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으로 〈모나리자〉를 환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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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으로 〈모나리자〉를 환수할 수 있을까?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11.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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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 문화유산을 둘러싼 갈등과 분쟁의 세계사 | 김병연 지음 | 역사비평사 | 432쪽

 

이 책은 우리가 지키고 보호하며 미래 세대에게 넘겨줄 문화유산의 도난과 약탈, 환수에 관한 이야기다. 문명 세계에서 벌어진 잔혹한 약탈과 서구 박물관에서 버젓이 전시되는 예술품, 그리고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불편하지만 직시해야 할 시선, 나치 약탈품을 되찾는 지난한 역사를 살펴본다.

재료의 원산지 정보를 표기할 때 보통 ‘출처’라는 말을 쓰는데 사실 이는 문화유산에 사용되는 개념이었다. 문화유산에서 출처의 정확한 의미는 “발견되거나 창작된 시점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박물관 자료에 관한 모든 내력 및 소유권 전반을 가리키는 용어로서 진위 여부와 소유권을 결정한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 자랑하는 〈모나리자〉.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적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는 없다. 2019년 레오나르도 다빈치 서거 50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는 〈모나리자〉 환수운동을 추진했다. 이탈리아의 어떤 학자는 〈모나리자〉의 실존 인물로 추정되는 리자 델 조콘도의 무덤을 발굴하며 DNA를 검사하고, 어떤 정치인은 프랑스에 공개적으로 〈모나리자〉의 반환을 요구했다. 이탈리아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모나리자〉를 프랑스로부터 돌려받을 수 있을까?

프랑스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은 뒤 그의 침실에 잠깐 걸려 있었던 때를 제외하곤 루브르박물관에서 거의 나오지 않은 〈모나리자〉. 워낙 귀한 작품이라 외국 박물관에 대여 전시도 잘 하지 않는다.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모나리자〉는 이탈리아의 천재적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다.

1911년 〈모나리자〉가 루브르에서 도난당하는 세기의 사건이 벌어졌다. 전 세계 언론이 앞다투어 보도했고, 파리 시민들은 슬픔에 빠지고 루브르의 빈 벽에 장미꽃을 꽂으며 애도했다. 2년여가 지나고 잡힌 범인은 다름 아닌 루브르박물관에서 그림의 보호를 위해 유리상자를 만들던 빈첸초 페루자였다. 이탈리아 태생의 그는 법정에서 〈모나리자〉가 이탈리아인의 그림이며 나폴레옹이 약탈해갔기 때문에 애국심의 발로에서 훔친 것이라 항변했다. 기실 나폴레옹이 약탈해간 유럽 여러 나라의 예술품 중에는 원소유국에 반환된 것도 있었다. 바티칸박물관에 반환된 〈라오콘 군상〉이 대표적이다. 페루자의 주장은 이탈리아 배심원들을 감동시키고 적은 형량의 판결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우피치미술관에서 2주 남짓 전시된 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으로 돌아갔다. 〈모나리자〉의 반출 과정에 불법이나 부당성이 없었으므로 프랑스의 정당한 소유가 맞기 때문이다. 즉, 모나리자는 나폴레옹이 약탈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 국왕이 다빈치의 제자에게 대금을 치루고 합법적으로 구입한 그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오늘날까지 이탈리아에서는 일부 인사들이 프랑스로부터 〈모나리자〉의 반환을 주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인의 작품이라는 이유에서다.

문화유산의 반환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불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식민 지배나 외국군 점령과 같은 ‘부당한’ 역사적 사실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1954년까지 문화유산 개념 형성의 역사를 살펴본다. ‘문화유산’ 개념은 「1954년 헤이그협약」을 통해 최초로 등장했지만 로마에서부터 시작하여 중세, 르네상스, 근대국가, 17세기 계몽주의,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예술품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해온 개념이다.

2부에서는 ‘출처(provenance)’ 개념을 다룬다. 나치가 약탈한 예술품을 환수하고자 1998년 워싱턴회의 이후 예술품 환수를 위해 부여한 첫 번째 조치가 ‘출처 조사’에 있을 정도로 이 문제는 뜨거운 주제이다. 할리우드 배우 등 슈퍼스타들조차 도난품 취득 과정에서 출처 확인에 소홀히 하며 발생하는 문제점을 살펴볼 것이다.

3부에서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소개한다. 인간 유해는 문화유산인가, 미국자연사박물관에서 루스벨트 동상은 왜 철거되었나, 도라산역 벽화와 포스코 센터 앞의 조각품에 얽힌 이야기다.

4부에서는 원상회복, 반환, 본국 귀환, 동종물에 의한 원상회복 등 유네스코 환수 용어 R·R에 감추어진 여러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프리카에서 약탈해간 문화유산을 반환하는 문제, 도굴품을 원소유국에 반환하는 원칙을 만들어낸 법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가 소련에 약탈당한 문화유산을 되찾아오기 위해 내세운 논리 등을 살펴본다.

5부에서는 나치 약탈품을 되찾는 지난한 소송의 과정을 통해 국가와 문화유산의 관계를 알아본다. 영화 〈우먼 인 골드〉로도 제작되어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 Ⅰ〉을 둘러싸고 벌어진 마리아 알트만과 벨베데레 오스트리아 갤러리 간의 소송, 에곤 실레의 〈발리의 초상〉을 놓고 벌어진 헨리 본디와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 간의 소송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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