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할 것인가, 몰락할 것인가, 해답은 인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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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할 것인가, 몰락할 것인가, 해답은 인구에 있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1.25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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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 | 제니퍼 D. 스쿠바 지음 | 김병순 옮김 | 흐름출판 | 348쪽

 

인류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팬데믹, 신냉전, 일상화된 테러와 난민 사태, 선진국의 저성장과 신흥국의 부상, 양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전환 등 기존의 질서가 해체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저성장, 안보 위협, 고령화라는 3중 위기에 직면했다. 각 국가가 겪고 있는 문제는 국경선 안의 문제만이 아니라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이 모든 변화의 이면에는 어떤 역학이 작용하고 있는가? 저자 제니퍼 D. 스쿠바는 ‘인구’라는 한 단어로 답한다.

군사 전략과 경제 성장, 외교 정책, 보건 의료와 같은 주요 현안들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원한다면, 논의를 ‘인구’에서 출발해야 한다. 모든 정치, 경제, 사회의 기반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구통계학적 추세와 그것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암시하는 바를 분석하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20세기의 인구통계학적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기하급수적 인구 증가라고 표현할 수 있다. 20세기의 인구 증가가 기하급수적이었다면, 21세기는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차별적 인구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구 추세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오늘날 세계를 압박하는 여러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인구 추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전 지구적 차원에서 폭력과 평화, 압제와 민주주의, 그리고 빈곤과 번영의 역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를 보다 잘 예측할 수 있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개발과 물리적 충돌을 이해하려면 지구상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보다는 그들이 ‘어디에 사는 누구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인구의 증감이 어디서 집중적으로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러한 인구 변동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오늘날 전 세계의 정치, 사회, 경제 현상 들을 이해할 수 있다.

인구의 변화는 3가지 힘에 의해 움직인다. 출산과 죽음, 이주가 그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출산과 사망, 이주를 각각의 다이얼이라고 말한다. 다이얼들을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돌리면 인구 변동과 관련된 무한한 역학관계를 만들 수 있다. 책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상이한 방식으로 연결될 때 전체 인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국가, 사회, 공동체를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한다.

책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의 고령화가 동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을 출산이라는 키워드로 분석한다. 중국을 넘어 세계 1위가 된 인도의 미래와 향후 세계 인구 증가를 이끌 아프리카 국가들의 불안한 미래를 살펴본다. 특히 인구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아울러 극단주의 치닫고 있는 유럽 국가의 속사정을 알아보고 세계 최초로 10억 명 인구를 돌파한 중국은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 대열에 합류하면서 벌어질 일들을 전망한다.

인구 역학이 오늘날 우리의 세계를 형성한다. 한 사회가 노인보다 어린이가 훨씬 더 많든, 건강한 노동자들이 넘쳐나거나 많은 이민자들이 국내로 유입되든, 또는 여성 인구보다 남성 인구가 많든 그 모든 것은 그 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적 관계들에 영향을 끼친다. 사람들은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공해를 유발하는 장본인들이다. 군인이거나 밀입국업자이기도 하고,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살려내는 구원자이기도 하다. 우리를 둘러싼 물리적 환경이나 경제, 안보 환경, 또는 문화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런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군인이자 밀입국업자이며 구원자이기도 한 사람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인구 변화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은 아니지만 세계를 숙명에 빠뜨릴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바꿔 말하면 인구통계학적 사유를 할 수 있다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 세계 질서의 대전환기를 맞고 있는 지금, 변화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구통계학적 사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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