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R&D 추진전략’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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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R&D 추진전략’ 발표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1.28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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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도전적 연구 예비타당성조사 적극 면제
- 성공·실패 구분 짓는 평가등급 폐지
- 향후 3년간 글로벌 R&D 투자 5.4조원 + α 이상 확대
- 25개 연구소, ‘국가기술연구센터’ 체제로 전환
- 韓美日 글로벌 R&D 협력프로젝트 신설 추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 및 글로벌 R&D 추진전략'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정부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에 투자해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혁신·도전적 연구는 예비타당성조사를 적극 면제하고, 성공·실패를 구분 짓는 평가등급을 폐지한다.

연구시설·장비 조달기간은 약 120일에서 50일로 단축하며, 연중 언제든 우수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연구·개발(R&D) 수주 선정 평가에 신청자와 같은 기관 연구자 참여를 막는 ‘동일기관 상피제’ 또한 폐지한다. 

향후 3년간 글로벌 R&D 투자에 ‘5조 4000억 원+ α’ 이상으로 확대하며 한·미·일 공동의 글로벌 R&D 협력 프로젝트 신설을 추진한다. 특히 연구과제 당 연구비를 적정규모 이상인 최소 1억 원 이상으로 지원해 의미 있는 성과가 창출될 수 있도록 독려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11월 27일에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제3차 전원회의에서 심의·확정한 ‘윤석열 정부 R&D 혁신 방안’(1호 안건, 이하 R&D 혁신방안)과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2호 안건, 이하 글로벌 R&D 전략)을 발표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유능한 인재들이 혁신적 R&D에 마음껏 도전해 세계적 연구자로 성장하여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최고의 연구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 윤석열 정부 R&D 혁신 방안

▶ 혁신적 R&D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이에 도전적인 연구에 대해서는 실패를 용인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후속과제 선정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성공·실패를 구분 짓는 평가등급을 폐지한다. 

또한 컨설팅·동료평가 등 정성적 검토로 전환하는 대신 연구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자의 학업 이력, 연구 성취도, 유망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잠재력과 탁월성이 높은 연구자를 선정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연구자·과제정보DB와 고용보험DB 연계(가명정보 결합), 글로벌 인력지도 등을 활용하여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재정책 수립도 추진한다.

도전적 R&D에 필요한 최신·고성능 연구시설·장비 도입계약에 걸리는 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50일로 대폭 단축한다.

조달에 소요되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연구시설·장비 구매를 수의계약 대상에 추가하도록 국가계약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특히 연구 성과가 뛰어난 연구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기술료 사용 규정도 개정하기로 했다.

이에 국가연구개발혁신법 시행령을 개정해 연구자에게 돌아가는 기술료 보상 비율을 현행 50%에서 60% 이상으로 높이고, 우수IP를 보유한 연구자에게 사업화 R&D를 지원해 IP 스타과학자를 육성할 계획이다.

▶ R&D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혁파한다.

먼저 국가적으로 시급한 도전적·혁신적 R&D 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패스트트랙이나 면제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연중 언제든 우수 연구과제를 착수하고 연구비 집행 지연 등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연구과제비 사용기간과 회계연도 일치에 대해 내년에는 글로벌 공동연구와 기초연구 사업부터 시범적으로 적용을 제외하고, 다른 사업에 대해서도 단계적 폐지를 검토한다.

시스템에 등록된 연구비 사용 증빙자료는 별도 문서로 보관하지 않고, 정산·감사 시에도 시스템에 등록된 자료를 활용하도록 대통령령으로 법제화해 종이 없는 연구행정을 실현한다.

최고가 최고를 평가할 수 있도록 연구과제 신청자와 동일한 기관에 속하는 연구자의 평가 참여를 제한하는 상피제도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평가위원 및 평가결과를 피평가자에게 공개하여 투명성을 높이고, 평가위원의 이해상충행위 금지 의무를 부과하는 행동강령 등을 통해 전문성과 공정성 간의 균형을 맞춰 나갈 계획이다.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평가위원 발굴을 위한 평가위원 평가제를 도입하고, 기획위원이 선정-최종 평가까지 참여하여 평가의 전문성을 높이는 책임평가위원제도 확대한다.

