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와 연구자 단체들, ‘무학과·무전공 제도’ 강행 규탄 및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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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 연구자 단체들, ‘무학과·무전공 제도’ 강행 규탄 및 중단 촉구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2.22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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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수와 연구자 단체들이 2월 22일(목)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무전공·무학과 제도 강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전국교수연대회의 제공)

전국 교수와 연구자 단체들이 2월 22일(목) 정부의 무전공 입학제도 강행을 규탄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7개 교수단체로 구성된 교수연대와 전국사학민주화교수노조,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등 5개 연대단체는 이날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주기 위해 무학과·무전공제 확대를 추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학 현장은 무학과 제도가 가져올 기초학문 고사, 학사지도 방치, 대학 서열화 심화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교육부는 몇 년 전부터 사립대학에 대학혁신지원사업, 지방대학 활성화사업 등의 각종 지원비를 주면서 융합 또는 무전공, 자유전공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는 교육부가 국립대들에도 재정 지원을 내세우며 무전공 제도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글로컬30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학과 제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중요한 선발기준으로 내세운 것이다. 

이들 단체에 의하면, 정부는 올해 들어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무전공 제도를 강제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교육부는 2025 대입에서 전공 배정 방식과 지역, 국·사립대 등 유형에 따라 5∼25% 이상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교수단체들이 반발하자 제도 시행을 내년으로 미루겠다며 한발 물러서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강행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무전공(전공자율선택) 입학 정원을 전체 모집 인원의 25% 이상 늘리는 대학에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교수와 연구자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문을 통해 “무전공제도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강요되고 있지만, 국가발전에 필수적인 기초학문의 고사, 특정학문 분야의 파행적 과잉성장, 학생들의 학사지도 방치, 서울권역 소수 대학 중심의 서열화 심화, 지역 국립대학의 위기 심화 등 고등교육의 심각한 파괴를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율을 가장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 재정지원을 미끼로 무전공제도를 더욱 교활하게 강요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포장하지만, 무전공 입학제도의 핵심은 공공적이고 균형적인 고등교육정책을 포기하고 대학을 시장방식으로 황폐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들은 무전공 입학제도가 한국의 고등교육에 어떠한 문제를 야기할 것인지를 설명하고, 재정지원을 미끼로 한 윤석열 정부와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무전공 제도 강행을 당장 멈출 것을 요구했다.

또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위해 대학과 교육 전반을 황폐화시켜 온 책임을 물어 이주호 장관을 즉각 파면할 것과 바람직한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위한 진정한 개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전국 교수와 연구자 단체들이 2월 22일(목)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무전공·무학과 제도 강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전국교수연대회의 제공)<br>
전국 교수와 연구자 단체들이 2월 22일(목)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무전공·무학과 제도 강제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 전국교수연대회의 제공)

 

 

윤석열 정부는 고등교육을 파멸로 몰고갈 
대학 무전공 입학제도 강요를 즉각 중단하라! 


교육부는 몇 년 전부터 사립대학에 대학혁신지원사업, 지방대학 활성화사업 등의 각종 지원비를 주면서 융합 또는 무전공, 자유전공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강요하였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사립대학과 지역대학들은 단지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 제도의 시행에 들어간 사립대학이 이미 60여 군데나 된다고 한다. 지난해부터는 교육부가 국립대들에도 재정 지원을 미끼로 무전공제도를 강요하기 시작하였다. 글로컬30 사업(지방대학 중 30곳을 선발하여 예산을 집중 지원)을 추진하면서, 무학과제도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중요한 선발기준으로 내세운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더욱 노골적으로 무전공 제도를 강제하고 있다. 지난 1월 2일 교육부가 2025 대입에서 전공 배정 방식과 지역, 국·사립대 등 유형에 따라 5∼25% 이상의 학생을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재정적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작년 말까지 지방대학들을 시장 방식의 구조조정의 광풍 속으로 몰고 가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수도권 대학들과 전국의 국립대학들을 대상으로 고등교육의 학문체계를 파멸적 신자유주의 경쟁구도로 몰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에 교수단체들이 반발하자 제도 시행을 내년으로 미루겠다며 한발 물러서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강행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2024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무전공(전공자율선택) 입학 정원을 전체 모집 인원의 25% 이상 늘리는 대학에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자율을 가장하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에 재정지원을 미끼로 무전공제도를 더욱 교활하게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무전공제도를 밀어붙이면서 내거는 명분은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학생들을 무더기로 무전공·무학과로 받는 것이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인가?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든 하고 싶은 대로 해주는 것이 교육일 수 없다. 사실 무전공제도를 이미 시도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과거 학부, 계열별로 학생들을 선발해 본 적도 있고, 지금도 일부는 자유전공학부로 선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 중 실패한 사례가 많으며 다른 선진국들을 봐도 대규모로 무전공제도를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현재 체제에서도 학생들은 전과, 복수전공, 부전공, 마이크로 전공학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기가 원하는 전공을 공부할 길이 열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의 바람직한 존립 방향은 외면한 채 선거를 앞두고 무전공 입학제도를 집요하게 강요하는 것은 마치 유권자들의 자녀가 수도권 ‘유수’대학들의 인기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심어 표를 얻어보겠다는 무책임한 인기영합적 작태가 아닐 수 없다.   
  
