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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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 유감
  •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 승인 2024.02.1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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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형 칼럼]

제주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어 ‘강원특별자치도’가 2023년 6월에 출범하더니 2024년 1월에는 전라북도가 ‘전북특별자치도’로 간판을 바꾸어 달았다. 그리고 경기도 분할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2024년 2월 현재 ‘경기북부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을 가칭으로 제시하고 있다. 예전에는 수도 서울만 ‘특별시’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오늘날에는 이처럼 전국 곳곳에서 ‘특별’ 지방자치단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일부 지역에만 ‘특별자치도’나 ‘특별자치시’라는 이름을 부여하기보다 전국의 모든 광역지방자치단체가 그 나름대로 지니고 있는 특성에 맞게 특별 자치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은 어떨까 한다. 즉 대한민국의 모든 도를 특별자치도로, 모든 광역시를 특별자치시로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일부 지역 이름에만 굳이 ‘특별자치도’나 ‘특별자치시’와 같은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의 경우 광역지방자치단체이면서도 산하에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따로 두지 않는 등 눈에 띄게 ‘특별한’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과 ‘특별자치’라는 이름 사이에는 사실상 필연적인 관련성이 없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전북특별자치도에는 기존의 강원도, 전라북도와 마찬가지로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속해 있지만 이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경제 상황이나 인구 등 지방 정부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지역마다 다르고 그에 따른 지역별 격차 또한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벌어져 있기에 자치 역량 또한 지역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특별 자치’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생활 환경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는 그 지역의 특성에 맞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 할 것이고, 여러 지역에 걸친 현안이 발생했을 때는 해당 지역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금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지고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정책을 스스로 입안해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한 지역에는 ‘특별’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다른 지역에는 붙어 있지 않다면 과연 대등한 차원에서 지역간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특별법이 적용되는 지역과 적용되지 않는 지역 사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신경을 써야 할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만약 차이가 없다면 ‘특별자치도’니 ‘특별자치시’니 하는 이름은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뜻이 될 테니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다가오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거쳐 새롭게 출범할 제22대 국회에서 이에 대해 심층적이고 다면적인 논의를 해 주었으면 한다. 대한민국은 중앙집권 체제를 고수한 역사가 길었던 까닭에 지방자치제가 아직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감이 있으나, 지방자치제는 민주주의의 근간으로서 앞으로 더욱 굳건히 정착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보다 국토 면적이나 국가 규모가 작은 나라들 중에도 지방자치제를 성공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다.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전국 어디에서나 ‘특별 자치’를 통해 저마다 특색 있게 진보하고 발전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조원형 편집기획위원/서울대·언어학

서울대학교 언어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과 대학원에서 언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만하임 라이프니츠 독일어연구원 방문학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등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천주가사에 대한 텍스트언어학적 연구”, “텍스트언어학에 기반한 ‘쉬운 언어(Leichte Sprache)’ 텍스트 구성 시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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