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특성과 미래…한류는 전파 현상 아닌 수용 현상이자 미디어 문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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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특성과 미래…한류는 전파 현상 아닌 수용 현상이자 미디어 문화 현상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0.14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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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연단 〈오늘의 세계〉 제16강_ 홍석경 서울대 교수의 「한류의 특성과 미래」


네이버문화재단의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열 번째 시리즈 ‘오늘의 세계’ 강연이 매주 토요일 네이버 스퀘어 종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섯 섹션 총 54강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는 인류 공동체에서부터 개인의 실존에 이르기까지 지금 여기의 어젠다를 새로운 시선으로 담론의 장을 펼친다.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관련 현안을 짚어보는 두 번째 섹션 ‘오늘의 동아시아’ 제16강 홍석경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과)의 강연을 발췌 소개한다.

정리   고현석 기자
사진·자료제공 = 네이버문화재단


한류의 특성과 미래


홍석경 교수는 한류가 “단지 문화 산물 수출과 퍼포먼스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의 문제”이며 “전 세계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특별함을 인정하는 과정이 바로 그 산물을 생산한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역사가 창출하는 가치와 의미”에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상황 아래 “어떻게 식민 경험과 전쟁, 기아, 군사 독재, 개도국의 모든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사회”가 높은 “자의식, 자신감”과 “보편적인 의미를 생산하게 되었는지” 설명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 무엇보다 한류란 “수용 현상이지 전파 현상이 아니라는 것”과 “미디어의 매개가 확산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문화 현상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한류의 3단계론”을 펼친다. 그러면서 이제 한류 문화가 “더 이상 정치나 경제, 외교의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닌 만큼 “세계의 한류 수용자/시민에게 문화를 통한 상호 교류와 창조라는 제3의 가능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 9월 9일, 홍석경 교수가 <열린연단: 문화의 안과 밖 – 오늘의 세계>의 16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사진제공=네이버문화재단

1. 들어가며

한류가 단지 문화 산물 수출과 퍼포먼스의 문제가 아니라 의미의 문제라는 사실, 전 세계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특별함을 인정하는 과정이 바로 그 산물을 생산한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역사가 창출하는 가치와 의미에 있다는 것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 

이 강연은 어떻게 식민 경험과 전쟁, 기아, 군사 독재, 개도국의 모든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사회가 이러한 자의식, 자신감, 보편적인 의미를 생산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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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류의 정의

한류는 한국 대중문화의 해외에서의 인기 현상을 의미하고, 이 현상을 이 단어로 처음 언급한 것은 1990년대 말 중국 미디어였다. 한류란 말이 태어난 것은 2000년대를 맞이하는 즈음이었지만 「사랑이 뭐길래」(MBC, 1991), 「질투」(MBC, 1992) 등 한국 드라마의 중국에서의 인기는 1990년대를 통해 점증하고 있었다. 2000년대 초 「대장금」과 「겨울연가」를 통한 중화권과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의 절대적 인기와 함께 한류 현상은 국내외 미디어와 시청률, 연예인의 인기를 통해 확인되었다.

우리는 왜 2023년 오늘에도 여전히 넷플릭스에서 한국 드라마의 성공과 케이팝 스타들의 놀라운 해외 음반 판매, 세계 공연 투어의 성과에 놀라는가? 그것은 한류가 기획된 수출의 결과가 아니고, 동아시아에서의 한류 인기와 달리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여러 매개를 통해서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수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은 우리에게 두 가지 핵심적 사실에 기대어 한류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첫째, 한류는 수용 현상이지 전파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주도 경제 개발을 통해 발전한 한국의 성공 스토리가 문화 영역까지 확산되어 한류 또한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문화 수출 전략의 결과로 읽는 패러다임은 사실이 아닐 뿐 아니라 한국을 개도국에 묶어두는 매우 오리엔탈리스트적 이해이다. 한류는 정부의 수출 드라이브로는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문화 수용의 맥락과 의미에 초점을 맞춰야 이해될 수 있는 현상이다.

둘째, 한류는 미디어의 매개가 확산에 핵심적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문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류 현상 속 언어, 뷰티, 패션, 여행 등 다른 소비 분야 모두 미디어의 재현을 통해 촉발된 소비 욕구들이다. 

 

4. 한류의 3단계론

한류의 전개 과정은 다음과 같이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한 단계가 다음 단계를 통해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겹쳐진 상태에서 동시에 작동해 왔다.

한류의 1단계는 대략 중국 미디어가 “한류”라는 용어로 이 현상을 지적한 2000년부터 2단계의 핵심인 고속 인터넷을 통해 한국 드라마와 텔레비전 콘텐츠가 대형 스트리밍 포털을 통해 유통되는 2단계의 영향력이 중요해진 2010년 전후로 잡을 수 있다. 2009년이 기준이 된 것은 2단계 현상의 대표적 콘텐츠인 「꽃보다 남자」(2019)의 인터넷을 통한 전 세계적 인기 현상이 발현된 것이 이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주도권을 쥐고 한류를 전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시키기 전에 한류는 동아시아 현상으로 이해되었다.

이 시기에 한국 드라마는 방송권이 국제 프로그램 시장에서 거래되어, 구입해간 국가의 지상파와 위성을 통해서 방송되었다. 이것은 한류를 전국적 현상으로 만들었다. 주로 동아시아 내에서 대대적인 수용 현상이 벌어졌고 동방신기와 같은 케이팝 그룹과 더불어 「겨울연가」 「대장금」 「가을동화」 같은 드라마가 그 열기의 중심에 있었다.

