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익과 스저춘 심리소설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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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익과 스저춘 심리소설 비교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2.09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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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중 심리 소설 비교 연구: 최명익과 스저춘을 중심으로 | 왕명진 지음 | 역락 | 240쪽

 

이 책은 1930년대 한국과 중국 모더니즘의 수용과 변용 양상을 바탕으로 최명익과 스저춘의 심리소설을 비교 분석하여 양국 모더니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밝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당시 한·중 양국은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 식민지와 반식민지로 전락하였다. 비슷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한·중 양국의 모더니즘에 대한 수용과 변용 양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드러낸다.

1930년대에 등장한 모더니즘 소설은 인간의 보편적 인간성을 강조하는 이성적 의지의 존재 여부에 대해 노골적인 회의를 드러내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더욱 주목한다. 한·중 심리소설은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인간의 비이성, 의식의 흐름, 잠재의식을 앞세웠다. 특히 “모더니즘의 영향 아래서 인간의 무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심리소설 작품에서도 이성의지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들 작품 속에서 인간의 이성의지는 작품의 내적 구조 속에서 긴밀하게 작동하고 있다. 

모순된 선택의 상황에서 갈등하는 자유의지는 바로 인간의 숨어 있는 이성의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심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심리소설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이성의지와 자유의지가 끊임없이 갈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인물들이 처한 모순된 상은 사회적 환경의 영향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이 책은 1930년대 ‘경성(서울)’과 ‘상하이’ 식민지 공간에서 지식인들의 당혹감과 심리적 갈등을 주로 표현했던 최명익의 소설과 스저춘(施蟄存)의 심리소설에 나타난 인물 윤리의식의 문제를 살펴본다.

비교문학 작업에서 매우 중요한 태도는 ‘공감’이다. ‘공감’은 단어로서 그 의미에 대해 많은 논란이 없으며, 동일성과 차이성을 인정함으로써 소속감을 얻는 것을 의미한다. 최명익과 스저춘은 자국 현대문학 분야에서 대표적인 심리소설 작가로 꼽히지만, 스저춘은 한국에서 생소한 작가이다. 최명익은 중국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비교연구를 통해 자연스럽게 공통점과 차이점을 연결함으로써 스저춘은 한국에서도, 최명익은 중국에서도 ‘공감’과 수용을 촉진할 수 있다. 공감과 수용은 또한 일련의 문학 비평과 문학 연구를 연장하여 현재에 이르게 할 수 있다.

제1장에서는 1930년대 한·중 심리소설의 전개 양상 중에서 한국 단층파, 최명익과 중국 신감각파, 스저춘의 심리소설의 특징을 논의하였다. 제2장에서는 서사 구조를 통해 나타나는 내면 심리를 살펴보았다. 제3장에서는 서사 기법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내면 심리를 살펴보았다. 제4장에서는 최명익과 스저춘 심리소설의 위상과 두 작가의 작품에 대한 비교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이 책은 처음으로 서사 구조와 서사 기법을 적용하여 전면적으로 두 작가의 심리소설을 살펴본 논문이라 할 수 있다. 최명익과 스저춘의 심리 소설에 나타난 인물들의 내적 심리 표출 방식을 비교함으로써 작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분석하였다. 그리고 두 작가가 애용하는 심리 표출 방식의 은유 효과를 살펴봄으로써 심리주의 소설이 리얼리즘 소설 못지않게 사회 배경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점을 밝혔다. 최명익의 심리소설이 갖는 특징을 스저춘의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은 동아시아 문학의 보편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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