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 새로운 과학을 위한 매니페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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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 새로운 과학을 위한 매니페스토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1.25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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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의 과학: 현대 과학의 성취와 실패 공식을 해독하다 | 다슌 왕·알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 노다해·이은 옮김 | 이김 | 448쪽

 

과학자에게 전성기는 언제 찾아올까? 글로벌 공동 연구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수많은 논문 중에 어떤 논문이 영향력을 가질까? 어떤 과학기술에 자원을 투자해야 할까? 과학으로 많은 현상을 수치화하고, 재현 가능한 패턴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과학 그 자체도 그렇게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다루는 학문 분야를 ‘과학의 과학(Science of science)’이라 부른다.

새로운 도구의 발명은 과학혁명을 견인한다. 현미경, 망원경, 유전체 배열 분석 등은 이 세상을 지각하고 측정하고 추론하는 우리의 능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지금 우리 손에 있는 최신의 도구는 막대한 양의 디지털 데이터다. 우리는 이 데이터로 과학 산업 전체의 궤적을 따라가며 그 내부의 작용을 아주 상세하게, 상당한 규모로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의 과학자들은 수많은 연구 논문, 프리프린트, 연구 제안서, 특허 등을 만들어 내며 상세한 자취를 남긴다. 이러한 데이터를 다루다 보니 과학의 과학이라는 새로운 다학제적 분야가 출현했다. 과학의 발전을 정량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과학적, 기술적, 교육적으로 상당한 가치를 발굴해 내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과학자의 커리어와 전성기, 과학의 성공과 실패, 공동연구와 논문의 영향력 등을 다양하고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데이터에 기반한 연구 결과를 메타분석하여 쉽게 설명한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1부 ‘경력의 과학’에서는 과학자의 경력에 관한 일련의 질문을 파고든다. 획기적인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을 조사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 궁금증이 생긴다. 과학자가 과학적 돌파구를 찾아내는 시기에 정량적인 패턴이 존재할까? 과학자의 생산성과 영향력에는 어떤 원리가 작동할까? 1부에 딸린 장들은 이 물음들에 정량적으로 답하는 동시에 어떻게 과학자를 양성할지, 그들의 과학적 성과를 어떻게 인지하고 보상할지를 탐구한다.

2부 ‘협업의 과학’에서는 과학자들이 어떻게 협력하고 팀으로 함께 일하는지를 팀 과학의 과학 (science of team science, SciTS) 영역의 문헌들을 통해 탐구한다. 과학은 흔히 아인슈타인, 다윈, 스티븐 호킹 같은 천재 과학자가 나타나 ‘유레카!’의 순간을 맞이하는 혼자만의 여정처럼 생각되지만 오늘날 대부분 과학은 팀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전체 과학과 공학 관련 발행물의 90%는 복수의 저자가 저술했다. 사실 이런 거대 협력은 과학자들에게 독특한 형태의 새로운 도전의 장이다. 왜 어떤 협업은 실패하거나 완전히 망해버릴까? 어떤 요인이 팀의 효율성을 돕거나 저해할까? 어떻게 높은 생산성을 갖는 팀을 조직할 수 있을까? 최적화된 팀 규모가 있을까? 시간이 흐르면 팀은 어떻게 진화하고 어떻게 흩어질까? 어떻게 팀 멤버십을 유지하면서 다양화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다룬다.

3부 ‘영향력의 과학’에서는 과학의 ‘생산자’들이 만들어 낸 것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과학 발견은 단독으로 일어나지 않고, 기존 연구 위에 쌓아 올려진다. 과학자들이 기반으로 삼은 아이디어의 출처를 인정해 오던 관습은 인용이라는 엄격한 규범으로 자리잡았고, 과학계는 특정 논문이나 연구가 가진 과학적 영향력을 측정하는 데 피인용 수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영향력과 피인용 수 사이의 연관성은 사실 모호하다. 피인용 수가 얼마나 많아야 ‘많은’ 것일까? 피인용 수는 어떤 메커니즘으로 누적될까? 어떤 종류의 발견이 더 많이 인용될까? 어떤 논문이 미래에 얼마나 인용될지 알 수 있을까? 3부에서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정량적인 답을 찾는다.

4부 ‘전망’에서는 과학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몇몇 분야를 논의하면서, 떠오르는 선구적 주제들과 다가오는 미래에 새로운 전망을 내놓을 주제들을 살펴본다. 과학을 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가 실제 과학이 수행되는 방식(어떻게 지식이 발견되고, 가정이 세워지며, 실험에 우선순위가 매겨지는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과학자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소개한다. 나아가 다가오는 인공지능의 시대가 과학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인간과 기계가 협업해 인간이나 기계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빠르고 효과적인 성과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또한, 과학의 과학이 잠재적인 편견을 교정하려는 현재의 시도를 넘어 어떻게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실행 가능한 정책 적용을 통해 어떻게 인과적인 통찰을 얻어 낼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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