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의 자세와 유권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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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자세와 유권자의 몫
  • 윤인현 인하대·한문학
  • 승인 2023.12.2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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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거철 곧 정치의 시즌이 돌아온다. 정당(政黨)마다 그리고 정당의 후보자마다 공약(公約, 공적인 약속)을 내놓는다. 말 그대로 ‘공약(公約)’이 ‘공약(空約, 헛된 약속)’으로 끝날 수도 있다. 20대 국회의 공약 이행률은 46%에 그쳤다. 그리고 올해 동아일보(<21대 국회의원 공약 이행률>, 2023. 11. 14.) 조사에 따르면, 2023년 11월 제출된 공약 중, 이행된 공약 비율은 18.5%에 그치고 있다고 하였다. 이처럼 공약이 헛된 약속이 안 되기 위해서는 정치인의 노력과 유권자의 관심 또한 중요하다.

2500년 전에 살았던 공자(孔子)께서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가르침을 내린다면 어떤 가르침을 내릴까? 아마도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를 바랄 것이다. 자기 정당 또는 계파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정말 민족과 국가를 위한 정치를 바랄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꼼수의 정당을 만들고 그것도 부족하여 이행되기도 쉽지 않은 헛된 공약을 남발할 뿐만 아니라, 걸핏하면 기자나 전 정권 등 남을 탓하는 책임 회피성 정치를 경험했다. 그래서 현시점에서 성인(聖人)께서 가르침을 베푼 정치 형태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공자(孔子)는 정치를 어디에 중점을 두었을까? 윗사람의 문제? 아니면 아랫사람의 문제일까? 공자가 천하를 주유(周遊)하고 노(魯)나라에 돌아왔을 때는 애공(哀公)이 나라를 다스리는 시대로, 대부 계강자(季康子)가 실권자였다. 계강자는 공자를 노나라 관리로 등용하지 않은 채 자주 불러 대화를 나누었다. 하루는 계강자가 정치에 대해 묻기를, “만일 무도(無道)한 자들을 죽여서 도(道) 있는 데에 나아가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하니, 공자께서 “그대가 정사를 행함에 어찌 살인(殺人) 정책을 쓴다는 말인가? 그대가 선(善)해지고자 하면 백성들이 선해질 것이니,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에 바람이 가해지면 반드시 쓰러진다.”라고 하셨다. 『논어(論語)』 「안연(顔淵)」편 ‘덕풍(德風)’에 나온다.

이는 정치를 행하는 사람을 백성들이 보고 본받는다는 말이다. 만약 살인 정책으로 정사를 펴면 백성들은 험하고 못된 것을 본받아 악행을 행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역으로 윗사람이 선(善)하고자 하면 백성들은 그것을 본받아 선해지게 된다는 말이다. 지도자는 바람과 같고 대중은 풀과 같아서 지도자의 착한 정책은 대중들을 착한 마음으로 인도하게 될 것이다. 마치 바람이 불면 모든 풀이 바람 부는 대로 향하듯이 그렇게 향할 것이라는 말이다. 제나라 경공에게는 “임금이 (제대로) 임금 노릇하며, 신하가 신하 노릇하며, 부모가 부모 노릇하며, 자식이 자식 노릇하는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좋은 정치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삶을 사는 것이 최고라는 의미일 것이다. 「안연」편 ‘제경(齊景)’장에 나오는 구절이다.

또 『논어』 「안연」편 ‘병식(兵食)’장에서 공자는, 제자 자공에게 “먹을 것을 풍족하게 해주고, 병장기[무기]를 풍족하게 하면 백성들이 믿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자공이, “반드시 부득이해서 이 세 가지 중에서 버리기로 하자면, 무엇을 먼저 해야 하겠습니까?”라고 여쭈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병장기를 버리느니라.”고 하셨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고 하였다. 믿음이 없으면 죽은 목숨과 같다는 것이다. 무기와 식량이 없어 죽는 것은 면할 수 없는 바이거니와, 믿음이 없으면 산다고 해도 자립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죽어서 편안한 처지에 처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 백성들에게 신뢰감을 잃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위정자가 솔선수범(率先垂範)하면 백성들은 저절로 본받아 마치 바람이 불면 풀이 한 방향으로 눕듯이 선(善)한 정치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또한 위정자나 다스림을 받는 대중이나 모두 자기 직분에 충실할 것을 당부하였다. 특히 위정자는 대중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면, 죽은 목숨과 같다고 하였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현실인 만큼, 요즘 정치하는 사람들의 말을 살펴보면, 믿음이 안 간다. 믿음이 안 가다 보니, 그들이 행하는 정책들도 신뢰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남을 탓하는 풍토와 각종 게이트, 부동산 투기 같은 비리에 연루되어 실망감을 안겨 줄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의 불법까지 저질러지고 있다. 이런 의혹과 비리의 시대에 먼저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 모든 국민들의 모범이 되어 신뢰감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고위 공직자의 청문회는 각종 편법과 비리의 온상처럼 비추어진 지 오래다. 정치인이나 고위직을 꿈꾸는 사람들은 공자가 말씀한 정사(政事)를 익혀 앞으로의 행보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지도자의 자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질이 갖추어지면 핑계 대거나 막말과 허언하는 지도자도 없어질 것이다.

『논어(論語)』 「요왈(堯曰)」편 ‘종정(從政)’장에서 자장이 ‘어찌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공자께서 오미(五美) 사악(四惡)을 말씀하는 가운데 ‘대중들에게 베푸는 정책을 마련하고도 제때 시행하지 않으면 열쇠를 쥐고 있는 유사(有司)와 같다.’고 하였다. 중국 천하를 손아귀에 넣었던 초(楚)나라 항우(項羽)도 제후들에게 제때 관작을 내리지 않았기에 결국 패망의 길로 갔다. 정치가는 정책을 제때 펼치는 것 또한 중요한 것임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다. 22대 국회의원은 공자가 제시한 솔선수범과 자기 위치에서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신뢰라는 정치적 자질을 바탕으로 제때 정책을 실행할 수 있는 실천적 행동을 할 수 있는 분들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여러 계층의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여야 한다. 문제점이 있는 곳에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2대 국회는 각 계층의 대표격이나 전문가가 더 많이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 이런 옥석(玉石)을 가리고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몫이다.

 

윤인현 인하대·한문학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문학박사. 한국한문학회 총무이사와 감사를 역임했다. 현재 인천 아카데미 회원, 기호일보 <등대> 집필진, 근역한문학회 지역이사, 다산문화교육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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