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밖의 시각에서 본 한국어 절의 보편성과 특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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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밖의 시각에서 본 한국어 절의 보편성과 특수성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4.01.14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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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어유형론 관점에서 본 한국어 내포절과 접속절 | 문숙영 지음 | 아카넷 | 824쪽

 

이 책은 언어유형론의 관점에서 한국어의 내포절과 접속절의 특징을 탐구하는 책이다.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대상은 관형사절, 명사절, 부사절, 접속절, 인용절이다. 언어유형적인 논의가 모든 종류의 절에 대해 고루 이루어진 것이 아니므로, 사안에 따라 몇몇 언어와의 대조에 기대기도 했다. 따라서 이 책은 언어 대조 및 유형론에 바탕을 둔, 한국어 절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한국어의 절은 유럽어 기반의 절 분류에 입각하여 기술되어 왔다. 그러나 관계절·보어절·부사절로 대별되는 유럽어의 체계는 한국어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유럽어는 문법적으로 관계절과 명사 보어절이 구별되고, 명사 보어절과 동사 보어절은 동일하다. 그래서 관계절과 보어절이 나뉘어 왔다. 그러나 한국어는 관계절과 명사 보어절이 오히려 유사하고, 명사 보어절과 동사 보어절은 크게 다르다. 즉 유럽어처럼 관계절과 보어절로 대별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또한 한국어는 명사절을 상당히 다양하게 활용하는 언어인데, 유럽어의 체계에서는 명사절이 독자적인 부류가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어는 연결어미가 유례없이 발달하여 접속절의 비중이 막강한데, 유럽어의 체계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수의적인 성분인 부사절로 묶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어 접속절은 의존적이기는 하지만 성분의 자격으로 내포되는 것은 아니며, 따라서 문장의 문법보다 담화의 문법으로 다루어질 만한 절의 종류이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 아래, 한국어 밖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어 절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담았다.

책은 전체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기본적 논의이다. 본문 내용의 바탕이 되는 개념들과 문제의식을 담았다. 1장은 절의 개념, 복문의 범위, 절의 종류를 기술하되, 유럽어 중심의 분류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한국어의 특수성에 중점을 두었다. 2장은 절의 독립성과 의존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제들을 다루었다. 독립적인 절과 의존적인 절은 형태통사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이런 차이에 동원되는 정형성 범주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를 기술하였다. 아울러, 의존적인 절이 독립적인 절로 발달하는 탈종속화 현상을 소개하고, 탈종속화 구성의 특징과 검증법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2부에서 5부까지는 관형사절, 명사절, 부사절과 접속절, 인용절에 대한 각론이다. 2부부터 4부까지는 각각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장은 절의 종류에 따른 언어유형적 쟁점과 성과를 다룬다. 절 각각의 범주적 특징과 언어 대조 시 고려할 만한 지표를 제공함으로써, 절 일반론이나 개별 언어 연구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두 번째 장은 관형사절, 명사절, 종속접속절 각각이 한 국어 문법 안에서 어떤 위상에 있으며 다른 언어들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다룬다. 언어 대조와 유형론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어 절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다. 관계절과 명사보어절이 구분되는 유럽어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이들의 차이가 크지 않아 관형사절로 묶여야 하는 한국어의 특수성, 일반언어학이든 언어유형론이든 별로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았던 명사절의 존재와 이 명사절을 보어절 방책으로 폭넓게 활용하는 한국어의 현실, 부사절로 뭉뚱그리기에는 그 독립성과 기능 부담량이 유례없이 무겁고 방대한 한국어의 종속접속절과 이런 접속절을 절 유형론에 추가해야 하는 사정을 모두 두 번째 장에 담았다.

세 번째 장에는 각각의 절의 속성과 특징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맞닥뜨리게 되는 현상이나 함께 탐색되어야 하는 추가적인 질문을 모았다. 국내 논의의 그간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면서, 향후 한국어의 특징을 기술하는 데도 비중 있게 다루어져야 하는 것들이다. 관형사절에서는 한국어에 내핵관계절이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 ‘다는’으로 표현되는 인용절과 문장형 보어절의 문제, ‘은/을’의 의미범주와 대립 여부를 다룬다. 명사절에서는 파생도 겸하는 굴절로서의 ‘음, 기’의 속성, ‘음, 기’의 의미범주와 ‘은/을 것’과의 대체 양상, 명사형어미가 포함된 어미나 어미 상당구성이 관심사이다. 접속절에서는 병렬접속절과 종속접속절의 구분, 파생부사와 부사형 구분의 어려움, 필수적 부사절, 주절 없이 단독으로 쓰이는 접속절을 논의한다.

5부는 동사보어절로 쓰이는 절 중에서 인용절만 떼어내어 다룬다. 이는 인용절의 연구 역사가 깊고 많은 언어에서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어 온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인용절의 첫 번째 장은 언어유형적 논의를 포함하여 한국어 인용절의 문법과 특징을 다룬다. 두 번째 장은 인용의 한 종류이면서 문학의 서사기법으로 알려진 자유간접화법이 한국어에도 존재하는지를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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