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만점자에 대한 자격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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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만점자에 대한 자격논란
  • 오준영 단국대학교·과학철학
  • 승인 2023.12.09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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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024년도 수능난이도가 높아 만점자가 한 명이라고 전국에 말이 많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응시자격이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과학탐구에서 물리 혹은 화학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필자가 대학에서 과거에 일반물리와 현대과학을 강의했고, 현재는 사범대학에서 지구과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통합과학을 계절제로 강의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생물학과 지구과학은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과목이지 학습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 결코 아니다.

실제로 물리학이나 화학이 자연과학의 기본이 되는 학문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특히 고등학교 시기 물리학을 공부하는 동안 그것이 정말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지에 의문을 가지며 무작정 학습할 수밖에 없다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과정에서는 그 효용가치에 대하여 문제를 삼지 않으며 오직 문제풀이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의 핵심인 수능에 있는 내용들은 대부분 적절한 문제 풀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당장에 점수가 필요한 이들에게는 특히 물리 과목은 기피 대상이 되는 교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고교 시절의 지구과학 혹은 생물학은 응용과학으로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어떤 특정 영역에서만을 제외하면 중학교 과정에서 학습하는 물리와 화학의 능력이면 고교 과정의 생물학과 지구과학에 대해 충분하게 접근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자는 통합과학에서는 먼저 지구과학에서 물리로 접근하였으며, 생물학에서 화학으로 접근하였다. 결국 통합적으로 과학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지금처럼 교과목을 분리해서 수업을 진행하여 수능을 출제하고 평가한다면 당연히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되어 있는 교과목 별로 반발이 있겠지만, 먼저 이러한 통합과학 교육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전략적으로 생물학과 지구과학을 시작으로 물리나 화학으로 가고, 다시 이들의 필요에 따라 서로 융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고학년이나 대학 저학년에서 자신의 전공을 본격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대학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고등학교에 요구하고 있다. 대학에서 해야 할 일을 고등학교에서 다 학습해야 한다고 한다. 대학에서 학습해도 되는 내용을 대학은 학습에 흥미도 없는 고등학생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결국 만능의 고등학생을. . .

 

오준영 단국대학교·과학철학

한양대학교 과학사/과학철학 분야 전임 교수 역임. 정년퇴임 후 현재는 단국대학교 초빙교수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과학사상사·과학철학을 교육하고 있다. 최근의 주요 논문으로 “Understanding the Scientific Creativity based on various Perspectives of Science”(Axiomathes vol.32, no.6), 저서로 Conceptual Features of Einstein’s Theory of General Relativity based on the Philosophy of Science(New York: Nova Science Publishers. 2022), 그 외 다수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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