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부터 무상교육 시행을
상태바
지방대학부터 무상교육 시행을
  • 남정희 대전대·국문학
  • 승인 2024.02.05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수논평]

지난 1월 19일 대학 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이하 대무평)와 정의당이 정책간담회를 열었는데, 나도 그 자리에 참석하였다. 대무평이 2024년 4월 총선에서 정의당이 공약하기를 바라는 내용을 요청하는 자리였는데, 그중에 내가 특히 관심을 가진 정책은 2025년부터 대학교육을 무상화하고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라는 내용이었다. 평소 내가 대무평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바로 대학 무상교육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대무평은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여,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 지출액을 OECD 평균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우리나라의 2020년 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초등교육에서는 OECD 평균보다 124%, 중등교육에서는 142%로 높지만, 고등교육에서는 68%로 낮다고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초⸱중등의 공교육비 지출액의 일부를 대학으로까지 확대하여 지출한다고 해도, 초등에서 고등교육까지 모두 OECD 평균보다 112%로 높다는 통계를 제시하였다.

이에 정의당에서는 십수 년간 등록금이 동결되어 대학의 재정이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는 사실이라며, 그 해법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만약 전국적으로 대학교육을 무상으로 시행한다면 소요액은 2022년 기준 7조 4천억 원이고, 지방대학만으로 한정한다면 3조 6천억 원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국가장학금이 발달한 나라로서 올해 국가장학금 예산만 4조 1천억 원이고 국가 전체 예산이 656조 6천억 원이므로, 국가장학금 규모를 늘려 대학 무상교육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학 무상교육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 경감에 큰 도움이 되나 대학의 재정 여건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대학재정을 개선하려면 별도의 재정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 사립대에 재정을 투여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있으므로, 사립대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하여 문제 대학은 제외하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3조 6천억 원 정도만 있으면 지방대 학생을 무상으로 교육할 수 있다는 말에 고무되었다. 그것도 2022년의 소요액이라 앞으로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들면 소요액도 따라 줄어들 것이니,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그 정도 돈이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지방대학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면 수도권으로 학생이 몰리는 상황이 개선될 것이고, 이는 지방 소멸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비리 대학에는 지원하지 않을 것이므로, 사립대학의 공공성도 덩달아 확보될 것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를 공약으로 내걸어 준다면, 총선 이후 법을 제정하고 2025년부터 지방대학 무상교육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고 설레었다.

지방대학이 어려워진 것은 학령인구의 급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재정지원이 서울권의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예컨대 같은 국립대학 간에도 서울대학교와 지방의 국립대학은 그 차이가 크다. 부산대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학교의 절반도 안 된다. 다른 지역 국립대학들은 더 열악하다. 이러니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교육으로라도 성적을 올려 서울로 가려 한다. 정부가 앞장서서 서울로 학생을 몰아온 것이다. 이제는 거꾸로 지방대학부터 대학 무상화를 시행해야 한다. 그러면 경쟁교육도 조금씩 해소되어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들 것이고, 따라서 저출생 문제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간담회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학령인구 감소율만큼 모든 대학이 똑같이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교수 1인당 지도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사립대 비정년 교원의 임금이 매우 열악하니 이들을 위한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기획재정부가 대학 지원을 반드시 사업을 통해 하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이원화되어 있어 정규직으로 가려는 경쟁이 교육으로 이전되어 입시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 아닌가 등 여러 고등교육 문제가 튀어나왔다. 지방대학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고등교육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급한 처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정희 대전대·국문학

• (현) 대전대학교 혜화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 (현) 교수노조 위원장
• (전) 교수노조 비정년트랙위원장 직무대행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