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박사 감소·국내 박사 증가 추세…외국 박사학위 취득의 금전적 유인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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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박사 감소·국내 박사 증가 추세…외국 박사학위 취득의 금전적 유인 감소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2.14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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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F 이슈 리포트]

2000년대 들어서면서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신고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이다. 신고자 수의 감소는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감소와 취득자 중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중의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2000년 이후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 증가하여 2022년에는 1만 7,760명의 국내박사가 배출됐다. 이는 2000년(6,141명) 대비 23년 만에 2.9배 증가한 숫자이다. 이처럼 외국 박사 신고자와 국내 박사 배출의 서로 다른 추이는 뚜렷이 대조된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재단의 자료와 다른 여러 자료를 활용하여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감소와 국내 박사 학위 취득자 증가 추세를 확인하고 그 원인에 대해 탐색한 보고서 〈외국 박사학위 취득 후 귀국자 추이 및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 집단과의 차이 분석〉(저자: 김진영 건국대 교수/한국연구재단 학술데이터분석팀)을 「NRF ISSUE REPORT 2023_10호」로 최근 발간했다. 

보고서는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신고 패턴을 분석한 후,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상대적 감소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외국박사와 국내박사의 비교를 세 가지 측면 - 학위 취득자의 개인 특성 및 직장 현황, ② 논문 생산성 차이, ③ 임금 차이 – 에서 수행했다. 분석 대상 외국학위 취득자는 2023년 9월까지 한국연구재단의 외국 박사학위 신고 종합시스템에 본인의 학위 관련 사항을 등록한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이다. 그리고 학문 분야로는 인문, 사회, 공학, 자연과학 등 네 개 분야를 주된 분석 대상으로 했다.

□ 보고서는 최근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신고 건수 감소는 학위 취득 후 장기간 외국 체류하는 외국 박사가 증가하는 요인보다는 학위 취득자 수 자체의 감소에 주요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자연·공학계열에서는 국내 교육의 질 향상은 이 분야의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감소의 원인으로 보인다. 이 두 분야에서는 국내 박사와 외국 박사의 논문 생산성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 간 임금 차이도 크지 않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 귀국 성향이 매우 낮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두뇌 유출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한다. 국내에 돌아온 소수의 외국 자연·공학계열 박사들과 국내 박사들 간의 차이가 줄어들더라도 외국에 남은 다수의 외국 자연·공학계열 박사들의 학문적 성과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박사들을 크게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 인문계열의 경우 외국 박사의 연구 성과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 집단 간 임금 차이는 크지 않다. 이런 낮은 임금 차이가 학부 단계에서 전반적인 인문계열 정원의 감소와 함께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가설을 제기해 볼 수 있다. 사회계열은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 사이의 논문 생산성에서 차이가 확대되며 임금 차이도 다른 계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고 있다. 

◦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감소에는 한국 노동시장에서 대학원 교육의 수익률이 감소하는 현상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 간 연봉 차이는 크지 않은 반면, 2000년대 중후반 이후 그리고 2010년대에는 학부 교육과 비교한 대학원 교육의 수익률이 크게 감소해 왔다. 이런 현상은 외국 박사학위 취득의 금전적 유인 역시 감소했음을 암시한다.

평균적인 수익률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 사이에서도 대학원 교육의 수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특히 30대보다 40대에서 상위 임금을 받는 사람에게 대학원 교육의 수익이 높지 않다는 것은 현재 학부를 마치는 젊은이들이 향후 박사 학위 취득에 따른 금전적 보상의 전망을 밝게 보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추이

◦ 연구재단에 신고한 외국 학위 취득자의 수는 감소해 왔다. 신고자 수의 감소는 두 가지의 요인이 결합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하나는 학위취득자 자체의 감소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에 귀국하는 취득자 비중의 감소이다.

◦ 2011년에서 2021년까지 미국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국 국적자의 추이를 보면, 이공계 박사학위 취득자 수는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며 이공계 외 학위 취득자도 큰 폭은 아니지만,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 외국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재단에 신고하는 박사의 수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신고자 수의 감소는 학위취득자 수 자체의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 국내 박사와 외국 박사의 비중

◦ 국내 대학 졸업자 중 진학자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1990년 이후 연도별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의 수는 네 계열 모두 증가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 계열별로 신고자 기준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비중은 2022년 기준으로 모든 계열에서 10% 미만인 상황이다. 약 30여 년 전인 1990년에 공학계열이나 사회계열의 박사 학위 취득자 중 40% 이상이 외국박사 학위 취득자였던 상황과 비교하면 매우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자연계열의 외국박사 학위 취득자의 비중도 1990년에는 약 1/3이었지만 2022년에는 2% 미만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 한편 인문계열은 다른 계열과 다소 다른 추세를 보인다. 인문계열의 경우 2002년까지는 외국박사 학위 취득자의 비중이 증가하여 다른 계열보다 외국 박사 학위 취득자의 비중이 더 높았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비중이 크게 하락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런 하락에도 불구하고 인문계열은 2022년 현재 외국 박사 학위 취득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계열이다. 

