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 대학을 읽는 5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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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대학을 읽는 5가지 방법
  • 박한우 영남대·언론정보학
  • 승인 2024.01.28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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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나는 글로컬대학 교수다』 (박한우 지음, 패러다임북, 352쪽, 2024.01)


 

글로컬 대학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되어 왔지만, 나는 그것을 지방대학의 국제화와 같은 방식으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지방대 구성원이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고 세계로 나아가려는 인식과 의지를 가진 디지털 허브로 설명하고 싶다. 이러한 간단하면서도 직설적인 접근을 나는 이 책에서 5개의 챕터를 통해서 우리 연구진이 수행한 경험적 연구와 종종 학술적 자료와 시사적 이슈를 연관시키면서서 글을 적어 보았다. 초등학교 딸아이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체중과 신장을 측정하며 지난 밤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해 하듯이, 나도 20여 년의 지방대 교수를 하면서 생활인으로서 느끼는 눈높이의 변화와 연구자로서 성장하면서 얻은 성과와 내용을 담았다.

지방대학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글로컬 대학의 무한한 확장성과 경계 너머의 융복합적 범위성이 무엇인지 고민해 왔을 것이다. 그들의 사유와 논의가 나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좌충우돌 부딪치고 치열하게 활동했던 내용을 축적한 산이 있다면, 그 산 정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상호간에 느끼는 여러 감정의 끈을 이어붙인다면, 지구 몇 바퀴를 돌고도 남을 것이다. MZ 공무원과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이 지방 근무를 못 버티고 퇴직하는 이유처럼, 지방살이를 자의든 타의든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렸거나 서울과 지방을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개인적 이유와 숨겨진 고민까지도 포함한다면, 그 끈의 길이는 은하계를 덮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방살이가 서울과 지방의 기형적인 격차를 드러낸 한국 사회에서 순교자적 삶에 비견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렵게 된 공무원과 좋은 직장을 때려치우는 사람들의 배경에는 지방살이를 둘러싼 상황이 너무 복잡해서 어떤 정치인도 어떤 정책도 쉽게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년퇴직하는 선배 교수는 서울을 떠나면서 팔아버린 아파트가 수십 년간 받았던 연봉을 훌쩍 뛰어버렸다며,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후배 교수의 서울행을 오히려 응원했다. 어림잡아 계산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치솟아버린 수도권 물가를 보면서, 지방살이에 대해서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 이 책을 출판한 것은 아니었다.

                               1월 27일(토) 개최된 '나는 글로컬대학 교수다' 출간 기념 북토크

이 책은 과거 대중매체에 실렸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단행본의 형태로 세상에 내 보였다. 개별 꼭지마다 일반 독자와의 호흡을 위해서 직선의 딱딱함을 줄이고 곡선의 부드러움으로 미술 작품을 그리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글쓰기에 대한 도움도 여러 경로를 통해서 종종 구했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용도와 기능에 착안하여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듯이,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글로컬 대학과 지방살이의 더 많은 측면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출판했다. 그리고 내 주변의 많은 지방 시도민이 국내(지방)에 머물러 있지 않고 글로벌화(글로컬화)를 지향하며 세계와 호흡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개별 글 꼭지가 처음 세상에 나온 시기를 확인하는 것이다. 책 맨 뒤편의 출처 및 참고자료에 출판연도가 나와 있다. 가장 오래된 꼭지는 1996년에 나온 ‘거대 소비세력 부상 시니어 붐’과 1999년에 나온 ‘개인정보보호, 멀지만 가야할 길’이다. 2003년에 영남대학교에 부임했으니,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지방살이를 하기 전에 서울살이와 미국 유학 시절에 작성된 것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포함한 이유는 글로벌 인터넷 연구를 향한 나의 여정이 이미 청년 시절에 나도 모르게 시작되었음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소셜 미디어,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대중적 보급으로 일종의 문화지체 현상이 나타난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것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첫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스마트한 논문 쓰기는 있다 없다’, ‘국내기관의 과학기술 국제학술지가 지식교류매체 구실을 다하고 있나’, ‘e-리서치는 연구개발의 첨단 기반이다’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리서치는 빅데이터라는 용어가 2013년에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기 전까지 학계에서 데이터 빅뱅을 논의하면서 사용했던 개념이었다. 이후 등장한 AI와 기계학습은 기존의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논리를 뒤집으면서 연구과정의 혁신적 변화를 주도했다. 이처럼 첫 번째 챕터에서는 지능정보사회의 무거운 이슈부터 중년세대의 이야기꾼이 된 유튜브와, 챗GPT가 새로 여는 시대의 전망과 위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둘째, 디지털과 소셜미디어 챕터에 관심이 있다면, 2006년 발표된 ‘U-캠퍼스 역기능은?’을 통해서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좋겠다. 이 꼭지에서 언급된 무인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식당 관리인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은 키오스크의 확산으로 현실화되었다. 또한 ‘지능정보사회 복합격차 낳는 페이(Pay)’에서 언급된 것처럼 스마트폰은 새로운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챕터가 디지털에 대한 비관주의로 가득 찬 세상으로 끝을 맺는 것은 아니다. ‘해외 학계는 지금, 코끼리 SNS로 이사 중’과 같은 흥미로운 동향 정보와 ‘페이스북과 안티프래질’, ‘필터 버블에서 필터 멤브레인즈’와 같은 개인 및 정부 차원의 해결 방향을 제시했다.

