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물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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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4.01.0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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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을 위한 정의: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 마사 너스바움 지음 | 이영래 옮김 | 최재천 감수 | 알레 | 512쪽

 

세계적인 법철학자이자 미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마사 너스바움이 동물 권리를 주제로 해 쓴 책이다. 저자는 인간의 이익을 절대적으로 우선해서는 안 되며, 모든 생물은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자에 의하면, 현재 빈곤과 질병으로 인한 인간 삶의 위협 대부분은 효과적인 정부 제도의 부재로 인한 것이지 지구 역량의 “자연적” 한계로 인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든 종이 번영의 기회를 갖는 다종 세계를 구상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 또 거기에서 더 나아가, 동물의 삶에 대한 윤리적 조율과 동물의 복잡성과 존엄성에 대한 경이의 감각은 우리 인간성의 일부이며, 그것이 없다면 인간의 삶 자체가 피폐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마사 너스바움은 이 책을 통해 동물의 삶에 대한 정확한 시각에 기초한, 법에 적절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철학 이론을 제공함으로써 상황을 전환시키고자 한다. 법은 인간이 지닌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진다. 그 이론이 인종차별적이라면 법도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이라면 법도 그러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정치적 사고가 인간 중심적이고 동물을 배제한다. 이 책은 법과 철학에서 현재 동물의 정의와 권리를 뒷받침하고 있는 세 가지 이론의 결함에 대해 알아본 후, 정치와 법의 방향을 잡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한 이유와 동물에 대한 정의와 불의를 생각하는 새로운 이론인 역량 접근법을 제시한다.

우선 동물에게 권리가 있다는 철학적 논쟁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일부 동물과 애정 어린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이런 애정을 동물 권리에 대한 포괄적인 관심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기본 애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동물의 노력이 부당하게 좌절될 때 윤리적 방향의 연민과 미래지향적인 격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윤리적 방향의 경이의 감각을 깨우려 시도한다. 이런 모든 감정은 저자가 인간을 위한 국제개발기구의 지침으로 개발한 역량 접근법과 긴밀히 연결된다. 동물 삶의 형태가 가진 다양성, 존엄성, 사회적 역량, 호기심, 놀이, 계획, 자유로운 이동, 번영할 수 있는 기회 등이 그 핵심 내용이며 동물의 최소한의 기본적 권리이자 정의다. 저자의 역량 접근법에 따르면 반려동물에 대한 시민권(반려동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 반려동물이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은 무엇보다 이들 반려동물이 수단이 아닌 목적인 존재, 일종의 기본법에 명시된 대로 공공정책을 통해 적정 기준치까지 종 특유의 역량을 키워야 마땅한 존재라는 의미다. 따라서 모든 인간은 동물의 역량을 보장하고 보호해야 할 공동의 의무를 진다.

인간과의 유사성을 이유로 제한된 범위의 동물들에 대한 보호를 쟁취하는 데 집중한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So Like Us)” 접근법은 법학자이자 운동가인 스티븐 와이즈의 연구를 통해 미국 법과 정책에 큰 영향을 끼친 인간 중심 이론이다. 이 이론은 지나치게 편협하며 동물 삶의 이질성 및 다양성과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이 이론은 동물 자격을 확장하는 전략으로써 비생산적이다. 인간 중심적인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접근법에서도 인간과의 유사성을 법적, 정치적 원칙의 원천으로 보지 않고 차이에 대한 경이로움과 존중을 포용한다면 “중첩적 합의”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이런 견해가 본래 모든 자연을 하나님의 창조물로, 인간을 오만한 지배자가 아닌 책임감 있는 청지기로 보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만하다.

오늘날 동물 정의에서 가장 두드러진 접근법은 오스트리아 철학자 피터 싱어가 발전시킨 공리주의 접근법이다.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에 바탕을 두고 헨리 시지윅의 전통을 계승하고 확장하여 동물권에 관한 중요한 공리주의적 논리를 구축한 이 접근법은 쾌고감수능력을 가진 모든 존재의 삶을 인도하는 보편적인 규범으로서의 고통과 쾌락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고통에 민감하다는 면에서 크게 존중받아 마땅하나, 이 접근법은 장점도 많지만 결함이 대단히 크고 많아 적절한 지침이 될 수 없다. 동물의 삶의 형태 전체와 동물 번영과 박탈의 측면에서 주목하는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동물의 삶의 존엄이라는 측면에서 큰 진보를 이루었지만 몇몇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철학자 크리스틴 코스가드의 칸트주의 접근법을 살펴본다. 코스가드의 칸트주의 접근법은 칸트주의적 부분과 아리스토텔레스적 부분을 담고 있다. 동물 그 자체를 인간 목적의 도구가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해야 한다고, 즉 자신의 목적을 중요하게 여기는 존재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역시 동물 정의에 대한 좋은 접근법에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요소와 칸트적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는 코스가드의 의견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동물의 주체성과 동물 삶의 복잡성을 정당하게 평가하지는 못했다. 즉 코스가드는 위에서 설명한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접근법의 오류들 대부분을 피했지만 결국 그 접근법의 한 버전, 동물의 가치가 인류와의 유사성에서 파생된다는 아이디어에 자신을 결부시켰다. 여전히 인간이라는 동물을 자연계에서 분리시킨다는 결함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위의 모든 접근법의 결함을 수정한 역량 접근법은 노력하는 생물에게 번영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번영의 기회란 고통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긍정적인 기회의 목록, 즉 건강을 누리고, 신체 완전성을 보호하고, 감각과 상상력을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으며, 삶을 계획할 가능성을 갖고,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놀고 쾌락을 즐기고, 다른 종 및 자연계와 관계를 맺고, 자신을 주요한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긍정적인 기회의 목록을 의미한다. 저자는 역량 접근법을 세상의 모든 비인간동물들을 위한 가상 헌법과 같다고 말한다. 동물이 시민인 국가는 없지만 그들은 시민, 불이행이 불의인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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