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의 26여 년간의 동방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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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의 26여 년간의 동방 여행기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2.20 2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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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견문록 | 마르코 폴로·루스티켈로 다 피사 글 | 윤진 옮김 | 비룡소 | 292쪽

 

13세기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가 중국과 아시아 곳곳을 다니며 보고 들은 것을 기술한 여행기다. 

당시 유럽인들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친 역작으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그가 여행 이후 전쟁 포로로 잡혀간 제노바의 감옥에서 만난 작가 루스티켈로에게 그 여행기를 들려주면서 시작되었다. 루스티켈로는 프랑스·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던 작가였고, 감옥에서 받아 적은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 또한 그 언어로 쓰였다. 이후 그 원고가 다시 옮겨 적히고 여러 언어로 번역되면서 무려 140여 개의 필사본이 만들어졌다. 15~16세기에 걸쳐 마침내 인쇄본이 출간된 『동방견문록』은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된다. 콜럼버스는 이 책에 주석을 달아 가며 읽었고, 인도와 중국을 향해 떠날 때 지니고 갔을 정도이니, 당시 새로운 세계를 열망하던 유럽인들에게 『동방견문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을지 짐작할 수 있다.

1260년대 말, 15년에 걸친 긴 여정을 마치고 베네치아로 돌아온 상인 니콜로 폴로는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되고, 열다섯 살이 다 된 아들 마르코 폴로를 처음 만나게 된다. 그로부터 2년 뒤에 열일곱 살이 된 마르코 폴로는 아버지와 삼촌을 따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대장정을 떠나게 된다. 그 여행이 스무 해가 넘게 이어질 것을 그는 상상이나 했을까? 베네치아를 떠난 그들은 페르시아를 지나 중앙아시아를 횡단하고, 중국의 서북 변경 지역을 지나 베이징에 이른다. 

그리고 대칸 궁정에 들어 칸의 눈에 들게 된 마르코 폴로는 그의 사절로 임명되어 중국 대륙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당시 칭기즈 칸과 그 후계자들이 지배하며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번영을 누리던 중국에서 마르코 폴로는 대칸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쉽게 발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여행할 수 있었던 셈이다. 거의 26년간 이어진 여행은 1295년에야 끝이 난다. 총 이동 거리만 2만 4천 킬로미터에 이르는 말 그대로 장대한 여정이었다. 

마르코 폴로가 세계의 서술로 남긴 이 여행기는 몇 세기를 넘어 지금까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으로 남았지만, 그의 개인적인 삶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만큼 그는 자신에 대해 사적으로 기록하기보다 그가 직접 보고 들은 것에 대해서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고자 애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는 기독교를 믿는 유럽인이었고, 대칸의 사신으로서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어려운 위치에 놓여 있기도 했다. 그 때문에 여러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던 몽골 제국을 담아내는 그의 시선은 때로 편협하고 우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역사, 지리적으로 틀린 내용도 있기에 그러한 이유를 들어, 마르코 폴로가 진짜 이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는 설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대적 교통수단이나 통신수단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었던 13세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직접 겪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전할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놓고 보자면, 그의 여행은 실로 놀랍고 진실하게 다가온다.

대칸의 사절로서 보낸 17년간 마르코 폴로는 여러 번 고향에 돌아가기를 청하였으나 대칸은 매번 그 청을 거절하였다고 한다. 대칸의 사신으로서 다녀온 마르코가 그 앞에서 자신이 수행한 임무에 대해 정확하게 보고한 뒤, 여정 중에 보았거나 들었던 신기하고 놀라운 것들까지 전부 아뢰자 그의 이야기에 대칸이 놀라움을 금하지 못하였다고 하니, 대칸이 마르코 폴로를 통해 얼마나 큰 즐거움을 얻었을지 짐작할 수 있다. 

마르코 폴로는 어쩌면 현재로 따지자면 여행 크리에이터가 아니었을까? 가 보지 못한 세계를 자리에 앉아 바로 보는 듯한 그 즐거움을 경험하는 중세의 사람들을 상상해 보게 된다. 한 사람의 기행문으로부터 비롯된 여러 논쟁과 질문거리들은 어쩌면 이 책을 더 풍부한 읽기로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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