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위해, 예술가의 메타버스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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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예술의 아름다움을 위해, 예술가의 메타버스 사용법
  • 이수진 세종대·인공지능학과
  • 승인 2023.12.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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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에게 듣는다_ 『예술가의 메타버스 사용법』 (이수진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146쪽, 2023.10)

 

≪예술가의 메타버스 사용법≫은 아트코리아랩 총서 4권 중 세 번째에 해당하는 책으로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기획된 책이다. 정보통신기술이 예술 생태계에 가져온 변화의 본질과 현상을 소개하기 위해 아트코리아랩이 나선 것이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메타버스를 설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렇다고 이 책이 기술서는 아니다. 예술가 스스로 메타버스에서 예술 작품을 완성하고 소통하기 위한 기술서를 잘 선택하기 전에 기술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과 알아 두어야할 내용을 담은 지침서다.

1장은 플랫폼에 대한 소개다. 메타버스는 비물질 세계이므로 플랫폼 제작 주관사의 의지에 따라 목적을 달리할 수 있다. 개인 창작에 편한 플랫폼, 소통의 목적이 주가 되는 플랫폼, 게임 등 유희가 목적인 플랫폼 등 플랫폼의 특성이 있다. 예술가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속성을 이해해야 작품의 의미를 잘 표현하고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2장은 메타버스에서 예술 작품이 표현되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예술에는 표현하는 주체자인 내(예술가)가 있고 내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예술 작품)이 있다. 우리는 예술 작품으로 평가한다고 하지만 사실 작가의 명성이 작동하는 것을 경험한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보다 훨씬 더 직관적으로 작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아바타 존재가 현실 세계와 차이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품 표현 방법에는 작품 자체와 함께 주체자의 역할도 고민해서 작품 표현 방식을 설계해야 한다.

3장은 구현을 위해 고민하고 선택해야 하는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프로그래밍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필요한 지침의 장이다. 예술가의 작품 설계에 따라 어떤 기술을 선택하고 연마하며 구현해야 하는지 알려 준다. 메타버스 구축 방법은 다양하다. 그래픽(오브젝트)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인터랙션(운동)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예술가가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에 있다.

4장에서는 메타버스의 창의적 세계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맥락을 고려하는 디자인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메타버스에서 작품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올바로 구현되도록 완결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자가 작업한 결과물: 청년과 아몬드 꽃 향기, 2018(왼쪽). 고흐의 앞마당 & 우리의 앞마당, 2018(오른쪽)

5장에서는 음향기술을 다룬다. 소리는 들리지 않으면 모르는데 들리면 감정을 솟아나게 해 주는 무엇이다. 음향 기술은 소리 예술가들에게는 당연히 알아야 하는 기술이고 음향 기술을 부제로 사용하려 하는 예술가들도 숙지하면 좋을 장이다. 왜냐하면 메타버스에서 소리는 몰입도를 높게 해 주는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6장은 현실적인 이야기다. NFT(Non-Fungible Tokens, 대체 불가능 토큰) 없이 메타버스를 이야기할 수 없다. NFT는 돈의 가치를 갖는 디지털 증서다. 우리는 블록체인 기술로 예술 작품의 소유권을 주고받는다. 이 점이 중요한데, 바로 예술의 개념을 바꿀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 자체의 가치를 매길 때, 작가의 의미가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물론 고인이 되면 작가의 가치를 확인하게 되는데 NFT 예술은 현세에서 작가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6장을 들여다보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7, 8장은 예술가가 메타버스에서 작품을 선보이기 위한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관객과 만나는 방식이 전통적인 전시와 공연과는 사뭇 다르다. 몸을 움직이지 않아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보는 것과 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메타버스는 실세계를 미러링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메타버스에서 전시와 공연을 기획할 때는 메타버스 속성을 고려해서 기획해야 한다.