셋째, 암호화폐와 가상자산 NFT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코인과 토큰에 대한 지식인 사회의 몰이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 2018년 1월의 '박상기의 난'이다.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박상기 교수는 암호화폐 거래 금지 및 거래소 폐쇄 등을 언급하면서 시장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비트코인 ETF가 공식 금융상품으로 인정받은 2024년 현재, 수많은 투자자들은 그 당시에 디지털 자산을 턱없이 낮은 가격으로 매도한 것을 두고 정부를 계속 원망하고 있다. 이 챕터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1개를 꼽는다면, ‘리플노믹스와 2040세대의 비애’이다.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 코인판(coinpan.com)에 가면, 이 글을 읽고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는 투자자들이 당시에 꽤 있었다. 디지털 자산은 최근에 오면서 메타버스 및 NFT 창작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이 챕터는 정치, 경제, 예술 영역에서 디지털 토큰의 활성화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순기능과 역기능을 다루었다. 

넷째, 지방살이와 관련된 내용을 찾는다면 지역사회와 의사소통 챕터를 먼저 읽는 것이 좋다. ‘브라보, OUT-서울’(2012년)에서 밝혔듯이, 수도권 집중에 대한 애달픔 대신 지방살이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고대하면서 지난 시간을 보냈다. 결론적으로 말해, 지방시대가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시대에 지방에서 멍 때리며 산만했던 시간은 오히려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대구 사람이 실패의 선구자일까’, ‘치맥노믹스와 위시리스트’ 등은 진부한 이슈에 신선한 접근을 시도한 사례이다. 다른 한편에서 ‘야누스 홍준표와 보수의 정치적 자살’처럼 언론, 정치, 문화, 교육, 기술 등의 시사적 주제에 로컬리티를 연결하였다.

마지막 다섯째 챕터는 대학혁신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잘 알다시피, 지방대학의 역할과 기능 축소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그렇지만 ‘트랜스 로컬과 끝나지 않는 트리플헬릭스’, ‘대학 생존을 위한 트리플 미디어 전략’ 등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리적 권역을 중심으로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경계를 넘어선 원활한 협력을 추진하고, 제반 활동의 디지털 데이터화를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국제학계의 ESG DE&I 동향과 효과’에 언급된 바와 같이, 글로벌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공공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학문 종속 부추기는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연구재단・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다양성 서비스 만들어야’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장수하는 사람의 특징에 메모하기와 일기적기를 본 기억이 난다. 글로써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책임감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나는 글쓰기를 통해 마음속에 쌓여 있던 답답함을 털어놓고, 조직 생활과 한국 사회에 대한 울분과 분노를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정신적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 이건 큰 장점이자 효과임이 틀림없다. 이 책의 수많은 글 꼭지들을 통해서 사람들이 내가 그랬듯이 무언가 정화되는 카타르시스의 느낌을 얻어서 건강한 삶을 영위했으면 좋겠다.

 

박한우 영남대·언론정보학

박한우 영남대 교수가 2023년 8월 17일 베트남 호치민시경제대학에서 열린 'ACBES2023'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5차 비즈니스와 경제연구에 관한 아시아 컨퍼런스' 기조 강연 주제 ‘빅데이터를 통한 혁신과 협업 측정하기' <영남대 사이버 감성연구소 제공>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외국어대, 서울대, 미국 뉴욕주립대를 졸업했다. 네덜란드 왕립 아카데미와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원 등에서 연구했다. 물리적 경계 속에 한정되었던 인간관계와 시대 이슈가 디지털을 통해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기존 법칙에 도전하는 과정을 탐구하는 빅데이터 연결망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SCImago-EPI Award, ASIST Social Media Award 등 국제 저명 학술상을 공동 수상했다. Quality & Quantity, Journal of Contemporary Eastern Asia, ROSA Journal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2023년에 국제커뮤니케이션학회가 선정하는 석학회원(ICA Fellow)으로 선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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