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가 남긴 찬란하고 위대한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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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가 남긴 찬란하고 위대한 유산
  • 안재욱 경희대학교·경제학
  • 승인 2023.12.1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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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자유롭고 위대하게: 애덤 스미스의 찬란한 유산』 (라이얀 패트릭 핸리 엮음, 곽은경 외 9인 옮김, 지식발전소, 788쪽, 2023.11)


 

올해가 애덤 스미스 탄생 300주년이다. 그 3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2명의 각 분야의 전문가와 연구자들이 글을 써서 모아 〈Adam Smith, His Life, Thought, and Legacy〉을 출판했다. 이것을 국내 9명의 학자가 분담해 번역하고, 내가 〈국부론〉을 중심으로 쓴 ‘해제’를 묶어 『자유롭고 위대하게: 애덤 스미스의 찬란한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냈다. 

애덤 스미스는 고령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죽음이 정신적으로 가장 큰 충격이었을 만큼 그의 표현대로 ‘지극히 단조로운’ 삶을 살았다. 그의 삶은 단조로웠지만, 그가 이룬 저작들은 장려(壯麗)했다.

애덤 스미스는 위대한 경제학자로서 알려졌지만, 그가 끼친 영향은 경제학에 그치지 않는다. 애덤 스미스는 윤리, 법학, 수사학, 예술 분야에 관심을 가졌고 실제로 이러한 분야에 이바지한 바가 매우 크다.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정의, 빈곤, 불평등, 자유, 경쟁, 독점 등과 같은 여러 가지 경제, 사회, 정치 문제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애덤 스미스에 대한 오해가 많다. 그 오해의 대부분은 그의 저작 전체 내용이 아닌 일부의 내용만을 보고 판단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애덤 스미스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오해가 그가 ‘자유방임주의자’라는 것이다. 그런 오해는 애덤 스미스가 ‘자연적 자유’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연적 자유’는 자유방임과는 다르다.

자유방임(Laissez-faire)이라는 말은 루이 14세 때 당시 유명한 상인이었던 토마 르 장드르(Thomas Le Gendre)가 심각한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요청한 정부 관리에게 해준 조언, ‘Laissez-nous faire(우리를 가만히 놔두세요)’에서 유래했다. 자유방임에 가까운 경제학자는 당시 의사이면서 경제학자인 프랑스의 중농주의 학파의 리더였던 케네(Quesnay)다. 그는 ‘자유가 완벽하게 보장되고 정의가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경제가 성장하고 번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만약 국가가 자유와 정의를 완전하게 실현하지 못하는 한 번영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 번영할 수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라고 비판한다. 스미스의 ‘자연적 자유’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제도와 특혜가 철폐되고, 모두가 ‘정의의 법’을 어기지 않아야 하는 조건에서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방식대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스미스는 완전한 자유와 같은 자유방임주의를 비판하며 국가와 정부의 역할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기본적인 역할로서 국방, 치안, 공공사업을 제시한다.

또 다른 오해는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자유경쟁’이다.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쟁’을 신고전학파의 ‘완전경쟁’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전학파의 ‘완전경쟁’은 우선 수많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있고, 무엇보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와는 달리 애덤 스미스의 자유경쟁은 특정 기업이나 산업, 조직이 정부의 보호나 특혜를 받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경쟁적 시장은 자유경쟁을 의미하는 것이지 완전경쟁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반적으로 신고전학파의 완전경쟁이론에 따라 기업의 수가 많아야 경쟁이고 기업의 수가 1개이면 독점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기업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여 독과점 규제를 받는다. 이와는 달리 애덤 스미스는 독점을 정부가 특정 기업에 배타적인 특권을 부여하는 경우라 하고, 정부의 배타적 특혜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 시장을 자유경쟁 시장이라고 한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많은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한 결과 가장 효율적인 기업 하나가 남게 되면 그것은 신고전파의 완전경쟁 이론에 따르면 독점이지만, 그것은 정부의 특혜에 의한 독점과는 엄연히 다르다. 자유경쟁 시장에서 경쟁의 결과로 남게 되는 기업은 소비자에게 열심히 봉사하고 노력한 결과다. 따라서 자유시장에서 발생하는 이른바 ‘독점’은 우리가 우려하는 독점적 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의 수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독점 여부를 판단하여 규제하는 것은 정책 실패와 오류만 불러일으키고, 기업가의 혁신 활동을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훼손하여 국민의 삶의 개선에 방해가 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경쟁의 개념에 따라 특정 기업이나 산업을 보호하거나 특혜를 주는 정부 개입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11월 27일 산림비전센터 열림홀에서 열린 『자유롭고 위대하게: 애덤 스미스의 찬란한 유산』 출판기념회

