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사회과학: 과거, 현재,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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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사회과학: 과거, 현재, 미래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0.21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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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총서_ 〈아시아의 사회과학: 과거, 현재, 미래〉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AASSREC)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아시아 사회과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지난 6월 14일과 15일 이틀 간 개최한 국제학술대회<br>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AASSREC)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아시아 사회과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지난 6월 14일과 15일 이틀 간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77년 이상 평화의 시기 동안 사회과학은 아시아 지역에서 두 가지 중요한 기여를 했다. 하나는 아시아 국가들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이들 국가가 자유민주주의적 정치체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으며 한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들이 매우 괄목할만한 수준의 민주주의를 성취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타난 사회과학적 방법론상 변화의 핵심은 구조에서 행위자로 관심이 이전되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의 원인은 무엇보다도 구소련진영의 붕괴에 따른 마르크시즘의 몰락, 국가중심주의 쇠퇴와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등장 그리고 세계화의 진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이며, 다른 측면에서는 미국적 사회과학의 세계화로 간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21세기 들어 전 세계는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할 사회과학적 대안 제시가 요구된다. 세계화는 종언을 고할 준비를 하고 있고, 지역과 개별국가 그리고 각 문명 간의 대립은 오히려 강화될 조짐을 보인다. 이에 아시아사회과학협의회(AASSREC)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아시아 사회과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주제로 지난 6월 14일과 15일 이틀 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이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 <아시아의 사회과학:과거, 현재, 미래>(연구책임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종서 연구기획조정실장)를 협동연구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아시아지역에서 사회과학의 과거 및 현재까지의 경로를 살펴보고 곧 당면할 주요한 문제들을 규명하며 나아가 대안을 학술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작성됐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아래에 요약했다.

 

▶ 아시아 사회과학: 탄생과 성장

대한민국은 19세기에 들어 서구 국가들의 영향을 받아 현대화를 시도했으나 정치적 혼란과 민족적인 문제로 인한 실패를 경험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인하여 한국 사회는 사회과학의 발전이 다양한 주제, 다양한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한국의 사회과학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영향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식민 지배와 억압의 시대에 사회과학자들은 한국 사회의 문제와 해결책을 모색했다. 해방 후, 사회과학은 미 군정기와 함께 급속도로 제도화되어 1960년대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정치·사회적 민주화와 경제 발전을 주요 주제로 관련 학회가 형성되어 연구가 활발해졌다.

1990년대 이후 아시아 역내에는 사회과학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과 변화가 시작됐다. 지식의 전문화가 심화하면서 사회과학의 역할과 과제, 연구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한국을 비롯한 국가에서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가 중요한 주제로 부상했다. 지리적으로는 오세아니아 지역이나 중동까지도 아시아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아시아적 연구를 추진했다. 호주는 기후 변화와 환경 문제, 글로벌 이슈가 사회과학 내에서 주요 주제가 되어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이란의 경우, 이란 사회학 협회의 주도로 단순한 학문적 이해를 넘어 국가와 사회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다양성과 인권에 대한 논의를 통해 사회 문제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등 자국 사회과학의 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아시아 사회과학: 현재 상황과 각국의 이슈

중국의 사회과학 연구에서는 법치주의 연구를 주목한다. 중국의 법치주의 연구는 실제 법체계와 지배 현상을 분석함으로써 국가 통치와 사회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중국은 서양 법치주의 전통을 더한 독자적인 평가 방식을 개발해 왔다. 현재 평가 지표의 양적 측면을 개선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평가 결과를 정부 의사결정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 평가 지표와 데이터 수집 방법의 결정 등이 과제로 남아있다. 

태국에서는 환경 보호 정책에서 사회과학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재정적 유인책을 중심으로 접근한 결과 태국에서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발생했다. 태국은 종교/도덕적 가치를 중요시함에도 환경 보호 정책은 경제적 이익과 유인책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규범과 가치의 중요성이 파괴됐다. 따라서 경제-도덕(규범)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사회과학이 더욱 적극적으로 사회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중견국으로서 외교 분야에도 미국/중국과의 관계, 한국의 글로벌 역할, 한반도 안보 문제 등이 사회과학에서 중요한 주제가 됐다. 중견국은 외교상 다자주의와 함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는 역할을 하며 국제무대에서 더욱 활약할 기회가 있다. 이에 한국의 사회과학은 중견국들이 외교상 기회를 확보하고 국제 질서를 재구성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시아 사회과학의 현 상황과 국가별 이슈를 요약하자면, 사회과학 연구는 현대 국가들의 공공 정책 문제와 국제 정치의 권력 경쟁에 대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 분석과 시나리오 기반 접근을 통해 의사결정과 위기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역사적인 권력 경쟁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여 새로운 도전에 대응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 아시아 사회과학: 위기

역내 COVID-19 팬데믹 대응은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게 됐고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이 됐다. 역내 대다수 국가는 성장을 멈추고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는 재조정되고 있으며 다국적 기업은 입지 전략을 바꾸는 등 국제 무역 방면에서 동아시아는 복잡한 변화를 겪고 있다.

