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에서 태어나 이성의 상징이 된, 오늘날의 독일이 완성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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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에서 태어나 이성의 상징이 된, 오늘날의 독일이 완성되기까지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2.0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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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독일사 | 제임스 호즈 지음 | 박상진 옮김 | 진성북스 | 428쪽

 

독일을 수식하는 말은 다양하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으로 삶의 질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 철학과 문학, 그리고 음악의 나라, 군국주의와 세계대전, 과학, 기술과 의학을 발전시킨 곳, 인구 대비 도서 출판 세계 1위, 게다가 찬연한 고성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세계사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또 부정적인 성격이 대비되는, 그 역사의 DNA가 궁금해지는 국가가 바로 독일이다.

이 책은 야만과 이성, 민주주의와 군국주의, 공존과 배제, 절제와 탐욕까지, 상반된 개념들이 뒤섞인 독일사의 본질을 냉철하게 파헤치고 있다. 고대 유럽을 지배했던 로마제국을 파괴하는 데 일조하면서, 한편으로 그들이 빛나는 그리스, 로마의 지적 유산의 복원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집어준다. 나아가 종교개혁, 프랑스와의 대결, 세계대전, 분단과 통일까지 많은 역사적 주요 이정표를 면밀하게 검증하고 가차 없이 역사가로서의 메스를 가한다.

저자는 가장 최초의 독일인이라 불리는 고대 게르만의 부족부터 로마, 프랑크 왕국과 신성로마제국, 프로이센, 그리고 독일 제국과 동독, 서독을 거쳐 오늘날 유럽 연합을 주도하는 독일에 이르기까지 모든 독일의 역사를 특유의 독특한 관점으로 단 한 권에 엮어냈다. 하나의 줄기로 흐르는 독일의 역사를 때로는 로마인의 관점으로, 때로는 종교적인 관점으로, 또 어느 때는 냉철하고도 비판적인 역사가의 관점으로 수많은 역사적 사료 및 사진과 함께 엮어냈다.

카이사르에게 ‘게르마니아’라고 불리며 멸시 당하던 게르만 민족은 어떻게 로마를 넘어 유럽을 정복할 수 있었을까? 독일이 완벽주의자의 국가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인 민족과 국가 체계를 자랑하는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을 비롯해 수많은 비극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독일이 분단이라는 아픔을 딛고 오늘날 유럽을 주도하게 만든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첫째, 역사책으로는 예외적으로 문체가 화려하면서도 적절한 비유를 통해 역사적 맥락을 깔끔하고 분명히 전달하는 힘이 있다. 역사책은 어쩔 수 없이 다소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단번에 날릴 수 있도록 문학적 요소를 적절히 가미하는 저자의 필력은 읽는 재미를 풍성하게 한다.

둘째, 저자가 독일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현재까지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프로이센과 융커를 다루는 문제의식이다. 튜튼 기사단에 기원을 둔 프로이센의 발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융커(Junker)를 비판적으로 파헤친다. 그들은 독일 동부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중세 말기의 식민운동 당시 큰 집과 토지, 농노를 보유한 지주 호족이었다. 이후 특권의식과 군사문화를 지향하는 집단으로 변해갔다. 독일 서쪽 라인강 주변의 옛 로마에 속했던 지역의 독일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이 융커들 때문에 독일의 호전적이고 군사적인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고 저자는 여러 번 반복해 주장하고 있다.

셋째, 저자는 독일을 ‘유럽의 미래’라고 치켜세우지만 그렇다고 독일 역사를 찬사 일색으로 바라보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일반인이라면 밋밋하게 볼 수도 있는 역사적 장면들을 일일이 다시 꺼내 세우고 예상하지 못했던 날카로운 메스를 가차 없이 들이댄다. 자국의 역사가 아니어서 더 냉철히 분석할 수도 있겠지만 독일인들에게는 다소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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