또 애덤 스미스가 ‘노동가치설’을 주장했다는 오해도 있다. 사실 노동가치설은 카를 마르크스가 주장한 것으로서 ‘재화의 가격은 생산에 투입된 노동력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이론이다. 물론 이와 관련된 내용이 〈국부론〉에 나온다. “비버를 잡는 데 드는 노동력이 사슴 한 마리를 잡는 데 드는 노동력의 두 배라면, 비버 한 마리는 당연히 사슴 두 마리와 교환하거나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 부분으로 인해 애덤 스미스가 ‘노동가치설’을 주장한다고 오해받는 것 같다. 그러나 비버와 사슴의 예는 원시 수렵사회의 경우다. 원시 수렵사회에서는 총생산비용은 거의 다 노동이기 때문에 재화의 가치가 상품의 생산에 투입된 노동력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살던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원시 수렵시대가 아니다. 거기에서 한참 진화한 사회다. 스미스는 더 현대적인 경제체제에서는 노동 이외에 토지와 자본이라는 다른 생산요소들을 사용한다고 설명하며, 〈국부론〉 전체를 통해 생산요소에 들어가는 비용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는 이른바 ‘객관적 가치설’을 피력한다. 그러한 객관적 가치설을 바탕으로 수요와 공급이 재화의 가격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설명한다. 물론 객관적 가치설은 나중에 한계효용학파에 의해 재화의 가치는 개인의 주관적 가치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수정되지만,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노동가치설’과는 거리가 멀다. 

한편 자기 이익(self-interest)을 이기심(selfishness)이나 탐욕(greed)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기 이익은 이기심이나 탐욕과는 다르다. 자기 이익과 이기심의 차이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나 아닌 타인을 고려하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있다. 다시 말하면 자기 이익은 타인과의 관계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는 것이고, 이기심은 타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이기심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본성에는 이기심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남의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sympathy)이 존재한다고 했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의 즐거운 일에 같이 즐거워하고 슬픈 일에 같이 슬퍼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이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조절한다고 한다. 그래서 나의 행동으로 다른 사람에게 해가 끼치지 않을까, 불행을 초래하지 않을까, 조심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에 따라 신중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익도 생각하며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기 이익’은 ‘절제된 이기심’을 말한다.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이익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익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사실 다른 사람들을 이기적이거나 탐욕적인 방법으로 이용해서는 이익을 얻을 수 없다. 겉만 그럴듯한 재화를 만들어 팔면 잠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금방 소문이 퍼져 망하게 된다. 품질이 좋은 재화를 팔아야 고객들이 믿고 다시 찾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자기 이익이 늘어나는 것이다. 애덤 스미스는 그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고, 고객을 속이거나 사기를 치는 것과 같은 이기심과 탐욕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사회 후생을 희생시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애덤 스미스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고, 애덤 스미스를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경제학뿐만 아니라 정치, 법학, 종교, 철학, 역사,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애덤 스미스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루고 있으므로 애덤 스미스에 관해 관심이 있거나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첫 장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전공 분야나 관심이 가는 분야만 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선택해서 읽는 재미와 유익함이 있을 것이다. 

 

안재욱 경희대학교·경제학

현재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이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부총장, 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화폐와 통화정책』, 『흐름으로 읽는 시장경제의 역사』, 『경제학-시장경제원론』(공저) 등 다수가 있으며, 역서로는 『한 권으로 읽는 국부론』, 『도덕 감성』(공역), 『화려한 약속 우울한 성과』(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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