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선택, 기술선택과 인류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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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선택, 기술선택과 인류의 진화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4.02.1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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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규 교수의 〈과학에세이〉

 

동물의 뇌는 생존 가능성과 자손을 통한 유전자의 전이를 최대화하는 포식자-피식자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했다. 경직된 몸체에 필요한 조정 변형은 포식자-피식자 전투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데, 강력한 그래픽 처리장치에 의해 실행되는 것과 유사하게 뇌에서 거대한 양의 행렬연산이 필요하다. 인류는 지속해서 진화한다. 다윈(C. Darwin)은 오랜 기간 또는 여러 세대에 걸친 종(species)의 특성 변화를 진화라 정의했는데, 모든 종은 시간과 환경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한다는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진화의 복잡한 과정은 특정 생물의 신체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 내의 유전적 변이에 의한다. 주변 환경에 적응이 유리한 변이 형질을 갖는 개체는 다른 개체보다 생존과 번식에 유리하며, 부적응 개체는 생존과 번식에서 불리한 여건에 처하게 되어 그들의 유전자는 다음 세대에 전달될 확률이 감소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자연선택이다. 진화란 시간에 따른 집단 내의 유전자 또는 유전자 변이체의 비율, 즉 대립유전자 빈도의 변화를 의미한다.

초기의 생명 형태로부터 포유동물과 원인으로의 여행과 인류의 생존은 진화에 의해 이루어졌다. DNA 수준에서, 인류는 침팬지와 보노보 같은 가까운 친척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인류와 침팬지의 염기서열은 최소 90%가 같으며, 인류 또는 침팬지 특이적 유전자는 거의 없다. 이것은 인류 진화의 대부분은 염기서열의 작은 변화에 의한 유전자 활성의 시간과 수준 변화에 의존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효과는 변화된 염기서열의 수에 비례적이지 않다. 자연선택은 생물계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무작위적으로 일어난다. 현재의 인류는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전통적 자연선택이 일어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기술을 발달시키고 있다. 필요는 현대 산업사회의 기술 발전 요인이다. 현대 인류는 단순히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과학과 기술을 통해 자연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진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신의 생존율과 수명을 증가시켜 왔다. 지난 100년 동안의 의학 발달, 영양 섭취 증가 및 위생 향상 때문에 지구의 인구는 약 3배 증가하였다. 오래된 기술 중 하나인 인류의 불의 지배는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였으며, 빙하기 동안 멸종을 피할 수 있게 해주었듯 기술은 인류 종의 진화에 선택압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sdxcentral

과학과 기술은 인류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역사, 문화, 고용과 갈등 등 사회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인류는 개를 가축화한 약 3만 년 전부터 다른 생물의 몸체를 변화시키는 선택압으로 작용하였다. 현 시대의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문화의 다양화, 이 두 가지 모두 정보의 저장과 전승에 상승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진화에 의해 인류는 고등지식을 획득하였으며, 현재는 자신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창조하여 자연선택과 비자연선택 기작이 동시에 작용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최근의 산업화한 농업, 도입종, 도시화, 오염과 기후 변화는 미증유의 선택압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물은 새로운 기회와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몸체 및 행동의 범위에서 유전자 가소성을 통해 빠르게 적응한다. 소진화는 매우 짧은 세대 시간에도 일어날 수 있는데, 영국 산업혁명 시기의 굴뚝에서 배출된 검댕과 대기오염에 대한 적응으로 얼룩나방의 반점이 있는 흰색 날개가 검은색으로 변화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혁신은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며, 기술의 발달은 즉각적인 필요와 도전에 대한 반응으로 이루어진다. AI 시스템은 다양한 자료로부터 정보를 통합·해석하여 인류의 즉각적인 요구를 넘어서 예술과 문학을 포함한 영감과 인지고양, 자기-표현에 관련된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인류의 지능과 AI 연산 능력의 수렴은 자연선택과 필요가 공존하는 곳에서 상승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AI는 인류의 인지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으나 전통적인 활동이나 관념을 교란하기도 한다. 현재 인류의 진화를 이끄는 힘은 생물학에서 기술의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 인류의 창의력과 AI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인류는 의식적 선택으로 자신의 진화를 이끌고 있다. AI는 기술선택(technological selection) 과정을 통해 진화의 궤도를 변화시키는 인자로, 현재의 인류는 AI를 통한 혁신과 진화가 일어나는 도상에 노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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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https://medium.com/@growwithlevi/