무전공제도는 국가발전에 필수적인 기초학문의 고사, 특정학문 분야의 파행적 과잉성장, 학생들의 학사지도 방치, 서울권역 소수 대학 중심의 서열화 심화, 지역 국립대학의 위기 심화 등 고등교육의 심각한 파괴를 야기할 것이다! 

첫째, 무전공 입학제도는 기초학문과 학문 생태계의 붕괴를 야기하고 대학 운영의 파행을 초래할 것이다. 학생들이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공부가 아니라 돈 잘 버는 인기 전공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무전공 입학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추측하기 어렵지 않다. 그로 인해 대학은 다양하고 균형있게 전공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시류에 편승하여 특정한 학문분야는 파행적으로 과잉 성장하지만, 학문 및 국가 발전에 필수적인 기초학문 분야가 고사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는 고등교육의 균형발전 및 경쟁력, 조화로운 학문생태계를 파괴하며, 국가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인재 양성과도 모순되는 일이다.    

특정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은 학문 영역을 가리지 않고 기초학문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이미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KAIST의 경우 모두 공학 전공들임에도 불구하고, 무전공 입학 후 학생들의 선택은 특정 전공으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2018년 전기전자공학부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전체 신입생 중 23%에 이른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일부 대학이 이런 식으로 학생들을 배출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우리나라 모든 대학이 이런 식으로 전공을 운영하여 기초학문 전공자들을 키우지 않고 상업적 판단에 따라 일부 인기 있는 전공 졸업생만을 과잉되게 배출한다면, 국가의 진취적이고 균형 있는 발전을 어찌 담보할 수 있겠는가?   

만일 이 인기 전공이라는 것이 자주 변한다면 대학은 교수, 시설, 예산을 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인기가 있는 전공이어서 교수를 뽑았다가 몇 년 뒤 인기가 없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싼 돈을 들여 실험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몇 년 후에 인기가 없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은 장기적으로 교육 및 연구 목표를 가지고 운영되어야 하는데, 대규모의 무학과 제도 운영은 이를 어렵게 만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학은 이러한 ‘변덕’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교수를 선호할 것이고, 시설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수준으로 대충 운영하려 할 것이다. 한편 소위 ‘비인기 학문’ 교과목은 아예 개설이 안 되어, 그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이 공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할 것이다. 

