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소외보호분야 지정 및 지원 체계 개선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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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소외보호분야 지정 및 지원 체계 개선을 위한 제언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2.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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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F 이슈 리포트]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는 위협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는 대학과 연구소, 학문후속세대 지원을 통해 인문학의 위기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게다가 정부가 내놓은 인문학 진흥 방안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인문학의 소명과 효용에 대한 담론이 역설적이게도 인문학의 위기를 가중하고 있는 현실은 문제적이다. 교육부의 인문학 진흥계획은 학문후속세대 육성과 기초연구 확대를 강조하고 희소분야 연구 지원의 필요성을 말하고 있지만 동시에 인문학 대중화와 인문학적 전문지식이 아닌 폭넓은 교양으로서의 인문학, 인간성의 회복과 국민의 행복 실현을 위한 힐링의 인문학을 요구하는 이율배반을 보여준다. 

또한 인문학 전체 예산이 겨우 국가 R&D 총예산의 1% 남짓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재단은 인문학 소외학문 분야에 대한 지속적 지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소외학문 분야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실행해 오고 있으나 부족한 재원과 소외분야 선정 기준의 모호성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은 현재 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인문학 소외분야학문 지정 및 지원 체계의 최근 현황을 살펴보고, 그 성과를 일별하는 동시에 소외분야 지원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보고서 <인문학 소외보호분야 지정 및 지원 체계 개선을 위한 제언>(저자: 이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외)을 발간했다.


■ 인문학분야 소외보호분야 신청‧지원 현황

ㅇ 지난 3년간 소외보호분야 지원과제 수는 총 105개로 인문학 전체 선정 과제 수 3,540개의 2.97%를 차지한다. 인문학 전체 선정 과제 수에는 기초공동연구를 비롯한 공동연구군 사업이 포함되어 있는데 반해, 소외보호분야 선정 과제는 인문사회학술연구교수 A, B유형 및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에 국한되어 있어 실제 총지원금액에서 소외보호분야 지원이 차지하는 부분은 이에 못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 인문학 분야의 소외보호분야 지정 및 도출 체계 현황

▶ 인문학 소외보호분야 지정 현황

ㅇ 2014년 교육부의 학문후속세대지원 및 신진연구자 지원의 경우 창의소외분야에 신규 예산의 5%, 중견연구자의 경우 창의, 소외, 융합 분야에 각각 5% 내외 예산을 지원하도록 했으며, 현재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계속해 오고 있다.

ㅇ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의 경우는 2019년부터 소외보호트랙을 별도로 신설해 운영 중으로 이는 특정 분야나 학문으로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자 스스로 자신의 연구 주제가 소외보호분야로 생각될 경우 그 내용을 연구계획서를 통해 충분히 소명하고 이를 토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하고 있다.

ㅇ 최근 3년간(2020~2022년) 한국연구재단이 학회와 연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지정한 
인문학 소외보호분야는 총 96개로 현황은 다음과 같다.

ㅇ 최근 5년간(2018~2022년) 총 242과제가 소외보호분야 지정 목록에 기반한 추천을 통해 선정되었다.

▶ 인문학단의 소외보호분야 도출 체계 분석

ㅇ 인문학단은 분야별 학술지원사업 선정 현황을 분석하고 주요 학회의 추천 의견을 접수한 후 이에 대한 전문위원 및 인문학단장의 심의를 거쳐 소외보호분야를 지정한다.

ㅇ 중견연구자,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 등 개인연구군사업을 중심으로 신규과제 예산의 일정액을 소외보호분야 과제 지원에 활용하도록 배정한다. 

ㅇ 이때 학회의 추천과 인문학단의 심의를 거쳐 지정된 소외보호분야 목록에 의거해 실제 신규 과제 심사 과정에서 소외보호분야 과제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한다.

ㅇ 각 과제에 대한 전공평가 후 각 학문단별로 종합심사에서 소외보호분야 과제를 추천 과제로 상정한다.

