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30 사업, 문제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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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대학30 사업, 문제는 없는가?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 승인 2024.01.15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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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세계적인 대학의 육성이란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에 시작한 소위 글로컬대학30 사업은 올해도 계속될 것이다. 예고대로라면 올해 1월에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4월 예비지정 후 7월에 본 지정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차로 10개 대학 선정을 끝내고 교육부 장관은 “이번 글로컬대학30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현장에서 시작되는 혁신과 변화의 물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을 선두로 모든 대학이 과감한 혁신을 통해 도약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한마디 속에서 교육행정 당국과 대학 현장이 느끼는 현실감이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국민의 세금인 국가 예산으로 대학을 좌지우지해온 교육행정의 고질적인 병폐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언술에 불과한 무책임한 말을 함부로 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의 제한된 지원 예산 속에서 어떻게 “글로컬대학을 선두로 모든 대학이 과감한 혁신을 통해 도약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하겠다”는 모순된 과장어법을 사용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경쟁을 통해 지원을 하면서 어떻게 모든 대학이 도약할 수 있도록 전폭 지원이 가능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역대학의 현실은 병들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환자처럼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체력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나 공급을 받아야 하는 지경이다. 그러다 보니 글로컬대학30 기획서를 제출한 모든 대학은 혁신이란 이름에 걸맞은 온갖 프로그램을 강구하여, 선정을 위한 경쟁 대열에 참여했던 것이다. 제출된 기획서들을 들여다보면, 교육부 장관의 말처럼 대학 현장에서 시작되는 혁신과 변화의 물결을 확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원에 목매여 있는 지역대학들은 엄청난 지원금에 일단 기대를 걸고 온갖 지혜를 짜서 기획서를 작성했으니, 그 안에 담긴 혁신은 놀랄만한 내용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를 두고 혁신과 변화의 물결이라고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들은 단지 종이 위에 그려진 기획서일 뿐이었다. 그것도 모든 대학 구성원이나 관계자들이 집단지성을 모아 총합한 내용이 아니라, 각 대학마다 소수의 기획자들이 모여 급조하다시피한 내용들이었다. 대학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공모사업은 이러한 관행을 아직도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비 선정을 거쳐 본 심사를 통해 선정된 결과는 예정한 대로 10개 대학으로 한정되었다. 문제는 이 10개 대학 중 7곳이 국공립대학이고 사립대학은 3곳에 불과했다. 이에 국공립대학을 위한 글로컬대학30 사업이란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국공립대학 통합안을 제시한 곳이 4곳이나 선정되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역대학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적의 길이 대학통합인가라는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서 대학통합은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제안목적이 세계적인 대학의 육성이란 점이라고 한다면, 이는 처음 제시한 방향의 설정과 그 실현 과정에서 뭔가 거리가 생겨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통합을 통해 세계적인 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 흐름은 거대규모의 대학이 아니라 특화된 강소대학이란 점에서 그 방향성을 찾아야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이러한 대학의 특성을 더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글로컬대학30 사업의 지원 기간이 5년이란 한정된 시간이기에 대학통합에만 글로컬대학30 사업의 방향성을 두어서는 곤란하다. 왜냐하면, 그동안 각자의 독립성과 고유성을 지니고 운영해오던 두 대학이 하루아침에 화학적 통합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물리적인 통합이 당장 이루어지더라도 하나의 통합된 대학비전을 가지고 세계적인 대학으로의 비상을 제대로 시작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내 최초로 국공립대학의 통합을 이룬 부경대학교의 경우엔 공간적 거리감도 크게 없는 두 대학이었지만, 화합적 통합을 이루기까지는 몇 년이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융합되고 화합되어 어느 정도 하나의 방향을 향해 대학 구성원들의 힘을 재결집시키기까지는 한 대학을 새로 설립하는 것 이상의 힘과 노력이 뒤따라야 했다. 그러므로 5년이란 한정된 시간 안에서 글로컬대학30 사업을 제대로 실현해 나가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의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성찰하지 않고 무조건 대학통합을 글로컬대학30 선정의 절대기준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문제는 이미 첫해의 경우 대학통합 쪽에 유리한 평가를 하여, 1차 선정을 했기에 2차 연도에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도전장을 내는 대학들은 일차적으로 대학통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실적 여건으로 보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지역사립대학의 입장에서도 이는 결코 동의하기 힘든 평가 잣대의 하나일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정리해야 할 항목은 글로컬대학30 사업과 먼저 시작한 라이스 사업의 관계 설정이다. 지역대학을 통해 지역을 살린다는 측면에서는 하나의 목적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두 사업에 모두 다 지원 대상이 되는 지역대학의 경우는 금상첨화가 될 수도 있지만, 라이스 사업에 속하지도 못하고 글로컬대학30에도 선정되지 않은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대학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을 살린다는 것은 결코 지역의 몇 개 대학을 살리는 것으로는 온전히 실현될 수 없다.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대한 세밀하고 치밀한 점검을 통한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고신대 석좌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및 고신대 석좌교수.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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