한류의 2단계 발전은 대략 첫 번째 한국 드라마 수용 블로그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2005-2006년부터 한국에 넷플릭스가 진출한 2016년 전후로 잡을 수 있다. 이 시기에 발전한 인터넷 2.0 환경은 전 세계적인 대중문화 팬덤 현상을 가능케 했고, 이 시기에 케이팝이 적극적 영향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어떤 가시적 매개도 없이 동방신기의 루마니아 팬덤, 드라마 「커피 프린스」의 칠레 팬 사이트가 만들어진 것이 이 시기이고, 이러한 매개를 통해 한류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수용될 수 있었다.

한류의 3단계는 한국에 넷플릭스가 진출한 2016년, 그리고 BTS가 <Wings> 앨범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빌보드 차트에 진출하고 이어서 「DNA」가 들어 있는 <Love Yourself: Her> 앨범(2017)으로 동아시아를 넘어서서 팝 음악의 세계적 슈퍼스타 자리를 확고히 한 시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2016년은 또한 사드 위기로 인해 한류의 가장 큰 시장이던 중국을 순식간에 잃어버린 해이기도 하다. 사드 위기는 한국 문화 산업 종사자들이 하나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이 위험함을 인식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 시장의 다각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탈동아시아적 분위기가 형성된 시기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를 선두로 한 글로벌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 플랫폼들은 당연히 그 플랫폼에 탑재되는 콘텐츠에 글로벌 시청자를 제공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성공이 한국 문화 산물의 세계적인 정당화를 가져온 동시에 이어진 「킹덤」이나 「오징어게임」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성공뿐 아니라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의 성공을 통해 한류는 새로운 단계의 발전을 목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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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단계, 세계적 수용 현상으로서 한류 : 세계 속 의미와 의무

한류는 세계화와 디지털 문화가 교차되는 초국적 문화 흐름의 역사적 사건으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특별한 의미를 생산하고 있다. 한류의 세계 속 의미를 정리해보면, 무엇보다도 세계의 수용자가 한류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한류가 전하는 스토리가 비주류의 성공담이기 때문이다. 

한류 성공의 또 다른 이유이며 의미 생산의 풍부한 배경은, 한류가 전 세계 청년들에게 젠더, 인종, 세대 정체성을 교섭할 수 있는 새로운 일차 자료들을 대거 제공한다는 점이다. 인종과 젠더는 계급 관계과 전일화되어 가시성을 상실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체성 정치의 핵심적 차원이다. 

따라서 한류의 지속을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다양한 문화와 다양한 인종에 대한 개방성을 유지하고 한국 내 인종주의의 위험성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인구 감소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류가 지금 정점을 이룬 것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하는 한류 지속 가능성, 한류 후퇴 위험의 제일 큰 요소를 나는 거침없이 한국 내 인종주의라고 답한다. 한류 연구가 한국 사회의 미래와 직접 연결되는 지점이다.

 

8. 결론

첫째, 한류는 디지털 문화와 세계화 맥락 속 역사적인 수용 현상이며, 밑으로부터의 대안적인 세계화 현상이다. 동아시아의 한류는 제도적 매개자들이 있었지만, 전 지구적 한류 현상은 어떤 의도적인 주체의 초국적 문화 확산 정책의 결과가 아니라 해외 수용자들의 자발적인 것으로 문화 수용의 힘을 통해 널리 확산된 풀뿌리 현상이다. 한국에서 디지털 문화의 얼리어댑터로서 환경적 도움을 얻었고 정부의 후속 지원이 있었지만, 이것은 한류 현상의 원인이 아닌 파생된 정책이라고 하겠다.

둘째, 한류 현상은 한국인이 세계인이 공감하고 관여를 느끼는 보편적 메시지의 발화자(speaker)가 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국인과 한국 사회가 끊임없는 노력과 실력으로 얻은 결과이지 우연과 지원의 결과가 아니다. 한국이 디지털 문화의 강자로서 지닌 매력을 통해 보편적인 공감 능력을 획득한 것이다.

셋째, 한국은 세계 대부분 국가와 식민, 전쟁, 가난, 개도국 경험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의 험한 현실을 겪고 있다. 이런 과거와 현재의 흔적이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 녹아 있고 한류 산업의 창작자들은 이런 내용을 높은 수준의 창작물 속에서 다룬다. 세계는 제국주의 시절부터 생성된 부를 누리는 한 줌의 선진국과 그것을 누리지 못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대다수의 개발도상국으로 나뉜다. 개도국 출신 선진국인 한국,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달성한 유니크한 나라 한국은 더 나아가 매력적인 대중문화의 생산자가 되었다. 

전 세계 대다수의 민중이 속한 개도국들에 한국은 닮고 싶고 닮을 수 있을 것 같은 하나의 모델이다. 한류로 인해 많은 청년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국가가 되었고, 한류 창의 산업 또한 많은 창의적 해외 인력을 유인하고 있다. 2023년 현재, 한류 문화는 더 이상 정치나 경제, 외교의 수단이 아니라 세계의 한류 수용자/시민에게 문화를 통한 상호 교류와 창조라는 제3의 가능성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강연 바로보기: [열린연단]_ 한류의 특성과 미래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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