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인간의 삶과 정서가 녹은 존재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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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인간의 삶과 정서가 녹은 존재의 기록!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2.20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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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 대화를 위한 교양인의 서양 건축사: 예술과 함께하는 세계 건축과 도시 이야기 | 이민정 지음 | 팬덤북스 | 348쪽

 

건축은 시대와 지역에서의 삶을 함축적 형태로 드러내는 상징과 같다. 재료, 구조, 형태 등과 같은 물질적 측면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 문화와 철학 등과 같은 비물질적 측면까지도 포함하기에 시대의 예술과 기술을 종합하는 지표의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신전부터,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교회, 바로크 시대의 궁전, 산업혁명 이후의 다양한 건축물, 근대의 바우하우스에 이르기까지, 서양 건축의 역사를 담았다. 각 시대의 예술 양식을 이야기하면서 건축이란 인간이라는 존재가 삶을 지어가는 과정에서 생성하는 창조행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건축은 시대와 지역에서의 삶을 함축적 형태로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다. 재료, 구조, 형태 등과 같은 물질적 측면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역사와 사회, 문화와 철학 등과 같은 비물질적 측면까지도 포함하기에 시대의 예술과 기술을 종합하는 지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돌과 나무 혹은 흙처럼 자연 그대로 가져오거나 그것들을 가공한 벽돌이나 타일 같은 재료들로 지어지던 건물들은 19~20세기 동안 급격한 산업화와 기술 발전으로 크게 변화했다. 건축에 있어 표준화와 보편화가 일어났으며, 이른바 국제주의로 일컫는 근대의 대표 건축 양식이 각 지역의 풍토, 역사, 문화, 예술과 무관하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건축은 바라보고 감상하는 오브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이용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기에 견고한 구조, 공간이 갖는 실용성, 합목적성을 강조하는 것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산업사회로의 이행과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지나치게 기능과 경제성만을 강조하며 대량 공급되는 건축은 더 이상 삶터에서 거주하는 인간 존재와 긴밀하게 연계하는 ‘짓기’의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경제적·기술적 변화에 따른 조건과 틀 속에서 생산되는 ‘제품’으로 변모해간다. 근대 건축이 강조하던 윤리와 도덕의 목소리도 원래의 힘을 잃었다.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이런 시대 분위기 속에서 ‘짓기’의 건축을 다시금 숙고하게 하는 기회를 마련하기에 의의가 있다. 

다양한 문명들이 공존했던 고대 그리스는 신화의 나라였다. 크레타 문명, 미케네 문명, 에게 문명 등 고대 그리스의 문화는 유럽 문화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유럽 건축의 기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크레타 문명은 왕궁 중심의 도시문화로서, 궁전의 벽화에는 기하학적 문양, 동식물, 궁정 생활 등이 상세하게 그려졌다. 한편 신전은 고대 그리스 건축문화에서 빠질 수 없다. 깊은 숲 속에 있을 때 혹은 높은 절벽 같은 끝에 섰을 때 자신도 모르게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높게 우뚝 선 석조 기둥들과 화려한 장식들, 시각적으로 엄중하게 다가오는 비례미와 질서의 감각, 경로를 따로 공간이 깊어질수록 신성함과 웅장미를 느끼게 한다.

로마 왕국, 로마 공화정, 그리고 로마 제국으로 진화한 로마는 정치, 군사, 경제는 물론, 공학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이뤄냈다. 로마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 건축은 바로 도로이다. 현재까지도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에 보존되고 있는 도로는 로마의 건축이 힘의 표상이자 기술의 결합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문화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콜로세움은 엄격한 계급문화, 호전적인 군사문화, 모든 계급들이 환호하는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로마 최고의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지닌 유럽이라는 거대 대륙의 지형적·사회적·종교적·정치적 통합을 이뤄낸 중세시대의 건축과 예술은 신 중심, 교회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그래서 중세의 건축은 로마의 그것과 유사하면서도 중세만의 상징과 세계관을 담고 있다. 교회 건축물의 로마네스크와 고딕 양식은 중세의 역사적 흐름에 대한 표상이면서, 기독교의 종교적 가치와 진리가 세월이 흐르더라도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종교적인 의식을 통해 삶을 표현하고 전승해오는 과정에서 건축 공간의 구도 또한 전통으로 이어져 왔음을 시사하고 있다.

새로운 전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르네상스 시대는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예술과 문화로 되돌아가면서, 중세시대의 종교성과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와 과학성을 함께 보유하자는 문화정신을 담고 있었다. 르네상스 문화예술의 중심지인 피렌체는 이탈리아의 고대 그리스 로마의 도시문화와 중세와 고대 그리스 로마, 그리고 르네상스의 건축예술을 화려하면서 웅장하게 구현해낸 도시였다. 특히 수학적 원근법을 기반으로 한 투시도 기법은 르네상스 건축의 건축미학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바로크 예술과 건축은 가톨릭 신앙의 귀결성을 강조하고 신자들을 감동시키는 역할을 했다. 바로크 양식은 르네상스 시대를 이어서 발전한 예술 및 건축 양식으로 르네상스와 대조되는 양식으로 발전하였으며, 극도의 화려함, 과장된 표현, 입체적인 공간 구성 등이 특징이다. 무엇이든 크고 화려하며 과장된 형태로 만드는 극대주의 경향은 이 시대의 건축 공간을 더욱 드러나게 하고, 인상적인 외관과 내부를 통해 종교의 힘과 권위를 나타낸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공장들이 급격한 속도로 생겨났다. 여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수가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리며 도시화가 촉진되었다. 이에 따라 도시계획의 중요성이 부각되었으며, 도시 인프라와 주택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도시계획자들은 보다 효율적이고 건강한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산업혁명은 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산업화로 인해 공해물질이 방출되고 자원소비가 증가하게 되면서 건강한 거주 환경 조성에 대한 관심은 물론 환경 보호와 지속 가능한 건설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20세기에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졌다. 예술에서도 큰 변화와 혁신이 일어났다. 이 시기에는 새로운 예술적 비전과 사회변혁의 가능성을 탐구한 입체파와 미래파 같은 예술운동이 등장하였고 형식적 추상화와 기술적 이상화의 경향이 나타나게 되었다. 건축과 디자인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독일 바이마르 시대의 예술가들은 물건이나 사물의 본질적인 특성으로서 어떤 것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 기능 또는 목적,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즉물성, 더 나아가 무엇인가를 설계하거나 사용할 때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합목적성을 원칙으로 하는 신건축 운동을 주도했다. 신건축운동은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진보’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져 이 시대에서 ‘가장 희망찬 것들’ 중 하나로 평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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