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저자산·저소득 고령층 선별지원해야" … 고령일수록 빈곤율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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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저자산·저소득 고령층 선별지원해야" … 고령일수록 빈곤율 심각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0.0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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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KDI 제공]<br>
 이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25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KDI 제공]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이 자산과 소득을 고려해도 해외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며, 고령층 내에서도 나이가 많을수록 노인빈곤율이 높고 저(低)소득-저(低)자산 비율이 증가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따라서 소득은 없지만 자산을 보유한 10%의 고령층을 제외하고, 소득과 자산이 모두 낮은 빈곤고령층 30%가량에 공적이전소득 지원이 선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다. 즉, 초고령 빈곤층 중심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기초연금은 재산을 고려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저(低)소득-고(高)자산 고령층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승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지난달 25일 KDI 포커스 〈소득과 자산으로 진단한 노인빈곤과 정책 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위원은 “고령층을 세대별로 구분해 소득과 자산을 활용한 경제적 상황을 분석한 결과, 세대 간 차이가 굉장히 컸고 특히 1940년대생 및 그 이전 출생세대에서 노인빈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국민연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 이 세대에 더 기초연금의 지원이 집중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처분가능소득으로 계산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 13.1%의 3.3배 수준이다. 특히 전체 인구 빈곤율 대비 노인빈곤율은 이례적인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격차는 22.6%포인트에 달하는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보다도 큰 차이를 나타냈다. 노인빈곤율 추이 자체는 2016년 43.6%에서 2021년 37.7%로 감소하고 있지만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KDI는 노인빈곤 문제를 세밀하게 살펴보기 위해 노인들을 1930년대 후반, 1940년대 전반, 1940년대 후반, 1950년대 전반, 1950년대 후반 출생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고령층 안에서도 빈곤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노인빈곤율은 1930년대 후반출생이 56.3%로 가장 높았다. 1940년대 전반 출생이 51.3%로 뒤를 이었고, 1940년대 후반 출생은 44.5%였다. 이들은 젊은 시절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소위 1960~70년대 산업화 역군으로 불렸던 세대다.

반면 1950년대 전반 출생자의 빈곤율은 27.8%에 불과했다. 1950년대 후반생은 이보다도 10%포인트가량 낮은 18.7%에 그쳤다. 이승희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1950년을 기준으로 이전세대와 이후세대 간 노인빈곤 문제가 매우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전체 노인빈곤율이 줄어드는 현상도 비교적 유복한 1950년생들이 늘어난 결과였다.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노인빈곤율은 2016년 43.6%에서 2021년 37.7%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고령층 중 1950년대생 비중은 18.3%에서 47.4%로 늘었다. 40년대생과 이전세대는 81.7%에서 52.6%로 감소했다. 결국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50년대생 노인들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노인 빈곤율 자체는 감소했지만, 연령대별 격차가 커져 75세 이상의 고령노인 집단은 더 가난해지고 있는 셈이다.

소득과 더불어 자산을 고려해 파악해봐도 세대 간 격차가 여전히 크게 나타났다. 고령층의 소득 중 핵심은 정부로부터 무상으로 얻는 공적이전소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 공적이전소득인 국민연금이 1988년 도입 후 1998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됐는데, 고령층은 가입기간이 짧아 연금수급액이 적다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현재 고령층은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을 활용해 노후를 준비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고령가구는 평균적으로 한 3~5억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그 중 80% 이상이 부동산이다. 이 비중은 미국(38.7%), 영국(60.4%) 등 해외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도 높은 편이다.

이 연구위원은 자산을 포함한 개념인 '포괄소득화'와 자산을 소모한다는 가정을 둔 '연금화'로 고령층의 빈곤을 측정했다. 그 결과 포괄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노인빈곤율이 매년 7~8%p 감소하게 된다. 즉 해당 비율만큼의 노인은 실제 경제적 상황이 빈곤하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연금화의 경우, 매년 14~16%p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부동산 등 자산을 활용했을 때 빈곤층을 탈출할 수 있는 고령층이 14~16%p 정도 된다는 의미다.

처분가능소득으로도, 자산을 포함한 포괄소득으로도 빈곤한 저소득·저자산 고령층의 비율은 감소추세에 있지만 2021년 27.7%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소득은 빈곤하나 자산을 보유한 저소득·고자산 고령층은 매년 약 10% 내외로 관측된다.

소득과 자산을 함께 고려한 세대별 노인빈곤율을 보면 저소득-저자산 고령층의 비율도 세대 간 차이가 뚜렷이 나타났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1930년대 후반 출생 45.9% △1940년대 전반 출생 37.2% △1940년대 후반 출생 31.6% 등 모두 30% 이상인 반면, △1950년대 전반 출생 19.7% △1950년대 후반 출생 13.2% 등 20%이하로 떨어졌다.

이 위원은 “공적이전체제가 미성숙한 우리나라의 특성상 고령층은 자산 축적을 통해 노후 대책을 마련했을 가능성이 커 소득만으로는 노인 빈곤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노인빈곤 수준이 세대에 따라 다른 건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세대 간 소득 격차와 세대별로 다른 노후보장체제의 성숙도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가 재정부담을 통해 지원하고 있는 노인빈곤정책의 방향은 고령층 내에서도 취약계층인 1940년대 및 그 이전 출생세대에 선별적으로 집중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특히 전체 고령층의 70%에 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초연금은 지급 대상을 소득 인정액의 일정 비율 이하인 고령층으로 좁히고 지급액은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저소득 고자산 고령층은 실제로 소득은 빈곤하지만 경제적 상황을 평가했을 때는 충분히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고, 주택·농지연금 등의 정책을 활용해 스스로 빈곤층에서 탈출할 수 있다”며 “향후 덜 빈곤한 1950년대생 및 그 이후 세대가 고령층에 포함되면 자연스럽게 기초연금 제도는 축소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고, 여기 투입됐던 많은 재원은 다른 노인복지제도에 투입해 고령층의 삶의 질을 제고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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