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희와 '난장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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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희와 '난장이'의 시대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1.0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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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카오스모스 수사학 | 우찬제 지음 | 서강대학교출판부 | 322쪽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의 1주기를 추념하기 위해, 그의 평판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다각적으로 거듭 읽으며, 등단작 <돛대 없는 장선(葬船)>에서, 사진 작업에 이르기까지, 조세희 문학의 특성을 복합적으로 성찰한 저작이다. 저자는 ‘난장이’의 고통스러운 삶과 죽음의 서사를 매우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조세희의 문학적 생애를, 깊은 고통에 깊은 공감과 연민을 보낸 시대로 정리한다. 

“그는 일련의 ‘난장이 체험’을 통해서 ‘나도 난장이다. 우리는 난장이다’라는 생각을 지니게 되었고, 난장이의 고통에 깊게 스며 들어갔다. 난장이의 깊은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과 공분으로 한 편, 한 편, 엄중한 글쓰기를 수행했다. 그렇게 난장이의 깊은 고통을 형상화하면서, 조세희는 분명한 윤리적 전망을 내보였다.”

이 책은 본문 7장과 에필로그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작은 몸, 큰 고통’은 등단작 「돛대 없는 장선(葬船)」에 매설된 조세희 문학의 특성을 이후의 작품들과의 관련성 속에서 밝힌 것이다. 2장 ‘대립의 초극미, 그 카오스모스 수사학’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신판 해설로 1970년대 이른바 난장이 신화의 문제성, 대립적 세계관과 그 초극의 상상력, 뫼비우스 변환과 카오스모스의 수사학적 특성 등을 논의했다. 3장 ‘불안한 ‘유리병정’의 리얼리티 효과’에서는 불안한 시대의 불안한 ‘유리병정’으로 표상되는 난장이가 꿈꾸었던 정신은 무엇이었으며, 그 불안의 상상력과 함께 창의 은유와 몰핑 기제 같은 수사학적 특성 등을 다루었다. 4장 ‘탈구성적 서사와 탈구성적 소통’은 한국 현대문학 장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어떻게 수용되었는지, 그 수용 양상을 헤아리면서, 탈구성적 서사 기법과 그 미학적 효과와 리얼리즘 불만 사이의 거리 문제, 미메시스와 세미오시스의 관계, 정치적 맥락에서의 검열의 문제 들을 살폈다.

5장 ‘복합 시선, 심미적 이성, 뫼비우스 환상곡’에서는 조세희 문학의 전체적 특성을 통시적, 주제적으로 논의했다. 난장이 서사의 특성, 사랑과 희망이라는 이념, 대립적 세계 인식과 교사의 사상, 공해의 환경 생태학, 애도와 희망, 난장이 현장의 역사성과 반역사성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었다. 6장 ‘폭력적 현실과 문학적 정의’에서는 조세희 문학의 전체적 맥락에서 장편 『하얀 저고리』의 문학적 특성을 성찰했다. 역사와 문학에 대한 작가의 원근법적 투시안을 살폈다. 7장 ‘생태적 애도와 환경 정의’는 가장 최근에 거듭 읽은 결과물이다. 사회생태학적 입장에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었다. 횡단-신체성을 주목하면서 은강의 프레카리아트들의 사회생태를 살피고, 생태적 애도의 서사를 넘어서 생태-세계시민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특징적 국면들을 논의했다.

에필로그에서는 작가 조세희의 전기적 정보를 따라가면서 작가가 밝힌 난장이 체험과 난장이라는 캐릭터가 형성되는 과정, 이후의 문학 역정 등을 정리하면서,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해석 맥락을 다채롭게 구성하고자 했다. 그리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작가 조세희의 난장이 체험에서 비롯된 소설이라는 점, 난장이로 상징되는 당대의 프레카리아트들의 터전 상실에 대한 불안, 불화, 불평등의 문제를 잘 형상화했다는 점, 대립적 세계관에서 출발하되 그것을 넘어서 상생의 지평을 공동 생성하기 위한 실천적 지혜를 모색하고자 한 작품이라는 점, 리얼리즘과 탈리얼리즘이 스미고 짜이면서 독자가 형성하는 열린 텍스트의 문학성을 탈구성적으로 구현했다는 점, 소설사의 맥락에서 볼 때 산업화된 1세대 노동자를 내세워 평등의 정치적 무의식을 본격적으로 제출한 작품이라는 점, 횡단-신체성과 환경 정의의 문제와 관련해 논의를 더 확대 심화할 수 있다는 점, 돌봄의 윤리와 책임 윤리 및 공공인문학적 성찰의 맥락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점 등의 논의를 종합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세희 문학의 키워드로 ‘뫼비우스 환상곡’과 ‘카오스모스 수사학’을 내세운다. 대립적 현실의 깊은 고통을 깊게 인식하고 아파했던 작가 조세희는, 그것을 초극하기 위한 지향 의식을 도전적 상상력으로 펼쳤는데, 그 특징을 나는 ‘뫼비우스 환상곡’이라는 상징적인 비유로 담고자 했다. 또 현상과 인식, 형식과 스타일 등 여러 면에서 혼돈(chaos)과 질서(cosmos)를 넘나들고 혼돈 속의 질서를 역동적으로 탐문하면서, 열린 텍스트를 형성해 가는 과정을 ‘카오스모스(chaosmos) 수사학’으로 논의했다. 서로 다른 맥락에서 빚어진 핵심어이지만, 둘은 서로를 통해서 동반 형성되는 것이기도 하다. ‘뫼비우스 환상곡을 통한 카오스모스 수사학’, 혹은 ‘카오스모스 수사학을 통한 뫼비우스 환상곡’, 이렇게 양방향의 공동 생성이 역동적으로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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