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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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1.2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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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챗GPT의 두 얼굴: 인공지능이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 금준경·박서연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72쪽

 

2023년 12월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가 ‘2023 과학계를 만든 인물’(네이처10)에 챗GPT를 선정했다. 『네이처』는 2011년부터 과학계에 큰 성과를 냈던 인물을 ‘네이처10’에 선정해왔는데, 인간이 아닌 챗GPT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었다. 챗GPT가 원고를 요약하거나 작성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다듬고, 코드를 작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과학 발전과 진보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챗GPT가 세상에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반면, 챗GPT를 악용하면 과학의 우물을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더럽힐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2023년 12월 구글이 거대 언어모델인 제미나이를 발표했다. 제미나이는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으로 말하거나 들을 수 있는 정교한 멀티모달 기능을 갖추어, 기존 멀티모달보다 뛰어나다고 한다. 오픈AI의 챗GPT4가 86.4퍼센트의 정답률을 보인 반면, 제미나이 울트라 모델은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테스트에서 90퍼센트의 정답률을 보였다는 것이다. 오픈AI가 2022년 11월 챗GPT를 발표한 후 1년 만에 구글이 대항마를 출시한 것인데,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에서 두 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인공지능 기술이 등장하고 발전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챗GPT의 등장이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창작 도구이면서 동시에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IT 전문가가 아니어도, 값비싼 프로그램을 구매하지 않아도 고난도의 창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기업 주도의 강력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널리 회자되었다. 사람들이 직접 새로운 인공지능 도구를 써보면서 변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 책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현황과 전망, 기대와 우려를 다룬다. 우선, 챗GPT뿐만 아니라 구글의 바드와 네이버의 클로바X 등 경쟁 서비스들의 현황도 함께 다루는 등 다양한 최신 사례까지 담았다. 이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뉴스, 문예 창작, 포털사이트 서비스, 영상 콘텐츠, 교육 등 각 분야에서 어떠한 변화를 초래하는지 살펴보면서 미래를 전망했다. 동시에 인공지능이 촉발하는 문제와 우려도 조명했다. 허위 정보를 양산해내고, 프라이버시를 위협하고, 교육의 근간을 뒤흔들고,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는 등 인공지능 시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쟁점들을 다룬다. 

챗GPT를 비롯한 거대 언어모델 개발 과정에는 많은 정보가 입력된다. 책과 언론 기사를 포함해 온라인 공간 속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게시글 상당수가 학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섞여 들어갈 수 있고, 유출될 위험성이 있다. 또 챗봇 형태의 생성형 인공지능과 대화하면서 개인의 민감한 정보도 입력할 수 있다. 이렇게 입력된 정보가 서버에 저장되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개인정보가 여러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픈AI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진의 분석 결과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 취약한 직업으로 수학자, 통역사와 함께 웹디자이너가 꼽혔다. 영국의 『가디언』은 “생계 위협에 가장 먼저 직면한 이들은 사진가와 디자이너”라고 했다.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생성하고 소설을 쓰는 것에 대해 그것을 저작물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하나의 쟁점이 된다. 따라서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벌어지는 저작권 도용과 관련한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은 이미 학교 안에 들어왔다. 특히 숙제나 과제를 할 때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례가 늘면서 학교의 고민도 커졌다. 챗GPT에 특정 주제에 관한 글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순식간에 그럴듯한 글을 만들어내다 보니 과제에 활용하기 좋다. 최근 교사들 대상 연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기 주제는 인공지능과 챗GPT다. 교사들이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챗GPT가 학생들의 생각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과 달리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할 경우에는 우려가 크다. 사고력은 글쓰기 과정을 통해 향상되는데, 챗GPT는 과정을 생략하고 완성품으로 점프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사고하는 방법을 완전히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인공지능 리터러시’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분야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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