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하는 것’이란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는 일상적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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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하는 것’이란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는 일상적 삶이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2.2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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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터로 간 소크라테스: 철학자의 삶에서 배우는 유쾌한 철학 이야기 | 김헌 지음 | 북루덴스 | 336쪽

 

이 책은 철학자의 삶으로 풀어낸 흥미롭고 유쾌한 철학 이야기다. 인문학자인 저자는 ‘인문학’은 ‘인간다움을 탐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하며, 그 역할은 “어떤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문학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그 대안으로 철학에 대한 재검토를 제시한다. 그는 철학을 “인간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며 그 구체적 탐구와 사유의 모델로 하이데거의 예를 든다. 저자는 “하이데거의 예처럼 철학자의 삶 자체와 그 속에서 이루어진 철학적 사유를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라며 이 책의 의도를 밝힌다. 저자는 ‘철학 하는 것’이란 생각하고, 공부하고, 개념을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에 따라 행동하는 일상적 삶이라 한다.

이 책은 철학자의 삶을 통해서 그가 문제를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고 진지하게 답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자연주의 철학자들의 이야기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과는 크게 달라 보입니다”라고 하며 “우리의 일상생활의 현장에 가까이 있는 느낌”이라고 당시의 분위기를 설명한다. ‘철학자’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피타고라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관해 철저하게 알고 싶어한 탈레스는 삶 속에서 철학을 실천하려 한 최초의 철학자들이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자신의 철학적 신념에 따라 죽음을 불사하기조차 했다.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믿을 수 없는 행동을 한 엠페도클레스는 에트나산의 꼭대기로 올라가 스스로 분화구 속으로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학 안으로 들어가 ‘철학 하는 것’을 보여준 철학자들의 생생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부는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한 소피스트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궤변론자’라고 알려진 소피스트가 “객관적이고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며 왜 그렇게 불리게 되었는지를 먼저 살핀다. 당시 소피스트들은 강연이나 교육을 통해 수업료를 받으면서 ‘지식 장사꾼’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소피스트 이전의 철학자들 누구도 자신의 철학으로 대가를 받지 않았으며, 당시 사람들은 지식이 상품처럼 팔고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소피스트가 수사학, 즉 연설의 기술, 설득의 기술을 가르치고 수업료를 받는 것이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입니다”라며 소피스트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만을 가르치려 한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소피스트에 대한 오래된 비난과 프레임을 넘어 그들의 철학적 내용을 소피스트의 삶과 궤적을 통해 다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한다.

프로타고라스는 소피스트로 알려져 있다. 프로타고라스는 아테네의 최고 권력자 페리클레스에 의해 입법책임자를 맡았는데, 현대 철학자들은 프로타고라스를 ‘현상론자’라고 한다.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의 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 사람의 감각에 드러나는 현상만 ‘있다’고 말할 수 있고, 감각할 수 없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프로타고라스는 ‘어떤 것이 아름답고 추한가, 좋은가? 나쁜가, 옳은가? 그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는 의미에서 “인간(또는 개인)은 만물의 척도다”라고 했다. 프로타고라스는 상대주의의 철학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회의주의 철학자 고르기아스는 “있는 것은 없다. 있다고 해도 알 수 없다. 안다 해도 말할 수 없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트라쉬마코스는 소크라테스와 ‘정의란 무엇인가’로 논쟁을 벌였다. 트라쉬마코스는 “정의는 강자의 이익입니다”라고 주장하며, “도대체 누가 법을 만드는가”라며 사회적 강자를 문제 삼았다. 트라쉬마코스의 논리에 따르면, 약자들은 법을 지킬수록 손해를 보고, 그 법을 만든 사람들의 이익을 크게 하는 데 일조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약자의 이익을 돌보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법과 제도에 편승해서 부를 축적하고 특권을 누리는 것은 사회적 강자들이다.

3부는 진정한 철학의 시대로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사유를 그들의 삶과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서 서술한다,

소크라테스는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며,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힌다. 서양철학이 그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버지의 직업을 이어받아 석공이나 조각가로 평생을 살아가는 대신, 사람들의 정신을 일깨우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돕는 정신의 산파로서, 정신의 조각가로서 철학자의 길을 걸어갔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구름 위에 있는 철학자가 아니었다. 포티다이아 전투에 중무장 보병으로 참가하기도 했고, 혹한의 겨울 날씨에 평상복 차림으로 군영 밖으로 나가 활보했다고 한다. 크산티페와 결혼한 소크라테스는 천하의 백수로 살았던 사람이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고라 장터에 나가 사람들과 철학을 한답시고 노닥거리기 일쑤였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로 알려졌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던 유명한 격언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반면 다른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때부터 소크라테스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무지를 깨닫고 진리를 추구하는 철학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라는 아폴론 신전의 격언을 가장 잘 실천한 사람이었다. 그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그가 고발당하고 재판정에 서서 사형선고를 받고, 그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는 최후의 장면이다.

무지를 들킨 아테네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괘씸하게 여겨 없애려고 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제자들이 요구한 탈옥을 거부했다. 자신은 죽음을 기다려 왔고, 또 죽음을 연습했다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죽음이란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테네의 법에 따라 진행된 재판의 결과까지 거부하면서 죽음을 피한다면 자신의 삶은 모순일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철학의 절정, 철학의 완성이 바로 죽음이다. 소크라테스의 생각을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서양철학의 가장 중요한 틀을 만든 사람은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를 스무 살에 만나, 불과 9년 동안 제자로 지냈다. 플라톤은 기록에 따르면, 적어도 세 번은 전쟁에 나갔다. 플라톤은 인간의 본성은 이성이고, 그 이성에 의해 인간은 도덕과 행복을 추구해 나갈 수 있다고 보았다. 플라톤은 철학이 개념을 다듬고, 그 개념을 논리적으로 잘 짜 맞춰서 세상과 인간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이라면, 논리적인 구조를 갖춘 기하학이나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철학적 사유를 하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자가 되어 국가를 다스리는 철인정치를 주장했다. 플라톤은 아카데미아를 세우고 20년 동안 학문에 매진하고 결사적으로 많은 작품을 써 내려갔다. 특히 이상적인 정치를 그려낸 『국가』가 현실에서는 무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학문적 반성을 토대로 좀 더 현실적인 국가의 청사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플라톤과 같은 시대에 활동한 이소크라테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사상과 교육, 구체적으로 학교 운영까지도 플라톤과 치열한 경쟁 관계였다. 이소크라테스는 심지어 “나야말로 진짜 철학을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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