■ 국내 박사와 외국 박사의 차이

▶ 국내-외국 박사 간 개인 특성 및 국내 활동 차이

◦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의 학위 취득 연령분포를 살펴보면, 대략 31세 이전까지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들의 비중은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가 유사하다. 하지만 국내 박사가 학위를 받은 연령은 30대 초반이 가장 많은 반면, 외국 박사가 학위를 받은 연령은 그보다 2~3세 많은 경우가 더 많다. 한편, 40대 초반 이후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의 비중은 국내 박사 쪽이 더 크다. 40대 이전의 경우로 한정해 보자면 외국 박사가 약간 더 늦은 나이에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다. 

◦ 외국 박사는 60%가 교수인데 비해 국내 박사는 4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반적으로 박사들이 선호하는 직업인 대학 교수에 외국 박사가 더 많이 분포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박사는 외국 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소에 더 많이 재직하고 있다.

◦ 40대 미만에서는 외국 박사의 경우 교수가 32%, 교수 외 직급으로 대학에 재학한 경우가 약 29%에 달하며 국내 박사는 18%가 교수이고 교수 외 직급으로 대학에 재직한 경우는 약 32%이다. 대체로 젊은 연령대에서 외국 박사의 학교 내 직급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연구소에 재직하는 비중은 18%대 25%로 국내 박사가 다소 높다. 이외 기타 범주에 들어가는 비중도 21% 대 25%로 국내 박사 쪽이 높다. 

◦ 40대 이상의 연령에서도 교수의 비중은 64% 대 44%로 외국박사 쪽이 20%p 높게 나타난다. 연구소에 재직하는 비중은 외국박사가 12%인데 비해 국내 박사는 약 21%에 달하고 있다. 기타로 분류된 직업에도 13% 대 16%로 국내박사 쪽이 더 많다. 대체로 학위취득 국가와 관계없이 적지 않은 수의 박사들이 40대 이전 교수 외 대학 직급을 가지거나 연구소에 재직하다가 대학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 국내-외국 박사 간 논문 성과 차이

◦ 4개 계열에 대해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로 나누어 연간 국제 전문학술지 논문 생산 편수를 연도별로 보면, 외국 박사들의 논문생산성이 모든 계열에서 더 높다. 인문과 사회 계열에서는 외국박사와 국내박사의 논문생산성 차이는 증가하는 추세이다. 반면, 공학과 자연 계열에서는 두 집단 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차이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학원 교육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리고 국내 대학원 교육의 질 향상은 유학을 선택할 유인을 줄이는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다.

◦ 국내 논문에서는 외국 논문과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공학계열은 2000년대 이전부터, 사회계열은 2010년대 이후, 그리고 인문계열은 2020년대 이후 국내 박사의 논문 편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 이는 학자들 간의 일종의 분업이 형성되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 감소의 배경

▶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의 임금 차이

◦ 2010년도 자료로 외국 박사와 국내 박사의 임금 차이를 추정한 결과를 보면 연령이나 박사 경력만을 통제하였을 경우에는 임금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성만 통제한 경우 외국 박사의 연봉이 약 7.4% 높은 것으로 나타나며 전공계열만 통제하였을 때는 약 10.5%의 연봉 차이가 나고 있다. 모든 변수를 통제하였을 경우 약 5.2%의 연봉 차이가 나고 있다.

◦ 모든 통제변수를 포함하였을 때 거의 모든 분야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봉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외국 박사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높은 연봉을 받는 분야는 사회과학 분야가 유일하며 의약/보건 분야에서는 국내 박사들이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 사회과학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는 외국 박사의 연봉이 일관되게 높았다고 할 수 없다. 즉, 외국 체류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금전적인 측면에서 외국 박사 학위를 취득할 유인이, 특히 사회과학 이외의 분야에서는 높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근로 시간이나 자유로운 연구 활동 등의 다른 유인이 금전적인 유인보다 강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금전적 유인이 외국 학위취득을 이끌던 시기는 이미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대학원 교육의 수익률 저하

◦ 2002년부터 2022년까지 대학원 교육의 수익률 변화를 보면, 학부 교육을 마친 근로자와 비교할 때 대학원 교육을 받는 사람들의 임금은 2010년의 30%를 정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2022년에 이르면 대졸자와 대학원 졸업자 간의 임금 차이는 거의 찾을 수 없다. 이런 차이는 대학원 교육의 금전적 유인이 점차 낮아졌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대학원 교육은 수익률이 높지 않으며, 석박사 집단 내의 임금 격차는 학부 졸업자의 임금 격차보다 크다. 그리고 이런 경향은 최근으로 올수록 강해진다. 대학원 교육의 수익률이 낮아지고 대학원 교육을 선택할 금전적 유인이 작아질 경우, 능력 있는 학부 졸업생들은 대학원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석박사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내 대학원 교육의 질이 높지 않을 가능성이다. 질이 낮은 대학원 교육은 당연히 수익률도 낮아지게 된다. 국내 대학원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전반적으로 석박사학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되면 잠재적인 외국 학위 취득자들이 대학원 교육을 선택하지 않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즉, 국내 대학원 교육의 낮은 질이 외국 박사 학위 신고자 감소의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능성에 대해서도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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