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장관 "'무전공 25% 선발' 인센티브…물러설 수 없는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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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장관 "'무전공 25% 선발' 인센티브…물러설 수 없는 원칙“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2.01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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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총장들에게 무전공 입학정원 확대 의지 피력
- "융합인재 양성 필요…경직적 전공, 학과 벽 깨야“
- 대교협 “등록금 책정 대학 자율성 보장” 요구
- 등록금 동결 규제 해제 건의문 받았지만…언급 無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월 31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교육부 제공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무전공(자율전공선택) 선발' 확대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는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각 대학이 일정 비율 이상 무전공(자율 선택 전공) 선발을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이 부총리는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 직후 대학 총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무전공 학생을) 25% 등으로 목표를 정하고 정부가 인센티브를 드리는 것은 저희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무전공 입학' 정원 확대 정책과 관련해 "경직적 전공과 학과의 벽을 두고 학생들이 묶여 있는 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학과별, 전공별 분절돼있고 전공 선택에 벽이 쳐져 있어서 졸업할 때 자기 전공으로 직업을 갖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고 지적하면서 무전공 선발 확대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교육부는 전날 2025학년도 대입부터 대학이 무전공 선발 비율을 높일수록 더 많은 인센티브를 준다는 내용의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대학에 지원하는 인센티브 배분을 위한 성과평가 기준 중 100점 만점에 80점을 차지하는 '교육 혁신' 지표는 무전공 선발과 연관돼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수도권 대학과 주요 국립대학의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 확대 비율에 따라 재정지원사업 정성평가에 반영해 최대 가점 10점을 주기로 했다. 무전공 선발 비율 요건은 없지만 25% 이상 추진하는 대학엔 가점 만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입시에서 ‘무전공 25% 모집’을 실시하는 사립대라면 정부 지원금을 많게는 9억 원 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부는 이런 골자의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확정했지만 대학들 사이에서는 재정난을 지렛대 삼은 무리한 추진이라는 불만과 함께 '사실상 의무화'라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총회에서도 속도 조절을 해줄 수 없냐는 대학 총장들의 주문이 나오기도 했다. 홍성태 서울 상명대 총장(서울총장포럼 회장)은 "대학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굉장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무전공 관련) 속도조절을 해 줄 수 없냐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부총리는 "대학사회의 큰 변화라 총장들에게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입학정원의) 25%든 목표를 정하고 정부가 인센티브 더 주는 식으로 하는 것은 교육부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학 자율성을 고려해 처음 연구팀이 제안했던 방식보다 조금 더 여유를 드리고 유연성을 보태서 (최종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2024년 정기총회가 1월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렸다.

◇ "빅블러 시대…학생들에 전공 선택 자유"

이 부총리는 관련 질문을 받고 "총장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올해는) 대학에 다양성,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사회 각 부문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금과 같은 '빅블러'(big blur) 시대에는 융합인재 양성이 절실하다"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이 해가 거듭할수록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학이 대응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 자유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빅 블러'는 첨단산업과 분야별 발전, 사회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기존에 존재하던 것의 경계가 뒤섞여 흐릿해진다(블러, blur)는 현상을 뜻한다. 융합인재 양성을 명분으로 대학의 벽 허물기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총장들은 이날 고등교육 분야 정부 재정 규모 확충을 거듭 요구했으나, 이 부총리는 '글로컬대학30'을 예로 들며 교육부의 정책 기조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정 확보에 앞서 혁신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컬대학30'은 단일 대학에게 주어지는 국고 사업비 규모로는 사상 최대 수준(5년 간 1000억원)으로, 통폐합이나 고강도 구조조정과 같은 혁신기획서를 대학이 지자체 등과 함께 마련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대학 재정 지원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못 미친 이유 중 가장 아프게 생각했던 게 '(정부 재정)투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라며 "총장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해 준 덕에 올해 8000억원 이상의 (예산) 순증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등교육(대학) 예산에 중장기적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고등평생교육 특별회계가 시작됐고 윤석열 정부에서 고등교육 재정의 큰 활로를 뚫었다”며 "올해 성과를 더 높여 나간다면 내년도 예산은 더 증가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거듭 동참을 촉구했다.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의 동반 성장 차원에서 추진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두곤 대학이 밀집된 수도권 지역 총장들로부터 우려가 제기됐다. 한정된 재정을 광역시도가 대학에게 분배해야 하는데, 이로 인해 과도한 경쟁이 생기지 않겠느냐는 취지다.

이에 이 부총리는 "그간 총장들이 재정지원을 받을 때 프로젝트(사업)별로 쪼개서 받으니까 대학 차원에서 남는 게 별로 없었다"며 "(내년 RISE 도입 이후엔) 이제는 대학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2~3개를 골라서 (재정을) 집행할 때 통으로(일괄) 집행하는 혁신적인 방식(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지난해 글로컬대학30 본지정 대학(연합) 10곳 선정 결과 사립대가 홀대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교육부도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더 많이 혁신한 대학들을 위주로 선정하다보니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사립대학 선정이 미약했다는 부분은 문제로 본다"고 인지하며 "사립대가 좀 더 활발하게 혁신에 참여하실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계속 고민을 같이 하겠다"고 했다.

첨단분야 학과 입학정원 순증이 수도권 대학에 이뤄지며 지방대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부총리는 "(지방대와 첨단분야 증원을 바라는 수도권의) 두 요구를 어떻게 절충할지 고민해야 한다"고만 했다.

 

대교협 2024년 정기총회가 3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렸다. 대교협은 이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문'을 전달했다. 사진=교육부 제공

대교협은 이날 총회에서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문'(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하며 "등록금 책정과 관련된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고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국가장학금 II 유형 사업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등록금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는 지방 사립대가 속출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러나 건의문을 받아든 이 부총리는 등록금 규제와 관련해서는 간담회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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