을 상대로 한 것이었으나, 그는 공산주의자뿐 아니라 민족주의자와 국가주의자, 심지어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지도자들과도 싸웠다. 그런 싸움들 속에서 갖가지 비판과 혐오가 생겨났고, 결국 간디는 극단의 비판자 내지는 혐오자가 쏜 흉탄에 스러졌다.

이 책은 간디를 무조건적인 숭배의 대상으로 방치하기보다 그의 삶과 사상을 통해 ‘오늘 우리가 본받아 따라야 할 점’이 무엇인가를 적확하게 짚어낸다. 무한한 폭력과 욕망의 시대에 ‘비폭력’과 ‘청빈’의 표상으로서의 간디의 생애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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