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의 다이아몬드’ 플레이아데스성단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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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의 다이아몬드’ 플레이아데스성단을 찾아서
  •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 승인 2020.04.0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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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서평]

■ 과학서평_ 『딥스카이 원더스 (별지기를 위한 천체관측 가이드)』(수 프렌치, 이강민 옮김, 동아시아, 2019.09.25.)
 

영화 <천문>(허진호 감독, 2019)을 흥미롭게 보았다. 하늘을 연구하는 것조차 외세의 간섭을 받아야 했던 시대.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은 무엇보다 간절하고 뜨거웠다. '하늘에 묻는다'는 뜻의 '천문'을 인류는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요즘 같이 답답한 날들엔 하늘이 그립다. 맨눈으로 관측 가능한 천체는 6등성 정도이지만, 도시 불빛들에 의해 4~5등성 정도만 볼 수 있다.

천체망원경은 우주의 저 먼 곳까지 관찰하게 해준다. 『딥스카이 원더스』는 별지기를 위한 천체관측 가이드다.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수 프렌치가 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망원경으로 바라본 하늘을 담았다. 총 12월의 아름다운 별과 하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딥스카이'는 성단과 성운, 은하 등을 지칭한다.

영화 <천문>에는 북극성과 북두칠성이 언급된다. 아무래도 가장 밝게 빛나고 길잡이 역할을 하는 별이라 세종에 비유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북극성은 생각보다 밝지 않아, 북두칠성(장영실)을 통해 북극성을 관측할 수 있다. 『딥스카이 원더스』에는 ‘곰이 품고 있는 천체들’에서 북두칠성이 언급된다.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은 큰곰의 꼬리 부분에 해당한다. 나중에 큰곰의 모습이 완성되는 별들이 발견되면서, 큰곰자리는 바다뱀자리와 처녀자리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별자리로 자리매김한다.

딥스카이 원더스, 성단-성운-은하를 찾아서

『딥스카이 원더스』에서 제일 처음 등장하는 것은 행성상성운 ‘M76’이다. 1월에 볼 수 있는 성운이다. 성운(nebular. 星雲)은 별 구름이라는 뜻으로, 가스와 먼지 등으로 뿌옇게 보이는 것들을 말한다. 행성상성운은 소형의 가스성운으로 행성처럼 원형으로 보이는 성운이다. ‘M’은 18세기 혜성을 연구하던 샤를 매시에(Charles Messier)가 만든 목록이다. M76은 생긴 것이 마치 아령이나 코르크 마개처럼 생겨서 동명의 별명을 갖고 있다. 선명한 막대 모양을 하고 있는 게 바로 M76이다.  

M76은 페르세우스자리와 카이소페이아자리가 만나는 지점의 성운이다. 거리가 4천 광년, 밝기는 10.1, 적경(赤經)은 1시42.3분이다. 이 지점의 성단과 성운들에는 M76 이외에 ▲ NGC 884 ▲ NGC 869 ▲ 스톡 2 ▲ IC 1805(산개성단) ▲ IC 1805(별광성운) ▲ 스타인 368 ▲ NGC 896 ▲ NGC 1027 ▲ 마카리안 6 등이 있다.

『딥스카이 원더스』에는 별들과 성운, 성단들뿐만 아니라 문학 작품 속 천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마차부자리를 설명하는 장은 앨저넌 찰스 스윈번의 <에레크테우스>(1876)로 시작한다. "어둠을 가르는 바람처럼 전차 바퀴는 빠르게 질주하였으며 / 그대가 지나간 길의 불꽃이 세계의 얼굴에 밤을 드리웠습니다."(40쪽)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에레크테우스는 헤파이스토스의 아들이나, 불멸을 선사받지는 못했다. 그는 말 네 필이 이끄는 전체를 처음 만든 사람으로서 전차를 타고 하늘 아래까지 달렸다. 신들이 그 모습에 감동해 하늘의 마차부자리가 되도록 했다.

▲ 플레이아데스성단의 모습
▲ 플레이아데스성단의 모습

문학과 천문학의 절묘한 조화

2월을 장식하는 오리온자리. 오리온자리에 있는 별들을 묘사하는 시가 있다. 바로 마르쿠스 마닐리우스의 『천문학』이다. "이제 쌍둥이 바로 옆에 솟아오르는 오리온을 바라보라. / 그의 쭉 뻗은 팔은 하늘의 반을 가로지르고 있다."(53쪽) 『딥스카이 원더스』 부록에는 '온하늘별지도'가 있어서 각 월에 해당하는 별자리를 찾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딥스카이 원더스』에는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나 에라스무스 다윈의 <식물원>, 로버트 프로스트의 <큰개자리>, 윌리엄 쿨렌 브라이언트의 <자연의 질서>, 존 밀턴의 『실낙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등이 언급되며, 천체의 별들이 엮인다.

책에는 아름다운 천체들 사진이 많이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건 플레이아데스성단이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산개성단으로 밝기가 1.5이다. 일명 일곱 자매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데, 하늘의 상태나 관측자에 따라 그 수가 달라진다고 한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을 보는 것만으로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저자 수 프렌치는 이 플레이아데스성단을 설명하는 제목을 ‘푸른빛의 다이아몬드’라고 붙였다.

하늘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트인다. 가끔, 하늘을 보자.


김재호 서평위원/과학전문기자

학부에서 수학을, 대학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기자, 과학기자, 탐사보도 연구원 등으로 일했다. <교수신문> 학술 객원기자를 역임했고 현재는 ‘학술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며 과학과 기술, 철학, 문화 등에 대한 비평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레이첼 카슨과 침묵의 봄》,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성공 방정식》, 《다시 과학을 생각한다》(공저), 《인공지능, 인간을 유혹하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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