▶ 소외보호분야 도출 체계의 문제점 진단

ㅇ 소외보호분야 제안이 학회의 자율적 추천에 의한 것이어서 학회 활동이 활성화되지 않은 소수 연구자들의 희소 분야일 경우 학회를 통해 심의에 상정하는 과정 자체를 거치지 못했다. 반면, 학회원이 많고 활동이 활발한 학회이거나 유사학문분야의 여러 학회가 존재하는 경우 다수의 소외보호분야가 제안될 수 있었고 자연히 이들 학문 분과의 여러 하위 연구 분야가 소외보호학문으로 지정되는 등의 추천 분야 중복 및 편중 경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ㅇ 각 학회별로 학회 구성원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소외보호분야를 지정하기보다는 연구재단의 의뢰에 회신을 해야 하는 일부 담당자의 주관적 판단이 반영되기 쉬웠다. 추천자 개인의 관심 정도, 적극성의 정도에 따라 참여도도 상이했으며 소외학문이라는 것이 타 학문과의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정의되는 것인바 모두가 인문학의 존립위기를 느끼는 현 상황에서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분야를 소외보호분야로 인식하는 것은 당연했다. 

ㅇ 소외보호분야라는 개념이 일정 정도 상대적 소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인데 반해 그것에 대한 최종 심의 과정은 소외보호분야인지 아닌지를 묻는 절대 평가에 가까웠다는 것도 문제적이다.

ㅇ 현재 구축된 소외보호학문분야 목록의 경우 학문 분과의 세분화 정도에서 너무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소외보호분야 목록이 몇 년에 걸쳐 추가되는 방식으로 구성되는 동안 아직 기존에 등재된 분야를 재평가하는 과정을 갖지 못했고, 따라서 하나의 학문 분야에서 기존 목록에 등재되어 있는 소외보호분야와 후에 추가된 분야가 학문분야 세분류의 층위에서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ㅇ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보호학문 연구과제 선정 결과를 비교할 때 RB분야명에 해당하는 한 문화권 어문학 연구 전체가 역사학, 철학의 소외된 세부 학문 분야보다 실제로 더 소외된 경우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ㅇ 연구 경향의 변화에 따른 소외도 변화를 반영한 업데이트가 미비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소외보호분야 목록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ㅇ 소외보호분야 과제 선정에 있어 연구자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정량적 판단도 필요하겠지만 학문분야 간 소외도의 차이, 즉, 소외의 상대성을 고려하는 정성적 과정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 소외보호분야 도출 체계 개선 방안 및 지정 방법론 제언

인문학 소외보호분야 지원 체계 개선은 소외보호분야 목록 정비를 통한 완성도 있는 가이드라인의 제시 및 학술연구지원사업 선정 시 소외보호분야 적용 방식 개선의 두 방향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 소외보호분야 도출 체계 정비 방안

ㅇ 소외보호분야 지정위원회(가칭) 도입

• 기존 소외보호분야 도출과정에서는 소외보호분야의 제안이 전적으로 해당 학문분야 학회의 자율적 추천에 맡겨져 있었고 이들이 제안한 분야가 집적되어 목록이 구성되었으며, 이에 대한 재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소외보호 분야 목록을 도출하지 못했다. 또한 학문 분야의 중분류, 세분류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소외보호분야가 지정되었고, 이로 인해 현재 소외보호분야 목록에서는 이러한 학문 분과의 분류상의 질서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런 결과로 학회 활동조차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몇몇 학문 분야들은 아예 소외보호분야로 지정될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 이에 ‘소외보호분야 지정위원회’를 구성하여 위원들이 자신의 학문 분야뿐만 아니라 타 학문 분야의 상황을 함께 고려한 좀 더 완성도 있고 체계적인 소외보호분야 목록을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 ‘소외보호분야 지정위원회’는 인문학 23개 중분류의 대표자 혹은 그 이상의 숫자로 구성하며 다음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1) 인문학 각 분야의 연구자 수, 논문 수, 과제 수주 현황 등의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소외보호분야 목록 정비 및 재구성, 2) 연구 경향 변화에 따른 소외도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및 이를 목록에 반영, 3) 학회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희소 학문 분야의 발굴 및 멸종 위기에 처한 보호학문 분야 지정, 4) 연구재단은 각 학회로부터 소외보호분야 지정을 위한 제안을 주기적으로 받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되 소외보호분야 지정위원회가 이를 심의해 결정함.

