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입찰자·판매자 모두에게 이득되는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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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입찰자·판매자 모두에게 이득되는 경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2.0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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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경영학부 정승원 교수, 성균관대 이주성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입찰자가 추천을 통해서 참여할 수 있는 경매에서 입찰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경매 메커니즘 개발
-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새롭게 경매방식으로 적용 가능
- 원청 업체가 하청 업체보다 큰 수익을 내는 현상도 설명 가능

 

일반적인 경매는 참여자가 늘어나면 경쟁만 심해지기 때문에 ‘친구’를 함께 데리고 갈 이유가 없다. 하지만 판매자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기 위해 친구를 ‘추천’해서 참여시켜 주길 원한다. 이렇게 판매자와 추천할 친구가 있는 입찰자의 이해관계 상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KAIST는 기술경영학부 정승원 교수가 성균관대학교 이주성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참여자가 친구를 추천할 유인(Incentive)을 제공하며, 판매자 입장에서도 기존 경매 방식들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경매 메커니즘 지피알(GPR, Groupwise-Pivotal Referral)을 개발했다고 2월 1일 밝혔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지피알 경매는 판매자도 기존 경매 방식 대비 많은 이익을 가져오며, 입찰자도 자신의 친구를 추천하여 함께 참여하는 것이 항상 이득이 된다. 만약 내가 추천을 안 하더라도 낙찰을 받을 수 있으며 추천을 해서 타인이 낙찰받게 될 경우, 오히려 직접 낙찰받는 것보다 더 큰 보너스를 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비공개 입찰방식은 최고가격(First-Price)경매 또는 차순위가격(Second-Price) 경매가 있다. 최고가격 경매는 참여자 모두가 입찰가를 비공개로 적어내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적어낸 사람이 해당 가격에 낙찰을 받는 경매 방식이다. 반면, 차순위가격 경매는 최고가를 적어낸 사람이 낙찰을 받되, 두 번째로 높은 금액만 내는 경매 방식이다. 

최고가격 경매의 참여자 면에서 단점은 입찰가를 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 높은 금액보다 아주 조금만 높게 적어내는 것이 최선이지만,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2014년에 최고가 경매로 팔린 한전 부지의 경우 현대차가 10조 5,500억 원에 낙찰을 받았고, 두 번째 금액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의 입찰가가 4조 6,700억 원이라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가 있다. 이렇기 때문에 규모가 큰 최고가격경매의 경우, 경쟁자의 입찰가를 알아내기 위해, 또 역으로 거짓 정보를 흘린다든지, 많은 신경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차순위가격 경매의 경우, 경쟁자가 어떻게 입찰하든지 간에 상관없이 각 참여자가 자신의 실제 가치를 입찰하는 것이 본인한테도 최선이 되는, 유인합치성(incentive compatibility)이라고 불리는 좋은 성질이 있다. 차순위가격 경매는 이를 연구한 노벨경제학 수상자 월리엄 비크리(William Vickrey)의 이름을 따서, 비크리 경매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인 환경의 비크리 경매에서는 각 참여자가 자신의 외부효과만큼 지불하는데 이를 통해 유인합치성이 만족되게 된다. 하지만 추천을 통해 비크리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 과도한 추천 보너스 지급으로 인해 정작 판매자의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이번에 새로 개발된 지피알 경매의 경우, 외부효과를 추천 네트워크상의 그룹별로 계산함으로써, 여러 좋은 성질을 가지게 된다.

이를테면 그림 1에서 판매자(0)는 입찰자 1,2만을 직접 알고 있고, 입찰자 1인 입찰자 3,4를 추천할 수 있으며, 입찰자 2는 입찰자 5를 추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차순위가격경매, 지피알경매, 비크리경매를 살펴보자.

* 차순위가격경매

일반적인 차순위가격경매에서는 추천보너스가 없기 때문에 입찰자 1,2만이 참가하게 되어 입찰자 1이 2억원에 낙찰을 받아 입찰자 1의 수익은 4-2=2억원, 판매자 수익은 2억원이 된다.

* 지피알 경매 

반면, 지피알 경매에서는 그림 2에서 설명된 그룹별로 외부효과를 계산하여 추천 네트워크상의 상위 참여자에게 지불하게 된다. 여기서 그룹외부효과란 해당 그룹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사회적 잉여(social surplus)에서 해당 그룹이 존재했을 때 (해당 그룹을 제외한) 사회적 잉여를 빼준 값이다. 예를 들어 입찰자 4로 시작되는 그룹 4의 외부효과는 6(그룹 4가 없었다면 최대지불의사 금액이 6억원인 입찰자 3이 낙찰)-0(그룹 4가 있을때는 그룹 4밖의 다른 모든 입찰자는 낙찰받지 못함으로)=6억원이 되는 것이다. 입찰자 4는 이를 추천네트워크 상의 상위 참여자인 입찰자 1에게 지불한다. 입찰자 1은 다시 그룹 1의 외부효과인 3(그룹 1이 없었으면 최대지불의사 금액이 3억원인 입찰자 5가 낙찰)-0(그룹 1이 있을때는 그룹 1밖의 다른 모든 입찰자는 낙찰받지 못함으로)=3억원을 상위 참여자인 판매자에게 지불한다. 따라서 입찰자 1은 비록 낙찰받진 못했지만 6-3=3억원의 추천보너스를 받게 되고, 판매자의 수익도 3억원이 된다.

* 비크리 경매 

참고로 비크리 경매에서는 각 입찰자가 각자의 외부효과만큼을 판매자에게 지불하게 되는데, 여기서 외부효과란 해당 입찰자가 존재하지 않았을 때의 사회적 잉여에서 해당 참여자 존재했을 때 (해당 참여자를 제외한) 사회적 잉여를 빼준 값이다. 위의 예제에서 입찰자 4의 외부효과는 6(입찰자 4가 없었다면 입찰자 3이 낙찰)-0(입찰자 4가 있을때는 다른 입찰자는 낙찰받지 못함으로)=6억원이며 이를 판매자에게 지불한다. 반면 입찰자 1의 외부효과는 3(입찰자 1이 없었다면 입찰자 3,4가 참여를 못하고 입찰자 5가 낙찰)-10(입찰자 1이 있을때는 입찰자 4가 낙찰)=-7억원이며, 즉 판매자에게서 7억원을 받게 된다. 나머지 입찰자는 지불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으며, 따라서 판매자의 총 수익은 6-7=-1억원, 즉 마이너스 수익이 나게 된다. 반면 지피알 경매에서는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연구에 참여한 KAIST 경영대학 기술경영학부 정승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입찰자 입장에서도 손해 볼 걱정없이 다른 입찰자들을 추천해서 참여시킬 수 있고, 판매자 입장에서도 마이너스 수익이 발생하지 않음은 물론, 기존의 여러 경매 방식보다 수익이 항상 더 크게 나오는 경매 방식을 최초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또한 모든 수익을 판매자와 직접 연결된 입찰자와 판매자 둘이서만 나눠 가지게 되는 GPR 메커니즘의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의 경우, 마치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보다 높은 수익을 얻는 상황의 극한값으로도 설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Games and Economic Behavior'에 지난 1월 게재됐다. (논문명: The groupwise-pivotal referral auction: Core-selecting referral strategy-proof mechanism)
* 논문링크: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89982562300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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