▶ 차세대 기술분야 대형R&D 투자를 확대한다

차세대 기술분야 대형R&D 투자를 확대하고자 연구과제당 연구비를 최소 1억 원 이상으로 지원하는데, 다만 소액으로 충분한 연구가 가능한 분야는 소규모 연구를 유지한다.

아울러 세계 기술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12대 국가전략기술 R&D’를 연 5조 원 수준으로 투자하고, 실패 가능성이 높지만 성공 때 파급효과가 큰 DARPA 방식 ‘고위험·고수익형 R&D’도 전격 추진하기로 했다.

▶ 출연연·대학을 세계적 기초·원천 연구 허브로 육성한다

]출연연은 그동안의 소모적인 과제 수주 경쟁에서 벗어나 대학·기업이 할 수 없는 대형 원천기술 개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해 나간다.

출연연을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임무의 전진 기지인 ‘국가기술연구센터’(NTC, National Technology Center) 중심 체제로 전환하고, NTC에 핵심 연구인력과 장비를 집중해 역량을 결집한다.

글로벌 수준 연구자, NTC 참여 연구자 등의 핵심 연구자들에 대해서는 과제수탁 부담 없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인건비 100%를 보장하는 등 PBS 제도의 합리적 개선도 추진하기로 했다.

글로벌 선도대학 육성을 위해 대학에 핵심 연구장비와 이에 필요한 운영인력을 함께 지원한다. 이를 위해 대학 내에 R&D 자원(인력·정보·지식)이 집적되고 대학의 연구역량을 확충할 수 있도록 대학 내 연구소와 같은 연구기반 구축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유망한 젊은 과학자가 세계적 수준의 독립된 연구자로 빠르게 성장하도록 초기 연구실구축을 최대 5억 원 지원하고, 연구비 지원 규모도 대폭 확대하는 등 파격적으로 지원하며 박사후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국외연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R&D 추진전략

▶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글로벌 R&D 시스템으로 혁신한다

기존의 소규모·단발성의 국제협력 체제에서 벗어나,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차원의 전략성을 반영해 글로벌 R&D의 체계를 ‘Two-Track(탁월성·개방성)+α(해외진출)’로 확대·개편한다.

이에 따라 글로벌 R&D 투자 규모를 당초 정부 R&D의 1.6% 수준에서 6~7% 수준으로 확대·유지해 글로벌 R&D 투자를 향후 3년 동안 총 5.4조원 +α 이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R&D의 특성상 상대국 상황에 맞춰 탄력적인 예산 운영이 필요하므로 글로벌 R&D 예산 시스템도 이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간다.

먼저 국가 간 상이한 예산 시스템을 고려하여 글로벌 공동연구에 대하여 유연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도록 사업 집행의 회계연도 이월을 허용한다. 

또한 글로벌 R&D 프로젝트가 적기에 추진될 수 있게 사업 기간·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는 ‘프로그램형 사업’도 확대할 예정이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글로벌 R&D 사업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글로벌 R&D 협력 프로젝트도 신설하고, 아세안, 중동 등 다양한 국가와의 협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R&D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전략 기획’부터 ‘사업 추진’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R&D 체계도 고도화한다.

우선 우리나라가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할 12대 국가전략기술,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7대 탄소중립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간 기술 우위, 세계적 연구기관 등을 분석·도출한 데이터를 담은 ‘글로벌 R&D 전략지도’를 구축하여 글로벌 R&D의 이정표로 활용해 나간다.

주요 분야별로 ‘글로벌 R&D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발굴해 예비타당성 신속조사, 정부 연구개발 예산 우선 반영 검토 등을 통해 글로벌 R&D를 적기에 추진하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특히 다양한 기술 분야의 글로벌 R&D 사업을 차질 없이 기획해 추진할 수 있도록 해외 현지에서 전문 과학기술인이 직접 글로벌 R&D를 기획한다. 

해외 우수기관과의 매칭 등 전주기 연구를 수행·지원하는 ‘글로벌 R&D 전략 거점센터’도 운영하여 글로벌 R&D의 전진 기지로 활용한다.

이에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글로벌 R&D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산하에 ‘글로벌 R&D 특별위원회’를 신설할 계획이다.

