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비율 15.3%, 영국·프랑스·일본보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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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출신 국회의원 비율 15.3%, 영국·프랑스·일본보다 높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2.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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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 후보자 공천과정 등에서 ‘대표의 다양성’확보를 위한 노력 필요

 

의회는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대표기관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집단으로 구성될수록 대표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성별·인종·나이·출신 직업 등이 의원의 사회적 배경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의원이 실제로 해당 집단을 대표하는 의정활동을 수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고학력 전문직 직업배경을 가진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중에서도 특히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인은 의원으로 충원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 이유로는 법률전문가로서 교육과정과 실전경험이 의원에게 요구되는 입법 전문성과 직결된다고 평가하는 정당과 유권자들의 기대를 들 수 있다. 또한 출마에 따른 경력단절의 기회비용이 적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법조인 출신 국회의원의 현황과 함께 국회의원의 직업 배경을 비교한 『이슈와 논점』 보고서 〈국회와 주요국 의원의 직업적 배경 비교: 법조계 출신 의원을 중심으로〉(저자: 전진영 정치의회팀 팀장)를 1월 31일(수) 발간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 주요국 의회(하원)에서 법조인 출신 의원 비율 현황을 비교 분석하고, 법조인 출신 의원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배경과 그 함의를 검토했다.

 

□ 국회에서 대표되는 다양한 전문직군 중에서 법조인 출신은 항상 높은 비율을 차지해 왔는데, 제21대 국회에서 15.3%, 제20대 국회에서 16.3%였다. 제21대 총선에 출마한 법조계 출신 후보자가 117인임을 감안하면 법조계 후보자의 당선율은 39.3%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ㅇ 제21대 국회의 경우 의원의 전직(前職)을 범주별로 보면 정당활동가나 의원보좌진 등을 포괄하는 ‘정당인’이 21.3%로 가장 높은 비율이며, 그 다음으로 법조계 출신 15.3%, 공무원 등 관계 출신 14.3%, 지방의원 및 단체장 등 지방선출직 출신 의원은 39인(13%)이고, 사회단체 출신 의원이 37인(12.3%), 언론계 출신 의원은 26인(8.7%)이다. 그 밖에 재계 출신 의원이 18인(6%), 교육계 출신 의원이 15인(5%) 을 차지한다.


□ 그러나 주요국 의회에서도 공통적으로 법조인 출신 의원이 높은 비율은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ㅇ 미국 제118대 연방의회(2023~2024)의 경우 435인 하원의원의 직업 배경 중 가장 높은 비율(복수의 경력을 인정한 수치)은 지역·주·연방 단위의 공무원 또는 선출직 경력(80%)이다. 변호사 출신(30%)은 재계 출신(31%)보다 낮은 비율이며, 판사·검사 출신 하원의원은 9.4%를 차지한다.

ㅇ 영국 하원의 경우에도 가장 많은 44.5%의 의원이 지방의원 및 선출직 출신이며, 변호사 출신은 7.2%이다. 법조계 출신 하원의원은 수십년 동안 감소 추세에 있는 반면, 지방의원 등 정치인 출신 하원의원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정치가 전문직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ㅇ 프랑스 하원의 경우 하원의원의 21.2%가 기업임원 출신이며, CEO 출신(6.2%)까지 더하면 재계 출신 의원비율은 더 높아진다. 반면 변호사 출신 의원비율은 교육계 출신 하원의원(9.5%)보다 낮은 4.8%에 불과하다.

ㅇ 독일 하원(736인)의 경우 변호사 출신 하원의원은 168인(22.8%)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며, 교육계 출신 하원의원이 43인(5.8%)이다. 그 뒤를 이어서 엔지니어 출신 하원의원은 26인(3.5%), 의약계 출신 하원의원은 21인(2.9%)의 순서이다.

ㅇ 일본 중의원의 경우 지방선출직(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원) 출신 의원이 3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그 다음으로 의원 보좌진 출신 당선자가 15.9%, 국가·지방 공무원 출신 당선자가 15.5%였다. 반면, 변호사 출신 의원은 가장 낮은 3%에 불과해 주요 5개국 의회 중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 비교와 함의

ㅇ 미국·영국·일본 의회에서 공통적으로 지방 선출직 의원 및 단체장 출신 의원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은 점차 ‘정치의 영역’이 전문직화되어 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ㅇ 변호사 출신 의원은 미국 연방하원의 경우 30%인 반면, 일본 중의원에서는 3%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차이는 각국의 정치충원 시스템이나 법조인과 국회의원의 상대적인 사회적 위상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ㅇ 정당과 유권자의 일반적 기대와 달리 법조인 출신 의원의 입법활동에 대한 경험적 연구에 따르면 법안발의나 입법성공율 등 전반적인 입법활동의 성과 측면에서 비법조인 출신 의원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ㅇ 한국의 경우 특히 양대정당의 법조인 충원이 주로 더불어민주당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민의 힘은 검찰로 이원화되면서 법조인 출신 의원이 국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정치의 이념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ㅇ 또한 법조인 출신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의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법제사법위원회가 국민의 이익이 아닌 변호사의 이익을 수호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의 예비후보자 등록이나 인재영입에서도 검사 등 법조계 출신이 두드러진다. 국회가 시민사회의 다양한 직업집단 구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특정 직업집단이 과대대표되는 것은 대표의 다양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각 정당의 후보자 공천과정에서부터 대표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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