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교육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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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 교육의 변화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4.01.2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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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제26강_ 오세정 서울대 명예교수의 「디지털 시대 교육의 변화」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열 번째 시리즈 ‘오늘의 세계’ 강연이 매주 토요일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섯 섹션 총 5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인류 공동체에서부터 개인의 실존에 이르기까지 지금 여기의 어젠다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론의 장을 펼친다. 오늘의 사회와 문화 영역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추이를 점검해보는 네 번째 섹션 ‘오늘의 사회와 문화’ 제26강 오세정 교수(전 서울대 총장·서울대 명예교수)의 강연을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디지털 시대 교육의 변화


오세정 교수는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공지능 기술과 모바일 기기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또한 세계는 이른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할 것”이므로 그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모색”하는 한편 “필요한 대비”도 해야 하리라고 이야기한다. 각별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와 그 일을 잘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를 살펴보아 미래 인재상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교육의 목표”를 정하는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인터넷에 기반한 비대면(non face-to-face) 기술과 최근 놀라운 발전을 보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주역”이 될 거라고 전망하며 향후 한국 사회에서 요구되는 “미래 인재는 기본적인 컴퓨터와 정보통신 기술 독해력을 갖춘 동시에,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문화를 넘나드는 이해 및 소통 정보력 등을 가져야” 하고 그에 맞춰 “대량 교육 시스템에 기반을 둔 현재의 교육 제도는 이와 같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에 적합하지 못하여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한다.

 

지난해 12월 2일, 오세정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오늘의 세계>의 26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1. 새로운 시대의 도래

제4차 산업혁명을 추동(推動)하는 기술은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mobile) 기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그리고 로봇, 빅 데이터(big data) 등이다. 그러면 모바일 기기와 인공지능, 빅 데이터 등의 기술에 의해서 발전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 특징은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 사회이고, 인간과 기계의 능력이 상호작용하면서 서로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사이버-물리 시스템(cyber-physical system) 사회가 될 것이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비대면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예측된다. 그러기에 제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 대신에 디지털 대전환 시대(Digital Trnasformation)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발달은 인류가 지금까지 맞닥뜨리지 않았던 여러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여태까지의 기술 발달이 대개 인간의 육체적인 힘(physical strength)을 대치하는 것이었던 반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정신적인 능력(intelligence)을 대치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인공지능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 위험 가능성 때문에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멈추는 일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것 같지 않다. 이미 상업적인 이해관계가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공지능 기술과 모바일 기기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세계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모색하면서 필요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2. 미래 인재상과 교육 제도

그러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경제적으로 자원이나 노동력 등의 전통적인 생산 수단(hard power)의 중요성은 점점 저하되고 대신 창의력이나 높은 질(high quality) 추구, ICT 역량 등 소위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에 따라 많은 미래학자와 교육학자들은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역량으로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력(critical thinking and problem solving), 창의성과 혁신(creativity and innovation), 컴퓨터와 ICT 이해력(computing and ICT literacy)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세계적 글로벌화가 진행됨에 따라 문화를 넘나드는 이해력(cross-cultural understanding)도 필수적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복잡해짐에 따라 여러 사람들과의 협업이 중요해져서 소통 능력 및 정보와 미디어 독해력(communication, information and media literacy)도 필수 능력의 하나로 등장하게 된다. 그러기에 앞으로의 교육은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을 가르쳐주기보다 창의적인 역량을 키워주어야 하고, 문제 해결 능력의 함양을 위해 프로젝트 과제 수업이 많아져야 하며, 인문사회 교양과 자연과학적 기술을 넘나드는 융합형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양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컴퓨터, ICT 독해력은 필수적이다.

그러면 지금의 교육 제도와 학교 등 공교육 기관은 이 같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를 키우는 데 적합할까? 불행하게도 이에 대한 답은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표준화된 지식을 갖는 인력들을 대량으로 양성하는 데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의 발전은 현재의 교육 기관과 교육 방식을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위성과 양방향 비디오를 통한 캠퍼스 밖 강의와 수업이 아주 적은 비용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교육 시스템이 크게 변할 것이고 특히 (상주 시설로서의) 대학은 존재의 가치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대규모 온라인 공개 수업(MOOC) 시스템이 출현했고, 많은 사람들이 MOOC 강의를 듣고 학점(credit)을 따기도 한다. 물론 아직까지 전통적 대학들에는 온라인 강의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않았지만, 이들 대학에서도 온라인 강의가 점점 늘고 있고 학위 과정에서 온라인 학점을 허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코로나 사태는 온라인 강의의 대중화, 보편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런 현상에도 불구하고 하버드(Harvard)나 스탠퍼드(Stanford), MIT, 옥스퍼드, 케임브리지(Cambridge) 같은 대학들이 소멸할 것 같은 징후는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더 많은 학생들이 이같은 “일류 대학”에 입학하려고 지원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대학 교육의 본질에 있다. 즉 대학 교육이 단순히 지식의 전수를 위해서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의 발전을 위한 사회적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강의로는 지식을 전수할 수는 있어도, 이러한 대학의 사회적인 면을 충족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다학제적 연구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다학제 대형 연구(interdisciplinary big science)를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한데, 소위 일류 연구중심 대학만이 이에 필요한 인력 풀을 제공할 수 있다는 현실도 작용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좋은 인재들이 이러한 대학들을 선호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반면에 학생 간의 좋은 인맥이나 다양한 전문가 풀을 제공하지 못하는 대학들은 도태되기 쉬워서 대학 사회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 학령 인구의 감소로 한국의 대학들이 이미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3. 새로운 기술로 인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의 변화