▶ 국내 연구자가 글로벌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

개인 연구자 단위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리더 과학자 정보를 담은 ‘국가전략기술 글로벌 인력지도’를 수립해 정부의 인력교류 사업과 연계함으로써 국내 연구자가 해외의 우수 연구자와 협업하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초기 연구자가 연구역량을 축적하여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인력교류 기회를 제공하는 ‘한국형 마리퀴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 간 공동 연구와 인력 교류를 지원하는 ‘탑티어 협력 플랫폼’도 새롭게 구축하여 국내외 연구자의 교류 경험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역량이 우수한 재외한인연구자가 국내의 연구자와 협업할 수 있도록 재외한인연구자 유치 지원을 강화하고, 재외한인연구자가 젊은 연구자와의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추진해나간다.

대학과 출연연 등에서 수행하는 개인 기초연구의 글로벌 협력 활동을 폭넓게 지원하고, 기초연구실·선도연구센터 등 집단 기초연구도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글로벌 R&D 생태계를 조성한다

이를 위해 국가 간 전략적 우선순위를 고려해 과학기술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글로벌 R&D와의 연계를 강화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연구제도와 보안체계를 확립해 나가기 위해 해외 연구기관이 우리나라 R&D에 주관·공동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글로벌 R&D에 한해서는 연구자 참여 제한 규정도 완화 한다.

지식재산권 공동 소유 기준, 협약·계약 방법 등 글로벌 R&D 상세 가이드도 마련하고, 글로벌 연구 보안 지원체계도 새롭게 구축해 우리 연구자가 안정적으로 글로벌 R&D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 나간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유능한 인재들이 혁신적 R&D에 마음껏 도전해 세계적 연구자로 성장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도록 최고의 연구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과기정통부 장관으로서 느끼는 가장 큰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안건들은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는 과학기술 글로벌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절차 뒤바뀐 ‘글로벌 R&D’

이번 정부 대책의 대표적인 한계로는 '글로벌 R&D 예산'의 용처가 여전히 정해지지 않은 점이 꼽힌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국제협력 R&D 예산을 올해(5,000억 원)보다 3배 이상 늘린 1조 8,000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정부 전체 R&D 예산이 올해보다 16.6%(5조 2,000억 원)나 줄어든 상황에서 이례적인 대폭 증액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계에서는 국제협력 R&D가 뚜렷한 청사진 없이 너무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작 어느 나라와 무슨 연구를 할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예산부터 받고 협력 파트너가 될 해외 연구단은 나중에야 찾는, ‘선후가 바뀐 예산 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내년에 양자와 자율주행, 첨단 항공, 차세대 통신 등에서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세계 유수 연구기관과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한국 정부의 ‘희망 사항’에 가깝다. 이어확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공동대표(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는 “연구 현장과 상황 공유가 안 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국제 협력 예산은 일의 선후가 바뀐 것으로 많은 과학자들이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처 국제협력 R&D 용처도 마련돼 있지 않은데, 예산부터 덜컥 받은 상황이 됐다는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가 이날 브리핑에서 ‘사업 집행의 회계연도 이월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주목된다. 내년에 다 쓰지 못한 국제협력 R&D 예산은 내후년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각국의 회계연도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예산 이월은) 내년 예산이 급하게 만들어져 이것이 잘 집행될지 모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일종의 안전장치를 두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국제협력이 생각보다 까다로운 국가 간 조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국제협력 R&D의 경우 ‘상호 윈윈’ 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며 “한국이 원하는 기술을 가진 국가는 한국을 잠재적인 경쟁 상대로 보고 협력을 꺼리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방안에 대해 이경진 공공연구노조 정책실장은 “연구 현장에 지원을 강화하고, 변화를 도모하는 긍정적 신호로 인정한다”면서도 "현 시점 중요한 사안인 예산 삭감 대신 제시하는 장밋빛 미래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 과학기술인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난 예산 삭감 정책과 ‘카르텔’ 사태로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대부분 연구자들에게 모욕감과 상처를 줬는데, R&D 예산 수립 과정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찾는 방안이 우선되지 않았다”며 “그런 문제의식 없이 지금 나온 방안이 현장에서 얼마나 추진력을 얻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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