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자본주의의 탄생과 진화를 이해하는 불멸의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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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자본주의의 탄생과 진화를 이해하는 불멸의 고전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1.20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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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부론: 여러 국가의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탐구 | 애덤 스미스 지음 |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1,120쪽

 

『국부론』은 경제학의 학문적 기초를 놓은 애덤 스미스(1723-1790)의 불후의 명저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경제의 원리를 소개하는 책으로 그치지 않고 사회, 철학, 역사, 종교, 정치 등 여러 분야를 통합적으로 다루면서 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있고, 무엇보다 인간 본성에 대한 철저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람을 중심으로 한 경제와 부의 흐름을 풀어가고 있으므로 통합 인문서에 가깝다.

스미스는 분업과 기계화를 통해 재능의 차이가 생기고, 그것이 시장에서 평화롭고 합리적인 교환을 거쳐 거래되는 것이 자유주의 경제라고 주장했다. 인간이 자신을 사랑하는 행동을 충실히 해나갈 때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 작용해 사회의 공동선이 강력하게 추진된다고 여겼다. 저자에 따르면 국부는 노동 투입 기술과 효율성에 따라 증가한다. 즉, 국가와 개인이 많은 생산물을 내놓을수록 부유한 나라라는 것이다. 지금은 상식적인 생각이지만, 금은의 축적을 국부의 핵심이라고 여긴 스미스 당시의 중상주의 시대에는 새롭고 혁명적인 사상이었다.

『국부론』은 총 5권으로 구성되는데 1-2권은 경제 이론이고, 3권은 로마 이래 산업 발달의 역사를 개관하고, 4권은 중상주의와 중농주의 경제 이론을 비판하고 있으며, 5권은 국가 운영과 사법행정에 소요되는 경비와 수입원(세금과 공채)에 대해 기술하면서 법학과 정치학까지 섭렵한다.

6천 년의 역사 동안 인류는 당연히 경제활동을 해왔다. 대부분은 물물교환과 상업, 협동이라는 수준을 통해 노동(생산물)의 교환을 이루어왔다. 이 모든 활동은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 수준에서 이루어졌고, 근본적인 원리나 체계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거나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스미스는 이 책에서 역사상 최초로, 경제활동의 본질을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시도했다. 당대의 개인은 물론 사회와 국가의 경제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상세히 관찰하고, 그 안에서 자본이 어떻게 축적되고 투자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 국부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했다.

시장 자율이든 정부 간섭이든, 모든 경제행위는 임금, 지대, 이윤의 세 가지 요소로 환원될 수 있다. 스미스가 정립한 이 기본 원리는 그 후 현대 경제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스미스 이후, 임금 이론은 리카도의 『조세 및 경제 원리』에서, 자본 이론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지대 이론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서 각각 더 자세히 전개되었다. 부자들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부의 과시를 위한 것이라는 스미스의 주장은 소스타인 베블렌의 『유한계급론』에서 과시적 소비라는 개념으로 정립되었다. 스미스가 주장한 수요와 공급의 완전 균형 이론은 나중에 케인스의 불균형 이론에 따라 보충되었다. 케인스의 복지 국가 이론은 이미 『국부론』 제5권에서 씨앗이 뿌려져 있다. 이처럼 가히 경제학과 자본주의의 바이블이라고 할 만하다.

이 책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1756년에 시작된 7년 전쟁이 있다. 인도와 북아메리카에 대한 해외 무역이 『국부론』의 중요한 배경이므로 이 사건은 자주 등장한다. 그는 이 전쟁을 통해 국가가 무역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것보다, 개인의 경제 활동에 대한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부를 증가시키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고, 이러한 생각은 그의 “보이지 않는 손” 사상에 반영되었다.

7년 전쟁의 결과로 영국에 패배한 프랑스는 1776년에 시작된 미국 독립전쟁에 영국 식민지들 편에 서서 적극 지원하게 되었고, 이는 식민지가 독립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로 인해 국력이 쇠약해진 프랑스는 1780년대 재정 위기를 맞이했고, 이를 계기로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부론』에서 다룬 아메리카의 식민지화와 동인도(아시아)와의 확대 무역은 스미스 당시의 유럽에 새로운 소비주의 문화를 일으켰다. 설탕, 커피, 담배는 유럽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를 불러일으켰고 차례로 남북 아메리카 농장주들의 수익성을 크게 높여주었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런 물품 교역을 소상히 다룬다.

『국부론』의 정식 제목은 “여러 국가의 국부의 본질과 원인에 대한 탐구”이다. 스미스가 말한 부의 원천은 금은이 아니라, 한 나라의 토지와 노동에서 나오는 연간 생산물의 총량(현대 용어로는 국민총생산, 즉 GNP[gross national product])이다. 이러한 스미스의 주장은 지금 보면 아주 상식적인 얘기지만 중상주의가 판치던 스미스 시대에는 아주 혁명적인 생각이었다. 영국이 7년 전쟁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이 물산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스미스는 국부론 4권과 5권의 식민지를 다룬 장에서 북아메리카 식민지(오늘날 미국) 운영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 빨리 손 떼는 게 좋겠다는, 당시로는 놀라운 제안을 한다. 영국 정부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면 많은 물적·정신적 피해 없이 아메리카로부터 철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일어나는 국가 간의 분쟁, 무역 상품의 교환, 초기 단계의 은행 시스템, 동인도회사와 같은 주식회사의 역할, 시장의 역할과 개인의 이기심이 경제를 움직이는 원리, 그리고 국가의 수입과 지출에 관한 부분 등, 자본주의 전반을 꿰뚫는 원리와 지혜를 1000쪽이 넘는 지면 위에 세심하게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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