제4차 산업혁명을 추동하는 새로운 기술은 교육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기술들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추동(推動)하고 있지만, 특히 인터넷에 기반한 비대면(non face-to-face) 기술과 최근 놀라운 발전을 보이는 인공지능 기술이 교육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주역이 될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교육 방식은 교수(교사)와 학생들이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장소에 모여야 하는 전통적인 교육의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푼다는 면에서 매우 편리하다. 이를 통해 교육 기회를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하고 값싸게 제공할 수 있고, 이는 앞으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통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필요에 잘 부응한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 기술은 공간과 시간적 제한을 푼다는 의미를 넘어서는 좀 더 근본적인 교육의 질적(質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인력의 한계 때문에 생각지도 못했던 교육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는 것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 첫 번째로 개별적인 학습(personalized learning)이 가능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상호작용하는 교육(interactive learning)이 가능해질 것이다. 세 번째는 토론과 프로젝트 수업에서 학생들 상호 간의 협력 학습을 도와주고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정보에 대한 쉬운 접근(easy access to information)이 가능하다. 물론 ChatGPT 등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잘 알려진 생성형 인공지능의 문제점인 ‘환각’, 즉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정보가 제공되면 편견을 갖거나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또한 ChatGPT 등에 너무 의존하게 되면 학생 자신의 비판적 사고능력이나 쓰기(writing) 등 표현 능력을 기르는 데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컴퓨터나 휴대폰 등 디지털 기기에 너무 의존하면 교육의 중요한 부분인 친구들 사이, 교사와 학생 사이의 인간적인 접촉이 소홀해질 위험성도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교육이 늘어날 것임에는 틀림없으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할 때의 편익과 그 부작용을 잘 따져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4. 한국의 교육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 개혁은 정부의 중요한 어젠다로 꼽혀왔다. 하지만 거의 30여 년간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교육 개혁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이 사람마다 다르고, 심지어 진영 논리에 지배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과 관계없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교육에서 꼭 변해야 할 점들이 있다. 하나는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하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에게 필요한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선진국 산업을 추격하는 단계에서는 주어진 지식을 빨리 습득하는 모방형 인적 자본이 중요하였지만, 선진국과 대등한 단계에 올라선 다음에는 창조형 인적 자본이 필요한데, 한국의 교육은 계속 암기 지식 위주로 이루어져서 창조형 인적 자본 양성에 실패하였다. 

또 하나 한국 교육 현장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지방 대학교 문제이다. 지역 대학은 지역 인재가 모이는 거점이며, 미래 문화와 첨단 기술의 요람이다. 따라서 대학이 폐쇄되면 지역 사회의 미래 희망이 없어지는 셈이다. 특히 최근에는 대학과 지역 사회의 상생이 지역 활성화의 필수 요건이 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좋은 예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스탠퍼드 대학의 관계일 것이다. 미래 산업은 주로 과학기술력에 의존한 첨단 기업이므로 지역에 연구 중심 대학을 육성하여 그 대학의 기술력을 활용한 첨단 산업들의 창업이 일어나면 지역 경제도 살고 인구도 유입되어 지역 사회가 부흥하게 되는 모델이다. 우리나라도 지역의 공동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처럼 지역 대학을 연구 중심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지역이 융성하고 궁극적으로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물론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0년 이상 지속된 소위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들이 재정 상태가 매우 열악하다. 이들은 대학의 변화를 추진할 여력이 없으며 현상 유지도 어려운 형편이다. 따라서 공적 자금을 활용한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GLocal) 대학’ 육성 사업이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5. 결언

미래 인재는 기본적인 컴퓨터와 ICT 독해력을 갖춘 동시에,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문화를 넘나드는 이해 및 소통 정보력 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대량 교육 시스템에 기반을 둔 현재의 교육 제도는 이와 같은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에 적합하지 못하여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육계의 기득권과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교육 시스템 개혁이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꼭 이루어야 할 과제이다.

 

☞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디지털 시대 교육의 변화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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