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강박관념 시대…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 균형 유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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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강박관념 시대…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 균형 유지해야
  •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 승인 2023.10.1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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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규 교수의 〈과학에세이〉

 

이미지 출처: MIT Sloan Management Review (https://sloanreview.mit.edu/article/dont-let-digital-obsession-destroy-your-organization/)

프랑스의 의사인 라에네크(René Laënnec)는 환자들을 진료하던 중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을 진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 결국 그는 여러 겹의 종이를 원통으로 둘둘 말아 한쪽 끝을 환자의 가슴에 대고, 다른 한쪽은 자기 귀에 대어 심장 박동 소리를 듣게 되었고, 그 결과 청진기가 출현하였다. 환자와 의사 사이에 도구를 끼워 넣은 라에네크의 혁신이 의술을 변혁시켰듯 도구의 개발과 기술의 진보는 인류의 삶의 질을 현저하게 향상시켰다. 

일찍이 리프킨(J. Rifkin)이 지적했듯이 현대는 소유가 아니라 접속의 시대이다. 현대의 인류는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정보의 바다에 접속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과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오늘날의 기술-추동 세계에서 디지털 기기는 교신 방법, 정보에 대한 접근과 일상생활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과 슈퍼-컴퓨팅의 급속한 확산으로 여러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졌다. COVID-19는 디지털 기기의 확산과 더불어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을 촉진했고, 디지털 시스템은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을 가속해 디지털 경제를 출현시켰다. 디지털 산업 분야는 지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글로벌 IP 트래픽은 30년 전의 일일 100GB와 비교해 볼 때 오늘날은 초당 150,000GB에 이른다.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과 디지털 영역의 확산은 전혀 다른 세상을 열고 있다.

디지털 중독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다. 대부분의 어린이는 서너 살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비디오게임에 노출되기 때문에 뇌의 발달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이 대개 15세 넘어서부터 일어난다는 점과 상당히 다르다. 성인들 역시 디지털 중독에 빠져 있는데, 인터넷상에서 보상이 없는 반복적인 행동을 지속하고, 긍정적 상호교신이 없는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사이버대화란, 오프라인 행동의 디지털 형태로 온라인 세계에서만 일어나며 전적으로 디지털 기기에 의해 이루어진다. 사이버대화는 시야에서 가려지기 때문에 쉽게 진행되며, 인터넷상에서 단시간 내에 수백 명의 프로필을 볼 수 있고, 코멘트하거나 대화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인터넷 행동은 정신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극단적인 사이버대화는 자해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탐닉하면 디지털 주의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50년 전에 심리학자인 스키너(B.F. Skinner)는 쥐와 비둘기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예상치 못한 보상이 동물의 주된 동기 유발원이라는 것을 밝혔다. 보상을 예측할 수 있거나 드물게 주어지면 동물은 결국 흥미를 잃게 된다. 그러나 보상이 자주 주어지면 이들 동물의 뇌는 희열을 조절하는 도파민을 일정하게 분비한다. 인류의 뇌가 다양한 형태의 소셜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 신경가소성 강화가 일어나 스키너의 쥐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양식의 보상 체계가 작동한다. 디지털 기기 중독도 다른 중독과 동일하다. 도박, 코카인, 알코올 또는 페이스북 등 중독은 중독이다. 현대인 대부분은 디지털 기기에 중독되어 엄청난 시간을 인터넷에 쏟고 있으며, 그 결과 건강을 해치고, 사회적 관계는 취약해지며, 현실 세계의 친구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

디지털 기술의 진보가 인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디지털 강박관념(digital obsession)에 빠져 있다. 2020년도에 미국에서 발표된 ‘성인 인터넷 생활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성인 인구의 1/4 정도가 매일 10시간 이상 온라인에 빠져 있다. 60세 이상의 사용자들도 매일 1시간 이상을 인터넷에 소비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번 이상 앱에 접속한다고 보고되었다. 현대인들은 친구와의 직접 대화보다 문자 메시지에 우선하여 답한다. 디지털 강박관념의 역효과를 통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최소한 주중 하루를 인터넷과 차단하는 것이다.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근무 시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하루 종일 앉아서 화면을 보는 것보다는 걷거나 운동 또는 야외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인터넷을 끊는 동안 자신이 행하는 행동들에 대해 스스로 놀랄 것이다. 인터넷은 인지능력을 키워주는 배양기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뇌를 사용해야 한다. 사실을 기억하거나 문제를 풀기 위한 뇌-의존성은 최근 수십 년 동안 현저하게 감소했다. 구글 같은 탐색 도구의 등장으로 답을 찾기 위해 뇌에 연결하기 전에 인터넷을 탐색하는 일이 일상화되었다.

