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경쟁, 충돌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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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경쟁, 충돌로 이어질 것인가?
  • 김재철 가톨릭대·국제정치
  • 승인 2023.11.2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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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말하다_ 『탈냉전기 미중관계: 타협에서 경쟁으로』 (김재철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547쪽, 2023.10)

 

미중 사이의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경쟁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강대국 경쟁을 선언하면서 표면화되었고, 정권교체에 성공한 바이든 대통령 또한 경쟁을 체계화함으로써 ‘강력한 지위(position of strength)’를 확보하려 든다. 이처럼 경쟁이 미국에 의해 제기되었지만, 중국도 증대되는 국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의 우위를 인정했던 대미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재편하려 듦으로써 경쟁의 단초를 제공했다. 시진핑(习近平) 주석은 상호존중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강대국 관계(新型大国关系)’ 구상을 제기한 데 이어, ‘미국의 쇠퇴와 중국의 부상(东升西降)’을 강조하며 ‘국제법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제기함으로써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의 정당성을 약화하려 시도한다.

이러한 양국의 의도가 상호작용한 결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전방위적으로 확산했고 또 때로 대결의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양국 모두가 상대의 변화를 요구하는 반면에 타협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려는 실용성은 찾기 어렵다. 이처럼 경쟁에 의해 규정되는 양국관계는 탈냉전기, 지속되는 상호불신과 간헐적으로 이어진 위기 속에서도, 타협을 도출하고 또 증대되는 상호의존에 힘입어 협력을 확대해온 기존의 실용적 경향으로부터의 분명한 이탈을 상징한다. 이러한 변화는 바이든 행정부가 탈냉전 시기의 종언을 선언한 데서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탈냉전기 위기를 극복하고 또 협력을 확대했던 미중관계는 왜 협력을 이어가는 대신에 경쟁에 돌입했는가? 어떤 요인들이 이러한 전환에 기여했는가? 또 경쟁으로 규정된 미중관계는 어떤 양상을 보이는가? 특히 미중경쟁은, 일각에서 제시하는 것처럼, 양국 간 신냉전과 충돌로 이어질 것인가? 필자는, 미중관계에 중대한 전환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이 책에서 미국의 관여에 의해 형성되었던 탈냉전기 양국관계의 전개와 변화를 되돌아봄으로써 미중관계가 경쟁으로 나아가게 된 과정과 향후 전망을 제시하려 시도했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중요한 이론적 그리고 현실적 의의를 지닌다. 우선, 이론적으로 미중관계의 전개에 관한 검토는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간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국제관계 이론의 적절성을 검토하는 데 기여한다. 최근 미중경쟁이 양자 간 이슈를 넘어 국제질서 문제로까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논의의 가능성과 시의성에 힘을 보탠다. 다음으로, 현실적 측면에서, 미중경쟁의 성격에 관한 논의는 국제정치의 양상과 진로를 이해하는 데 기여한다. 미중 양국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인해 양국관계는 이 시대 국제관계의 양상을 규정하는 핵심적 요인으로 등장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최근 우리 외교정책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에서 확인된다.

탈냉전기 미중관계의 전개와 변화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필자는 양국이 지속되는 이견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실용적 선택을 통해 타협하기도 했고, 또 세계금융위기를 계기로 협력을 확대함으로써 협력과 경쟁이 병존하는 복합적 관계를 형성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관계의 양상을 표출했음을 제시한다. 이러한 사실은 미중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강조하는 현실주의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비록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던 복합적 관계가 경쟁에 의해 규정되는 관계로 변화한 현실을 무시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곧 충돌이 불가피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탈냉전기 미중관계의 전개라는 긴 안목에서 이뤄진 이 책의 논의는 미중관계에 의외성이 상존하며, 따라서 지금 전개되는 미중경쟁의 향방 또한 구조적 요인에 의해 이미 결정되었다고 보기보다 향후 양국의 선택에 의해 규정될 것임을 제시한다.

 

김재철 가톨릭대·국제정치

가톨릭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중국의 정치/외교, 동아시아 국제정치, 미중관계 등을 연구하고 강의한다. 미국 워싱턴 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중국, 미국 그리고 동아시아』, 『중국의 외교전략과 국제질서』, 『중국의 정치개혁』 등의 저서와 “Politics of Regionalism in East Asia”, “The Political Economy of Chinese Investment in North Korea”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7년 저서 『중국과 세계: 국제주의, 민족주의, 외교정책』으로 한국정치학회 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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