아시아가 겪는 위기 중 하나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붕괴이다. 생산 네트워크가 무력화되면서 아세안(ASEAN) 회원국의 참여도 그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탄력성과 생산 다양화는 더욱 중요해졌다.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개발 네트워크(Global Development Network)는 "Doing Research" 이니셔티브를 시작하여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사회적 불평등과 취약성을 조사하여 이들 지역의 사회적 문제를 파악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위기 지역에 신뢰성 있게 대응했다고 평가된다. 이렇듯 위기 상황에서 투명성과 책임을 강조하고 맞춤화된 전략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위기와 도전을 극복하려면 사회과학자와 인문과학자들은 역내 정부, 국제기구, 시민사회 단체, 학계, 기업이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


▶ 아시아 사회과학: 미래 이슈

고령화 현상은 아시아 역내 많은 국가에 중요한 이슈이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사회보장 정책과 보건 정책에 대한 이슈로 이어진다. 이에 선진국의 경험을 참고하여 사회보장 정책을 강화하고 국제적 협력으로 노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키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도 사회와 정치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미래에도 발전 동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융합하여 사회발전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말레이시아는 사회과학자들이 "경성(hard) 사회과학"과 "연성(soft) 사회과학"을 구분하여 이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정부와 사회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함으로써 자국의 사회 및 정치 변화를 이해한다. 이러한 방법을 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국가들에 적용하여 이들의 발전을 이해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요약하자면 아시아 역내 사회과학자들은 공식/비공식 교류를 통하여 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도전을 파악하고 이에 국제적 협력으로 대응해야 한다. 경험적 지식을 공유하고 협력함으로써 아시아 사회과학의 학문적 발전과 역내 발전을 이룰 수 있다.

 

▶ 아시아 사회과학: 싱크탱크와 제도의 역할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연구에 대한 재정적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과학 연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개방적 대화와 연구 인프라 강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국책 연구기관은 발전과 위기의 시대를 겪으며 국가 발전과정에 조언하거나 정책을 분석하는 등 많은 영향을 미쳤다. 현재도 정책 연구 및 제언은 주요 기능인데, 이제는 국제적 협력과 범아시아 사회과학 연구의 발전을 경주하려고 한다. 

스리랑카의 경우, 대학에서 사회과학과 인문학 교육의 역사는 100년이 넘으나 경제 위기와 팬데믹 위기로 사회과학에도 연구비 부족과 업무량 과다 등의 문제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충분한 연구 자금 할당, 기술 개발, 국제협력 강화 등의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1960~70년대에는 사회과학이 주축이 되어 대학 자율성과 학문적 자유를 유지했으며 정부와 대립하며 학생 운동과 약자층을 대변했고, 1971년 대학 및 대학교법의 시행 후 학계는 대학 헌장과 대학 내 위원회 설립으로 대학의 지배 구조를 개선했다. 최근에는 세계대학 순위에 관한 관심이 지나치다는 부정적 여론이 높은데 대학과 학계가 협력하여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 결론 및 정책 제안

ㅇ 아시아적 사회과학 필요성: 아시아 사회과학은 서구와 차별되는 문화적 환경과 역사적 경험을 기반으로 성장하였으며 발전의 경로와 단계도 서구와 다르므로 아시아적 사회과학을 추구하여 아시아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ㅇ 서구 중심 시각의 탈피: 서구의 사회과학에 지적으로, 제도적으로 종속되지 않도록 개별국 차원에서 자국의 역사, 문화 그리고 언어를 반영한 사회과학을 더욱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ㅇ 아시아 역내 협력 강화: 지정학적 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아시아의 사회과학자들은 강대국의 갈등이 역내까지 연장되지 않도록 아시아적 시각에서 계속 상호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ㅇ 국제적 학술 협력: 인구 고령화, 이민, 젠더, 환경, 복지 등 현재 아시아에 발생하는 현상과 문제에 관한 연구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 이들은 개별 국가 내부 문제가 아니라 역내의 이슈이므로 아시아 사회과학자들은 국제적 협력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ㅇ 싱크탱크의 활용 강화: 싱크탱크를 활성화해 객관적인 정책적 대안을 도출하는데 사회과학이 이바지해야 한다. 정부 재원을 활용하되 싱크탱크의 독립성을 해치면 안 된다. 싱크탱크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정치적, 정책적 그리고 과학적 조언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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