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교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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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교수’를 말하다!
  • 이명아 기자
  • 승인 2023.11.25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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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의 속사정: 교수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교수사회 속살 파헤치기 |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56쪽

 

2023년 기준 대한민국 고교생 10명 중 7명이 대학교로 진학한다. 대학교의 위상은 결코 이전만큼 드높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교의 또 다른 상징인 ‘대학교수’는 어떠할까? 여전히 진리를 수호하는 지식인일까? 아니면 횡령·표절·갑질 논란의 주범일까?

교수를 향한 말들은 많아도, 그것 모두 대학 밖에서 떠드는 외부인의 이야기일 뿐이다. 정작 교수 본인들은 교수의 정체가 무엇인지 진솔하게 고백한 적이 없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교수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교수사회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쳤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이 대학가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어도, 대학가를 둘러싼 잘못된 편견을 타파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교수로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냉정한 현실을 일깨워줄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교수로 산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우리는 교수를 동경하기도 하지만 오해하기도 한다. 그들이 지식인의 양심을 따르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라 굳게 믿고 싶은 탓인지, 언론에서 소개되는 각종 논란을 마주할 때마다 분노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히 강조한다. 교수는 교사와는 전혀 다른 직업이며 세간에 알려진 대학가 괴담에는 교수만이 알고 있는 속사정이 있다고. 그들은 괴팍한 성향을 타고난 연구자라기보다는 일종의 지독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직업인’에 가깝다. 1장 〈교수라는 존재〉와 2장 〈직장인으로서의 교수〉는 이른바 ‘교수의 생리학’을 아주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들의 생활 습관, 업무, 사고방식 등을 묘사하면서 교수들이 다른 사람과는 달리 특이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소통 능력의 부족, 다른 사람을 무심코 하대하는 버릇. 이런 것들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결과이다. 저자의 말처럼, 교수란 외로운 존재이며 그로 인해 대체로 어느 한 부분이 망가지곤 한다. 평생 수많은 학생을 만나지만 모순적이게도 타인과 단절되어 과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교수다. 그런 교수의 고독과 아집이 직업병의 정체라 할 수 있겠다.

대학생은 교수를 모른다. 그들에게 교수란 성적을 평가하는 선생이고, 강의를 진행하는 교육자다. 그러니 그들에게 교수는 한없이 머나먼 존재이다. 대학이라는 성에 갇힌, 신성하거나 기이한 인물로 보일 따름이다. 그러나 지은이는 3장 〈교수와 학생〉과 4장 〈교수와 대학원생〉을 통해 교수가 교사와 다르다고 강조한다. 교수와 교사의 차이를 나열하여 대학과 대학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도출하고, 나아가 국가가 교육을 통제하는 상황의 모순을 폭로한다.

대학은 학습자의 생활태도를 지도하는 공간이 아니고, 대학생과 대학원생은 교수로부터 올바른 생활습관을 교육받아야 할 사람이 아니다. 즉 출석 여부를 성적에 반영하는 일이나 학교에서 성적분포를 강제로 규정하는 일은 ‘자치’와 ‘학문’이라는 대학의 두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현상이 마치 상식처럼 굳어진 이유는 국가가 대학 지원금을 빌미로 대학 교육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국가의 명령에 순응하고, 교수는 생업을 지키고자 대학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따르게 된다. 대학생은 교수에게 진리를 수호하는 지성인이자 참된 교육자이기를 기대하지만, 작금의 교수는 국가와 대학이 만든 이상한 규제에 시달리는 직업인에 불과하다.

성적 외에도 국가는 대학의 많은 부분에 간섭한다. 대표적으로 취업률과 강의 내용이다. 취업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강의 내용이 국가가 제시한 일종의 ‘가이드라인’과 엇비슷해야 지원금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은 학문의 자유를 지키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아가 교수는 지성인의 책무를 다한다고 평할 수 있을까? 대학의 존재 가치가 무너져가는 오늘날, ‘교수’의 존재 의의는 무엇일까?

언론은 종종 논문표절, 공저자, 연구비 횡령 논란 등을 보도한다. 저자는 6장 〈대학을 둘러싼 문제들〉과 7장 〈교수를 둘러싼 문제들〉을 통해 이러한 논문이 예상보다 과장되었거나 와전된 이야기라는 점을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논문표절 논란 중 표절이 아닌 사례도 많고, 제자 논문에 지도교수 이름이 공저자로 게재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무엇보다 현재 대학원 상황을 고려했을 때 연구비 횡령은 거의 있을 수 없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논란들이 발생한 원인은 바로 대학과 교수사회에 있으며, 이 둘을 이른바 ‘사양산업’으로 몰아세우는 국가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논증한다. 목적이 전도된 대학가의 분위기, 스스로 품질을 갉아먹는 교수들, 그리고 대학과 교수로부터 학문의 자유와 지성인의 책무를 박탈한 국가의 잘못을 낱낱이 폭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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