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완벽할 수 없는 삶 - 아이유, 선물 같은 삶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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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완벽할 수 없는 삶 - 아이유, 선물 같은 삶을 노래하다
  • 김광식 서울대·인지문화철학
  • 승인 2023.11.26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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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식 교수의 〈음악과 철학 사이〉

 

 

[리뷰] 샌델의 <완벽에 대한 반론>으로 본 아이유의 <Strawberry moon>


“달이 익어가니 서둘러 젊은 피야 / 민들레 한 송이 들고
사랑이 어지러이 떠다니는 밤이야 / 날아가 사뿐히 이루렴

팽팽한 어둠 사이로 / 떠오르는 기분
이 거대한 무중력에 혹 휘청해도 / 두렵진 않을 거야

푸르른 우리 위로 / 커다란 strawberry moon 한 스쿱
나에게 너를 맡겨볼래 eh-oh

바람을 세로질러 / 날아오르는 기분 so cool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ooh

다시 마주하기 어려운 행운이야 / 온몸에 심장이 뛰어
Oh 오히려 기꺼이 헤매고픈 밤이야 / 너와 길 잃을 수 있다면
 
맞잡은 서로의 손으로 / 출입구를 허문
이 무한함의 끝과 끝 또 위아래로 / 비행을 떠날 거야 (....)

놀라워 이보다 / 꿈같은 순간이 또 있을까 (더 있을까)
아마도 우리가 처음 발견한 / 오늘 이 밤의 모든 것, 그 위로 날아”


아이유가 부른 노래 <Strawberry moon>이다. 그녀는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라고 노래한다. 그녀는 이렇게 완벽한 삶이 온몸에 심장이 뛸 만큼 “다시 마주하기 어려운 행운이야 (....) 놀라워 이보다 꿈같은 순간이 또 있을까”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삶도 어둠이 팽팽하고, 거대한 무중력에 휘청거리고, 길을 잃고 헤매는 삶이다.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완벽하다. 그럼에도, 아니 그래서 서로의 손을 맞잡고 무한함의 끝과 끝 또 위아래로 비행을 떠날 수 있다. 오늘에서야 처음 발견한 이 밤의 완벽한 모든 것은 마치 선물 같다.

올해 수능에서 재수나 삼수 등을 뜻하는 N-수생 비율이 32%로 역대 최대다. 매우 어려운 이른바 ‘킬러 문항’을 없애라는 대통령 말씀에 따라 어려운 문제를 없앤다는 수능 출제의 방침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28~30% 비율을 유지해 온 것을 보면 그 탓만은 아닌 듯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의대 합격자 가운데 N-수생 비율은 80%를 차지했다. 그 가운데 3수생 이상이 40%를 넘었다. 대학에 다니면서 재수를 하는 이른바 ‘반수생’ 비율도 크게 늘었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4개 과학기술원이나 이른바 SKY 대학의 이공계 대학생들의 중도이탈 비율이 크게 늘었다. 그 대부분이 의대로 옮겨갔다. 이러한 현상은 무한 경쟁 시대의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더 완벽한 삶을 꿈꾸는 무한 성장 시대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생명공학의 발전이 놀랍다. 무엇보다 유전자 지도와 유전자 가위 등으로 유전공학의 발전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유전조작으로 만드는 맞춤형 아기가 보편화 된 미래 사회의 문제를 그린 영화 <가타카>가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처음에는 치료 목적으로 유전공학을 이용하겠지만 머지않아 신체적 능력과 정신적 능력을 높이는 강화 목적으로도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근육이 약화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공학 기술은 운동선수의 근육을 강화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기억이 약화되는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공학 기술은 학생의 기억을 강화하는 데도 이용할 수 있다. 유전공학을 치료 목적이 아니라 강화 목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 까닭이 있을까?

마이클 샌델 교수 (Prof. Michael J. Sandel: Anne T. and Robert M. Bass Professor of Government, Harvard University)

미국 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그의 책 <완벽에 대한 반론>에서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삶은 성취가 아니라 선물이다.”

                             - 샌델, <완벽에 대한 반론>


유전공학을 능력을 회복하는 치료 목적이 아니라 능력을 강화하는 강화 목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 까닭은 그렇게 하면 삶을, 그리고 그 삶을 사는 능력마저 대가 없이 우연히 주어진 선물이 아니라 내 노력으로 강화하여 얻은 성취로 여길 것이기 때문이다. 삶이나 사는 능력을 선물이 아니라 성취로 여기면 능력이 없는 사람들과 이익을 나누고 연대할 까닭이 사라진다. 

샌델은 보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내가 의료보험에 가입하여 이익을 나누고 연대하는 까닭은 나도 ‘우연히’ 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공학이 발달하여 병에 걸리지 않도록 신체적 능력을 강화한 사람은 굳이 의료보험에 가입하여 다른 이들과 이익을 나누고 연대할 까닭이 없다. 마찬가지로 삶이나 능력을 ‘우연히’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성취로 여기면, 모든 것이 내가 능력을 펼쳐 얻은 정당한 혼자만의 것이라 여기는 능력주의를 강화하여, 더 완벽한 삶이나 능력을 성취하려 들 뿐, 다른 이들과 이익을 나누고 연대할 까닭을 찾지 못할 것이다.

재수나 삼수를 하여서라도 의대나 더 좋은 대학에 가려고 앞다투어 노력하는 눈물겨운 광경이 펼쳐지는 사회 구조적인 원인은 출신 대학에 따라 주어지는 보상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겠지만, 더 근본적인 철학적 원인은 삶을 선물이 아니라 성취로 여기는 마음가짐일 수 있다. 삶이나 능력을 주어진 선물로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가짐보다 노력하면 더 완벽한 삶이나 능력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 때문에 주어진 삶에 감사하고 만족하기보다 더 완벽한 삶이나 능력을 좇는다.

누구나 살다보면 더 완벽한 삶이나 능력을 성취하고픈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하고 거대한 무중력에 휘청거리고 길을 잃고 헤매는 삶은 무의미한 삶으로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완벽한 삶은 없다. 더 완벽한 삶이 있으니까. 시시포스처럼 불가능한 완벽을 향해 오르고 또 오를 뿐이다. 끊임없이 더 완벽한 삶을 성취하려는 이에겐 만족이란 없다. 그래서 고마움도 없다. 마음을 나눌 여유도 없다. 반면 삶이나 사는 능력을 ‘우연히’ 주어지는 선물로 여기면, 모든 것이 고맙다. 푸르른 우리 위로 ‘우연히’ 떠 있는 커다란 strawberry moon 한 스쿱처럼 우리들 삶은 모두 온몸에 심장이 뛸 만큼 다시 마주하기 어려운 행운이다. 모든 것은 ‘우연히’ 주어진 선물이다. 너도 나도.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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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이 선물인 걸!

 

김광식 서울대·인지문화철학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 과학·기술·철학과에서 인지문화철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교양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인지과학의 성과를 철학적으로 해석하는 인지철학자이자, 여러 문화현상의 실천적 대안을 모색하는 문화철학자이다. 저서로 『BTS와 철학하기』, 『행동지식』, 『김광석과 철학하기』, 『다시 민주주의다』(공저),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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