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축소의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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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축소의 시대』가 왔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2.03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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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소되는 세계: 인구도, 도시도, 경제도, 미래도, 지금 세계는 모든 것이 축소되고 있다  앨런 말라흐 지음 | 김현정 옮김 | 사이 | 456쪽

 

이 책은 도시 계획 전문가인 저자가 인구 감소에서 비롯된 전 세계 여러 국가의 축소 현황과 함께 지금과 같은 인구 추세가 지속될 때 2050년의 세계와 경제는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고 있다. 또한 인구 감소와 축소 세계를 초래하는 원인과 그 영향도 함께 살펴본다.

저자는 한 번 출산율이 급감한 나라는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며 따라서 지금 인구가 감소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축소 국가의 선두』에 서 있다고 말한다. 반면 미국은 인구가 감소함에도 『15-30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2050년에도 경제적 강자의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결국 인구 감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리해야 할』 문제라고 진단한다.

특히 저자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과, 독일, 영국, 스웨덴, 프랑스 등의 서유럽, 불가리아와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의 동유럽, 인도, 이란, 아프리카 등 전 세계 곳곳의 인구 감소 현황과 그로 인한 공간적 불평등과 경제적 쇠퇴 등의 문제를 각종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 와중에 점점 『축소되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생겨나는 승자와 패자 간 격차 등도 함께 살펴본다. 한마디로 인구 감소는 또 다른 『불평등』을 낳는다고 말한다.

인구 감소는 기존의 불평등 패턴을 더욱 악화시키고 〈경제적 및 공간적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특히 인구 감소가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건 확실하지만 〈그 짐을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 갖지는 않는다〉. 인구가 줄어든 탓에 재원이 부족해지면서 파이가 줄어들면 가장 큰 우위를 지닌 곳이 자신들만을 위한 점점 더 많은 가용 자원을 비축해감에 따라 〈성장의 편향성〉은 한층 더 두드러진다. 결국 미래에는 편승할 수 있는 성장 또한 줄어들어 〈성장의 부스러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인구 성장은 경제 성장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매우 정치적인 문제이며 〈한 나라의 힘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인구 규모〉는 오랫동안 세계 무대에서 국가의 위상에 영향을 미쳤다. 1930년대에는 이런 태도가 프랑스, 영국 같은 나라에서 인구 감소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인구 감소 탓에 미래에 경제와 군사 경쟁에서 입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경제학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일본, 중국 같은 나라의 경제 성장에서 〈인구 배당 효과〉(demographic dividend, 전체 인구에서 생산 가능 인구 비율이 증가하면서 부양률이 감소하고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인구가 고령화되고 기대수명이 늘어나자 생산 가능 인구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인구 배당 효과도 사라졌다.

1980년대가 되자 서유럽 전역의 도시에서 인구 감소가 만연하자 두 명의 독일인 학자는 이런 현상을 묘사하기 위해 〈축소 도시(shrinking city)〉라는 표현을 만들어냈다. 축소 도시란 〈짧은 기간 안에 상당수의 인구가 줄어드는 도시〉를 뜻하는데 인구 감소로 인한 축소 도시의 등장, 이후 점점 늘어나는 축소 도시들 때문에 국가 자체도 축소되면서 21세기는 점점 〈축소 세계〉가 되어가고 있다.

축소란 단지 숫자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축소의 역학은 도시마다 국가마다 매우 다르지만 축소는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행동적인 측면에서 심각한 피해를 유발한다. 이런 피해는 국가와 도시의 활력과 회복력에 영향을 미친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축소 도시는 늘어나고 〈성장 도시〉는 줄어들 것이다. 이제 축소 도시는 〈표준〉이 되면서 〈2100년〉에는 전 세계 대다수 도시가 축소 도시가 될 전망이다.

축소되는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겼던 것과는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인구와 GDP를 비롯한 모든 것이 성장하는 추세가 21세기 인류의 정상 상태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점점 작아지는 국가나 도시가 성장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합리적인 미래 경로라는 생각부터 받아들여야 한다. 인구 변화로 인한 영향은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 결과는 아니다. 이런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결국 우리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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