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은 어떻게 공연예술의 대표선수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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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은 어떻게 공연예술의 대표선수가 되었을까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2.09 2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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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의 탄생: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뮤지컬 150년의 역사 | 고희경 지음 | 마인드빌딩 | 452쪽

 

이 책은 뮤지컬의 변화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파악해 보려고 시도한 책으로 뮤지컬이란 장르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던 20세기 이후의 뮤지컬 발전사를 주요하게 다룬다. 그 시대의 사회상, 정치경제적인 상황이 뮤지컬 작품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으며 그로 인해 어떠한 트렌드가 생기고 사라졌는지, 20세기 이후의 뮤지컬 역사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밝혀간다.

책이 다루는 범위는 지역적으로 미국과 영국 그중에서도 뉴욕 브로드웨이가 중심이다. 시기적으로는 19세기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다양한 프리 엔터테인먼트 양식부터 2020년대 뉴욕과 런던의 뮤지컬까지 약 150년을 다뤘다. 뮤지컬은 현실도피나 노스탤지어의 대표 상품으로 인식되는 장르여서 시대와 무관한 듯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뮤지컬사를 그 시대의 정치 사회사와 연결시키려고 시도한 책이다.

2차 대전 이후 1960년대까지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산업국가로 부상하면서 뮤지컬 역시 황금기를 맞는 과정을 다루었으며, 1970년대는 변혁의 시대에 부응하지 못해 침체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혁신적인 작품들을 남긴 시대로 파악한다. 1980년대는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메가뮤지컬 시대를 연결시켰고, 1990년대는 점점 더 산업화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거대 기업인 디즈니 뮤지컬의 등장을 의미 있게 살폈다. 2000년대 이후 사회가 점점 다양해지면서, 뮤지컬 역시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시기로 구체적인 작품들을 소개하였다. 이러한 뮤지컬 역사를 살펴보면서 그 어느 장르보다도 유연하게 발전해온 뮤지컬의 특성을 발견하였다.

기존 뮤지컬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공연계 안에서의 내적 흐름을 중심으로 작품 내용이나 작가와 작곡가의 소개 및 창작 과정을 집대성한 방식을 취했다면, 이 책은 왜 그 시대에 이러한 작품이 등장하였는지를 사회, 경제, 문화적인 관계성을 통해 살펴보려 했다. 뮤지컬의 역사를 사회, 경제적인 흐름 속에서 파악해 보려고 시도한 책이다.

책은 7개의 장과 맺음말로 구성되어 있다. 본문은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의 중요한 변화 시점을 기준으로 7개의 장으로 나누었다. 뮤지컬 이전의 프리 엔터테인먼트 시기(1장)에서 출발하여 미국이 세계 최대의 산업국가로 부상하며 뮤지컬이 대중문화 전반을 지배하는 황금기를 맞이한 시기인 20세기 초반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를 2장과 3장에서 다루었다. 사회 변동 속 침체와 변혁을 거듭했던 1970년대(4장), 신자유주의와 메가뮤지컬이 지배한 1980년대(5장), 1990년대는 산업화가 가속되던 디즈니의 뮤지컬계 등장을 의미 있게 살폈다(6장). 본문의 마지막 7장은 점차 다양해지는 뮤지컬의 흐름을 살핀 21세기 현재를 조명했다. 맺음말은 미국과 영국 너머 전 세계가 만드는 뮤지컬 현상에 대한 소회와 기대를 담았다.

뮤지컬은 세상 변화에 민감한 상업적인 장르다. 그 관계를 세밀하게 읽어낼 수 있다면 뮤지컬을 보다 충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의 성숙은 정치, 경제적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계층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공연 시장과 문화 산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과 요소들이 장르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 귀족사회가 무너지고 권위주의 사회가 변화하여 대중이 문화의 주체로 등장한 19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던 뮤지컬은 20세기 세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며 변화했다. “뮤지컬은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성숙하는 시간과 함께 발전해 온 장르”라는 캐나다 뮤지컬 작가 맬 애트키의 지적은 그런 의미에서 흥미롭다. 21세기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된 세계화의 과정도 뮤지컬 탄생의 의미 있는 변수였다. 

최근 뮤지컬은 영미권의 고유 장르라고 여기던 브로드웨이의 자부심이 변하고 있다.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넘어선 지 오래다. 뮤지컬은 남아공의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대한민국 서울까지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언어와 예술형식을 소화하며 새롭게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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