 

기술 간섭이란 대인 관계에서 기술의 간섭을 의미하며, 관계 형성의 부조화를 초래하고 삶의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상호연결된 세계에서 일부 기술, 앱과 게임은 인간의 관심을 끄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으며, 강박관념 지점에 있다. 온라인에 탐닉할수록 더 온라인에 의존하는 양성되먹임 고리가 형성된다. 우리는 수시로 카톡이나 틱톡 울림, 인스타그램 스크롤, 온라인 도박과 e-쇼핑을 통해 자극받고 있다. 이런 중독은 생산성, 정신 건강과 전반적인 웰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뇌의 보상 시스템은 약물뿐만 아니라 행동에 의해서도 작동된다. 도파민은 맛있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친구들과 수다 떨며 웃을 때 같이 즐거운 활동을 할 때 뇌에서 방출된다. 뇌에서 도파민이 방출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은 점점 더 반복되고, 이런 활성화는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강한 동기를 부여하는 만족감 고리를 형성한다. 디지털 기기를 수시로 들여다보거나, 디지털 기기를 갖고 있지 않을 때 불안감을 느끼거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다른 활동을 무시하는 행동 등은 디지털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는 징후이다.

상호연결에 대한 욕망은 인류의 본성이다. 소셜미디어는 언제 어디서나 문을 톡톡 두드린다. 즉각적 연결은 즐거운 일이나, 현대인은 어떤 메시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거의 모든 시간을 접속된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화면을 끊임없이 스크롤 하거나 링크된 토끼 굴을 탐색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에 소비하는 시간을 통제하지 않으면 심각한 디지털 중독에 빠지게 된다. 연구에 의하면, 성인의 약 61%가 인터넷에 중독되어 있다고 한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나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기기 과용은 웰빙과 인지능력을 감소시키고, 정신 건강을 해치며 생산성을 감소시킨다. 디지털 중독은 약물이나 알코올같이 뇌에 부정적 효과를 미쳐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인류의 디지털 의존성이 커짐에 따라 디지털 해독이 중요해졌다. 디지털 해독은 디지털 기기의 사용 억제를 의미하는데, 기기에 대한 접촉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온라인에서 소비하는 시간을 축소하는 것이다. 디지털 해독을 통해 실재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의미 있는 관계 형성과 강한 유대감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 여러 자극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연결된 상태가 지속되기를 바라게 되어, 계속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고 끊임없이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살펴보게 된다. 무엇인가를 놓치거나 집단에서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포모(FOMO)라 한다. 기술의 진보는 타인과의 무제한 접촉을 가능하게 했으나, 그 자체로 인해 스스로 바빠지며 자기 삶의 이슈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온라인에 접속하면 수많은 자극적 내용이 있으므로 번잡한 일과나 복잡한 문제로부터 도피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떼어놓기란 매우 어려운 일로, 지속해서 알림을 받을 때 특히 어려울 것이다. 즉각적인 업데이트는 즐거운 일이며, 포모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디지털 중독은 도박과 약물 같은 다른 중독과 같이 뇌의 보상 센터를 활성화하고, 즉각적인 도파민 방출을 유도하여 현실로부터의 도피감을 제공하는 등 뇌의 화학작용을 변화시켜 감정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게 된다. 특히 어린이들의 인지능력 발달과 학업 성취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현실 생활 속의 타인과의 상호작용 훈련 기회를 놓치게 되어 격리되어 있다는 느낌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분리되어 있다는 감정에 빠질 것이다. 또한 과도하게 디지털에 노출되면 집중력, 주의력, 기억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고, 신체와 정신적 웰빙에 해를 끼치고, 다른 사람과의 교신 및 연민 능력을 앗아갈 수도 있다. 디지털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전달물질과 뇌의 화학작용을 포함하는 신경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로, 뇌는 도파민을 방출하게 되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 지속적인 디지털 중독은 결국 뇌의 신경가소성 또는 적응하고 변화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디지털 강박관념은 온라인 세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면 현실 세계를 포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디지털 강박관념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휴식 시간을 갖고, 운동을 즐기며, 의미 있는 대화를 갖고 현실 세계의 순간을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디지털 강박관념은 생물학적, 인지 및 환경 요인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지털 강박관념이 현실 세계에서 벗어나려는 욕구, 무료함, 불안감 같은 이미 존재하는 문제의 표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기 삶의 가치를 희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최소화해야만 한다.

 

김환규 편집기획위원/전북대·생리학

전북대 생명과학과 교수. 전북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교환교수, 전북대 자연과학대 학장과 교양교육원장, 자연사박물관 관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물학 오디세이』, 『생명과학의 연금술』, 『산업미생물학』(공저), 『Starr 생명과학: 생명의 통일성과 다양성』(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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