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레옹 전쟁이야말로 진정한 세계대전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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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전쟁이야말로 진정한 세계대전의 출발점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2.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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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현대 세계대전사: 한 권으로 읽는 나폴레옹 전쟁과 제1·2차 세계대전 | 황수현·박동휘·문용득 지음 | 플래닛미디어 | 748쪽

 

전쟁은 인류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해왔다. 문명의 발달은 인류에게 번영을 가져다주었지만, 때로는 문명을 파괴하기도 했다. 특히 13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화약혁명은 전장에서의 살상력을 급격히 증가시켰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시작된 나폴레옹 전쟁은 군대를 소수의 전문적인 상비군이 아닌 보편적 징병에 의한 대규모 국민군으로 전환시켰다. 결국 전장에서의 병력 규모는 이전에 비해 급격히 증가했고, 대병력의 충돌은 당연히 대규모 살상을 가져왔다.

프랑스 혁명은 유럽의 정치질서는 물론 전쟁의 양상을 새롭게 변화시켰다. 자유, 평등, 우애로 대표되던 프랑스 혁명의 기본이념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전제군주제를 유지하던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프랑스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의 혼란 속에 군사적 천재인 나폴레옹이 등장했다. 프랑스에 반대하던 유럽 열강은 1792년부터 나폴레옹이 최종적으로 몰락한 1815년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대프랑스동맹전쟁을 전개했다.

대부분의 유럽 열강이 동참한 나폴레옹 전쟁은 진정한 대규모 국제 전쟁이었다. 전쟁 기간, 참전 국가, 참전 병력 등 모든 면에서 그 이전의 전쟁과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과학기술이 급진전함에 따라 전쟁의 강도는 격화되었고, 전쟁 피해도 급증했다. 이에 일부 군사사학자들은 나폴레옹 전쟁을 실질적인 세계대전의 출발점이자, 제0차 세계대전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군사사학자들은 나폴레옹 전쟁의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폴레옹 전쟁이 근대 전쟁으로의 전환기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나폴레옹 전쟁을 제0차 세계대전(1792~1815)이자 진정한 세계대전의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나폴레옹 전쟁이 남긴 상처와 갈등은 새로운 세계대전의 씨앗이 되었다. 이후 유럽 대륙의 신흥강국으로 등장한 독일은 프랑스와의 뿌리 깊은 갈등으로 인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의 개전을 주도했다. 한편 독일의 팽창주의에 깊은 인상을 받은 일본은 근대화의 성공에 힘입어 아시아에서 독일과 같은 위상을 갖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일본은 대동아공영권 건설이라는 허황된 목표 아래, 유럽의 제2차 세계대전과 연장선에 놓여 있는 태평양전쟁(1941~1945)을 일으켰다. 저자들은 이 4개의 전쟁을 개별적인 전쟁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시대적 배경과 전쟁의 원인, 전쟁의 과정, 전쟁의 결과와 평가, 함의 등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1990년대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역사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승리로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는 새로운 갈등 원인과 주체의 등장으로 여전히 다양한 형태의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1945년 10월에 창설된 국제연합은 현재까지는 제3차 세계대전의 발발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있지만, 새로운 세계대전의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21세기에 들어 급격히 국력이 신장된 중국과 전통 패권국인 미국의 전략적 경쟁은 국제사회에 새로운 갈등과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영국 출신의 역사학자 이언 모리스(Ian Morris)의 말처럼 “역사가 미래의 우리를 위한 훌륭한 지침을 항상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는 현재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지침”이다. 끔찍했던 세계대전의 역사를 과거의 기록으로만 이해하고 역사가 주는 교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 전쟁이 될 수도 있을 제3차 세계대전을 경험할 수도 있다. 이 책에 담긴 근현대 세계대전들의 역사와 교훈은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조성되고 있는 세력균형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와 함께 대한민국의 희망적 미래를 위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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