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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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 김호성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AI융합학부 교수
  • 승인 2024.01.21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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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호모 사피엔스 출현 이후 인류는 수렵채집 시대에서 농경사회로 정착하면서 많은 땅을 농경지로 바꾸어 왔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지구 생태계에 변화를 주기 시작하였고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엔진과 모터의 힘을 빌려 지구 모습을 바꾸고 있다. 그 결과 지상 척추동물의 바이오매스 2%만 야생으로 남게 되어 6차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산화탄소 급증에 의한 기후변화 등 지구환경 전체가 급속히 변화하는 급가속 시대로 진입하였다. 

최근의 급격한 변화를 보면 정보혁명의 결과로 인터넷, 스마트폰, AI로 이어지는 혁신으로 인류는 이미 호모 사피엔스 종의 특성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종으로 거듭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정보기기를 모든 생활의 필수재로 항상 사용하고 있으며 웨어러블 형태를 넘어서 BCI 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각, 근육과 지능을 확장한 사이보그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21세기 중반을 넘어서는 특이점을 지나 데이터, 정보처리 능력이 무한 확장되는 초지능 시대가 열리게 되어 에너지, 물질, 바이오, 사회,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했던 혁신이 일어나면서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것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러한 변화로 지식을 창출하고 전달하는 오래된 대학의 기능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많은 전문 지식들을 일반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가 발달하여 지식이 대중화 되었고 정보 검색을 넘어 지식을 맞춤형으로 전달하는 AI의 발달로 대학의 교육 기능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성 AI의 발달로 대학원생과 함께 지식을 창조해 내는 방식도 불필요하게 되어 누구나 원하는 새 지식과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은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새로운 형태로 변화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교육체계 전반을 재검토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가까운 시기에 지식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지식 플랫폼이 출현하고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식 플랫폼에는 학습자의 배경지식, 성향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하는 형태의 모습과 목소리로 쉽게 설명하는 맞춤형 지식 프리젠터가 있으며 VR, AR 방식으로 유연하고 다양한 체험학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특정 주제로 토론 혹은 협동학습을 할 수 있도록 유사한 관심사와 전문성을 가진 맞춤 소그룹을 구성하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편리하고 직관적인 소통도구들을 제공한다. 학습자의 학습태도와 학습과정을 모니터링하여 학습자에 최적화된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적절한 개별 피드백을 통하여 학습자의 관심사와 능력에 맞추어 다음 학습 내용을 안내할 것이다.

지식 플랫폼에는 기존 지식이 단순히 텍스트 형태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대형 언어 모형과 같이 신경망 형태로 축적될 것이다. 새로운 지식도 급증하는 데이터를 기반하여 기존 지식을 근간으로 생성되며 새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생성되어 제공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연구 주제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창의성을 촉진할 수 있다. 결국 지식플랫폼의 근간을 이루는 AI는 인간 혹은 사회의 필요에 부합하여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래에는 현실에 안주하여 무기력하게 AI에 의해 제공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보다 호기심과 새로운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 중요한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예상은 다소 허황되고 SF영화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의 근본적인 접근 방식이 인간 뇌의 복잡한 신경망 형태와 유사하다는 점, 오랜 인류 역사를 통해 축적해 왔던 문명과 문화의 복잡성을 반영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축적되고 있다는 점, 이렇게 복잡하고 천문학적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계산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급가속 발달 속도를 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미래가 도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호성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AI융합학부 교수

성신여대 전산학과, 미디어정보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와 AI융합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를 졸업했으며, KAIST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성신여대 교수회 회장, 총장, 대학평의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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