호킹(S. Hawking)에 따르면, 생물계는 시스템 자체의 유지 및 복제 세트와 그 지령을 실행하는 기작 즉, 유전자와 물질대사의 두 부분을 갖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컴퓨터 바이러스는 인공지능이 행하는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생물로 간주할 수 있다. 호킹은 인류의 진화가 가속화되어 왔다고 설명한다. DNA에서 가시적인 변화가 없는 동안에도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된 지식의 양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것은 내부 전승에 대한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으로부터 정보의 가속화된 외부 전달에 근거한 문화 또는 자가-설계 진화의 단계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킹이 설정한 포스트 디지털 인류는 생물계의 자연적 진화보다 훨씬 빠르게 알고리즘적 비탄소 기반 진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생존에 요구되는 신경망으로서 인류의 뇌는 오랜 시간 동안 진화적 최적화 과정을 거쳐왔다. 이 기간에 뇌는 식량을 획득하고, 격투-도주 반응과 배우자 찾기 같은 지각으로 추진되는 행동들과 패턴-인식 업무를 수행하는 생물학적 기능 조절에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AI를 비롯한 최첨단 기술 발전은 새로운 발명과 패러다임을 창출하여 인류 종을 정의하는 데 사용되어 온 전통적 개념조차 위협하고 있다. AI에 기반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은 다윈의 진화론을 따르지 않는다. AI는 단순한 인류의 개입으로 복제할 수 있으며, 그것은 조상형 도구에 저장된 정보가 새로운 도구에서 복제되어 자손을 퍼트릴 수 있게 해준다. 이런 혁명의 장기간 효과는 무엇일까? 이전의 인류는 신체를 사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현재는 대부분을 기술 도구에 의존하고 있다. 기술 발달에 의한 인류의 적응과 행동 패턴의 변화는 인류 종을 다음 단계의 진화로 이끄는 주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CRISPR/CAS9 – A MANIFOLD TOOL FOR GENOME EDITING

AI 영역 내에서 자연선택과 기술선택의 통합은 새로운 진화의 지평을 열고 있다. 이것은 AI 시스템이 단순히 프로그램화되었다기보다 생물체와 유사한 방법으로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들의 환경에 진화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예로, 인공 신경망의 진화를 의미하는 신경진화가 포함된다. 자연선택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AI 시스템은 새로운 도구와 전략을 개발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효율성과 적응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AI에서 후성적 알고리즘의 활용은 생물학적 과정과 유사한 기작을 통해 진화하는 기술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후성유전학의 생물학적 개념에서 생겨난 이 알고리즘은 AI 시스템이 자체의 근원적인 코드 변화 없이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으로 그들의 반응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한다. 문화적 진화의 밈(meme) 개념으로부터 유래된 미미틱 알고리즘은 인류의 문화적 특성이 어떻게 진화하는지에 대한 정보의 적용, 확산 및 전승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원리의 적용으로 AI 시스템은 문화적 진화에 관여하며, 자체의 행동과 전략을 구사하여 지속해서 적응하고 개선하게 한다.

AI와 연관된 기술은 많은 영역에서 초 인류적 실행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과 AI의 통합으로 배아 상태 또는 성인의 뇌를 가공할 수 있고, 인류의 정신 능력을 수정할 수 있는 많은 형태의 신경공학이 출현하였다. 유전공학과 신경공학은 기술선택을 통해 인류의 진화를 형상화하는 분야의 예이다. 유전자-편집 도구인 CRIPSR/Cas9 도구의 발달은 표적 유전체 편집 분야에서 폭풍을 일으켰다. 몇 년 전에 중국의 유전학자는 배아의 DNA를 수정한 바 있는데, 86개의 초기 배아 중 28개만 성공적으로 가공했고, 의도한 유전물질의 소수만 포함하고 있어서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잠재력은 엄청나다. 즉, CRISPR/Cas9을 통해 어느 종의 생물이라도 유전체를 수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인류는 생명체의 유전 언어 조절로 이로운 형질을 직접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되어 현재의 생물학적 시스템과 더불어 기술선택에 의해 진화하고 있다. 인류는 복잡한 디지털 시스템의 네트워크화된 AI에 훨씬 더 의존하게 될 것이며, AI의 지각 능력과 그 응용이 인류의 진화 궤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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