ㅇ 소외보호 지수 산정 시스템 고안

• ‘소외보호분야 지정위원회’는 장기적으로 각 학문분야의 활성화 정도를 보여주는 지수시스템을 개발한다.

• 현재의 학술연구분야 분류표에는 대분류 인문학 표제 아래 23개의 중분류와 167개의 소분류, 298개의 세분류가 포함되어 있다.

• 국내 대학의 학과 수, 전임연구인력의 수 등의 데이터를 통해 중분류의 소외 정도를 3단계 (활성-보통-비활성)로 구분하여 3점-2점-1점으로 점수화한다. 현재 활동 중인 연구자 수와 한해에 발표되는 논문의수 등의 데이터를 통해 소분류의 활성도를 5단계(매우활발- 활발-보통-미비-매우 미비)로 구분하여 점수화한다.

• 각 학회의 추천 및 심의를 통해 소외보호분야를 도출하는 기존의 방식을 유지하되, 각 학회가 학술연구분야 분류표의 세분류에서 소외보호분야를 선택하도록 한정하여 “소외보호 분야 세분류 목록”을 작성한다.

• 이후 연구 과제 심사에서 단일한 소분류에 속한 과제들로 패널이 구성될 경우 세분류의 소외보호분야 목록을 기준으로 소외보호분야를 도출한다.

• 여러 개의 소분류 혹은 중분류에 속한 과제들이 하나의 패널에서 경쟁하게 될 경우 소분류및 중분류의 활성도 지수를 곱해 점수가 가장 낮은 분야들을 소외보호분야로 추천한다.


▶ 학술연구지원사업 선정 시 소외보호분야 적용 방식 개선 방안

ㅇ 학술연구분야분류표 세분류 차원의 소외보호분야 목록을 가이드라인으로 하되, 신규 과제 연구 과제 지원시 지원자가 세분류의 소외보호 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의 연구 주제가 소외보호분야라 생각될 경우 이에 대한 근거와 함께 소외보호분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과제 선정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이를 심의해 인정 혹은 불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분류에서 소외보호분야로 지정되지 못한 여러 희소분야를 배제하지 않도록 한다.

ㅇ 또한 이렇게 지원자의 신청으로 인해 소외보호분야로 선정된 과제의 경우 향후 소외보호분야 지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소외보호분야 목록에 등재할 수 있도록 한다.

ㅇ 여러 소분류, 중분류의 연구 분과가 하나의 패널에 묶이는 경우가 잦은 현상황에서 활성도가 낮은, 상대적으로 소외보호의 필요성이 큰 연구 분야에 대한 가점 시스템을 통해 소수 학문이 연구 과제 선정에서 배제되는 것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ㅇ 현재 연구지원과제 심사 시 패널은 선정률에 따라 기계적으로 구성되도록 되어 있으며 이는 하나의 패널을 구성하기 어려운 소수보호분야의 선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경우를 고려해 선정률에 따라 기계적으로 패널을 묶지 않고 소수보호분야의 경우 좀 더 작은 과제 수로도 패널을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고려가 필요하다.


□ 인문학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특정한 목적 없이 대상의 내재적 가치를 이해하게 하는 학문이다. 이러한 대상 자체에 대한 이해, 지식 그 자체를 위한 지식을 인문학이 제공하는 것이다. 당장의 필요와 무관하다 하더라도 지식 그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촉발된 연구는 인간의 정신문화와 나아가 세계를 구성하는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일부로 존재하게 된다. 그것이 언제 급히 소환될지, 어떤 타학문 분야와 융합의 시너지를 내게 될지 미리 재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현재의 필요성이 연구대상을 결정하게 할 수 없다.

그러하기에 인문학의 제 분야 중에서도 더 희소하고 소외된 영역을 일별하고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총체적이며 동시에 분석적인 이해를 위한 학문으로서의 인문학이 명맥을 유지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당위적이다. 

대학이 직업교육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있고 소위 국내 명문대학에서조차 학부 과정에서 충분한 인문 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적어도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대학 및 부설연구소에서만큼은 희소학문을 배제하지 않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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