9장은 결국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무엇을 확장시켰는가에 대한 대답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들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가질 수 있는 세계다. 다학제 예술은 종합 예술과 구별해서 이해해야 한다. 다학제 예술은 예술 형태가 달라도 협력하고 상호 보완적인 방식의 작품이 완성된다면, 종합예술은 여러 예술 형태가 하나의 통합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따라서 다학제 예술 작품과 종합 예술 작품은 구조도 다르게 구성되는데, 이 점이 각 예술의 독립적인 구조와 특징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9장 다학제 예술은 프로젝트성 작품의 접근 방식과 창조하는 과정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이다.

마지막 10장은 소통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왜 예술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을 알고 던지는 질문처럼 소통도 인간 사회에 중요한 만큼 메타버스 세계에서도 중요하다. 소통이 갖는 가치와 의미의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사회를 형성하는 틀을 구축해 나가는 데에 소통 수단으로 기술이 주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메타버스에서의 소셜 네트워크는 기존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다른 사회를 형성할 것이다. 메타버스와 같이 기술 개발과 변화에 따라 그 사회의 틀이 갖추어져 나가겠지만 그에 앞서 우리는 메타버스에서 형성하는 소통의 형태를 관찰하고 관계를 연구해야 한다.

 

                       필자가 작업한 결과물: 갈색모자의 뒷모습, 2018(위). 환자복색 하늘, 2018(아래)

예술 작품을 통해 타인과 소통을 시도하는 예술가는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이 트리거가 되고 다음 단계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술의 본질은 단순한 작품 창조 과정이 아니다. 작품을 통해 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소통과 교류가 있다. 그것이 문화(文化)다.

나는 예술가만을 위한 기술이 아닌 모두를 위한 기술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예술은 제도식 교육, 타고난 예술 감수성을 부여 받은 이들에게 유리한 대상이 아니다. 정신세계를 갖고 있는 생명체 그리고 그것을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나 펼칠 수 있는 세계가 예술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예술을 가까이하기에 먼 곳으로 자꾸 밀쳐놓는다. 거리가 있으면 더 숭고해 보일 수도 있고, 특이하게 표현해야 특출나게 보일 수 있고, 시대를 다양한 양식으로 표현해야 그 시대를 대표할 수 있고…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예술을 먼 곳에 놓고 일반인과 예술가 사이에 경계를 만들었다. 기술은 인간의 정신세계를 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 주었고 세계는 메타버스까지 더해져 가상 세계, 현실 세계, 가상+현실세계로 확장되었다.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장으로 메타버스를 선택했다면 그 세계에서 우리는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예술가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프로의 세계는 그들의 세계가 있다. 프로인가 아닌가를 결정짓는 가장 분명한 잣대는 그 행위로 돈을 버는가 아닌가이다. 직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언제나 예술 활동을 할 수 있고 그 활동을 위해 기술은 계속 진화한다. 진화한 기술이 예술에 어떤 기능을 하고 역할을 할 것인가는 작품에 대해 논하는 다음 단계에서 평가받을 일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창의적인 도구를 개발하고 그 도구를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역동은 또 다른 분야에서 이야기할 수 있겠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과 예술은 유기적인 관계로 사이가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의 아름다움은 효율에 있고 예술의 아름다움은 비효율에 있다. 인간의 삶을 편리하도록 기능하는가에 따라 기술의 가치는 높아지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따라 예술 작품의 가격은 하늘을 찌른다. 

나로 인해 누군가의 삶이 달라지고 생각이 바뀐다면 그것만큼 아름다운 일은 없을 것이다. 
기술과 예술의 아름다움에게 이 책을 바친다. 

 

이수진 세종대·인공지능학과

세종대학교 인공지능학과 조교수. 학부에서 AI(Artificial Insemination, 인공수정)를 연구하면서 미세 이미지로 이미지 탐구 여행이 시작됐다. 비전 그래픽스 연구실에서 컴퓨터 비전 기술로 이미지 분석과 새로운 이미지 표현을 연구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이미지 탐구 여행을 계속하게 해 준 자양분이 됐다. 지금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연구가 새로운 세계를 탐구하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 기술이 예술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고 앞으로도 그 생각에 변함이 없도록 연구하는 연구자이자 교육자다. 고려대학교 응용동물과학과(학사),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과(석사), 서강대학교 미디어공학과(석사 및 박사)에서 수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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