둘째, 무전공 입학제도가 학생들에게 미칠 교육적 부작용은 훨씬 심각하다. 무전공으로 들어온 학생들에게 대학이 개별맞춤식으로 교육과정과 전공을 설계해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위 우수한 학생들, 혹은 부모의 체계적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학생들은 알아서 교육과정을 설계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학생들이 교수, 선배 등의 체계적인 지도나 도움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적성을 찾고 진로를 기획하며 합당한 교육과정 설계를 해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결과적으로 무전공제도하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자신에게 합당한 적성 및 진로와 무관하게 인기에 영합하여 특정 전공으로 쏠려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무전공제도가 그 명분과 정반대로 학생들에게 내실 있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의 ‘무전공 학과(전공자율선택)’에서 자퇴 등으로 중도 탈락하는 학생의 비율이 다른 학과보다 최대 5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 탈락하는 이유는 입학 후 제대로 학사관리를 받지 못해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입학 후 전공배정 시점이 되었을 때 자신이 원하는 인기 전공에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현실에서도 무전공 입학제도의 부작용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셋째, 무전공 입학제도로 서울권역의 소수 대학을 중심으로 대학 서열화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며, 지역대학은 가속적으로 고사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 간 서열화 문제가 심각한데, 무전공제도의 대규모 시행은 서울권역의 소위 ‘유수’ 대학으로의 학생 쏠림을 강화할 것이다. 학생들은 본인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가보다 ‘상위권’ 대학에 무전공으로 들어간 다음에 ‘인기 전공’으로 진입하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마당에 지역대학들은 무학과제도의 강요가 서울권역 대학의 이해관계에 발맞추어 입학생들을 서울권역 대학으로 집중시키고 지역대학들의 정원미달을 야기해, 무차별적인 구조조정을 가속하려는 정책이 아닐까라고 강력하게 의심하고 있다. 현 정부가 특성화를 통해 지역대학을 살리겠다고 내걸었던 약속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기 위함이라고 포장하지만, 
무전공 입학제도의 핵심은 공공적이고 균형적인 고등교육정책을 포기하고 대학을 시장방식으로 황폐화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부작용이 심각할 수밖에 없는 무전공제도를 교육부는 왜 강제하는 것일까? 무전공제도는 과거 일부 사립대학의 사례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대학의 공공적 존립방향과 무관하게, 학과통폐합, 대학 간 통폐합, 지방사립대학 폐교 등 대학 구조조정을 무차별적으로 밀어붙이려는 수단일 뿐이다. 즉 교육부는 무전공제도에 대해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포장하지만, 고등교육의 공공성·균형성·종합성을 파괴하고 대학을 시장방식으로 야만적으로 구조조정·해체하려는 의도가 핵심인 것이다. 이 결과 대학과 학생, 지역사회는 원상복구가 불가능하게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교수들이 결집하기 어려운 겨울 방학을 틈타 무전공 강제 정책을 전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지난 1월 23일 국회에서 전국의 7개 대표적 교수단체로 이루어진 우리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국교수연대회의’는 윤석열 정부의 무전공  입학제도를 비판하고 이것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그리고 하루 뒤에는 전국국공립대학교와 사립대학교의 인문대학장협의회가 서울대에서 동일한 취지의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재정지원과 연계해 전국의 대학들이 이를 강제적으로 수용하도록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이주호 장관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고 그 해결책은 규제완화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 그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학령인구 감소 이전부터 대학은 심각한 대학 서열화, 수도권 쏠림, 비정규 교원 착취, 부정부패한 비리 사학재단의 전횡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주호 장관이 이러한 문제를 방치하고 학령인구 감소를 핑계로 대학의 시장화, 규제완화 정책을 밀어붙인다면 이러한 근본적 문제들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대학 사회는 더욱 빠르게 병들어 갈 것이다. 

이에 전국교수연대회의는 무더기 무학과제도 강제 정책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것임을 경고하기 위해 다시금 나섰다. 전국교수연대회의는 다음을 요구한다.

첫째, 윤석열 정부는 재정지원을 미끼로 공공적 고등교육체제와 균형적 학문생태계를 파괴할 무전공제도 강요를 당장 중단하라. 

둘째, 윤석열 정부는 국‧사립대 정규과정 운영비용에 조건을 달아 사업비 방식으로 지원하는 망국적인 대학 통제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 

셋째, 윤석열 정부는 야만적 시장방식의 대학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하고, 우리 대학의 근본 문제인 서울권역 중심의 대학 서열화, 부패하고 무능한 사학재단의 전횡, 그리고 대학에 만연한 비정규교원의 차별문제 등을 철저히 바로잡고, 대학균형발전 및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즉각 수립하고 실행에 나서라. 

넷째, 윤석열 정부는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앞세워 대학과 교육 전반을 황폐화시켜온 책임을 물어 이주호 교육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


2024년  2월  22일


주관: 공공적 고등교육정책을 요구하는 
전 국 교 수 연 대 회 의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연대: 전국사학민주화교수노조, 사회대개혁 지식네트워크, 대학원생노조, (사)지식공유 연구자집, 광주전남교수연구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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