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사와 세계사”의 상관관계를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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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사와 세계사”의 상관관계를 논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0.0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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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역사재단-몽골과학아카데미 연례 공동 학술회의 개최

 

동북아역사재단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9월 25일(월)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몽골제국과 세계사’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br>
동북아역사재단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9월 25일(월)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몽골제국과 세계사’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9월 25일(월)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몽골제국과 세계사’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1990년대 이래 탈냉전과 함께 세계화 추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13세기 세계사의 탄생을 주도한 몽골제국에 대한 새로운 접근은 특히 주목된다.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 몽골이 주도하는 평화)’ 속에서 분투하던 여러 국가와 문화들은 크게 열린 기회와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 다양한 생존 전략으로 대응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조정해 갔다. 이러한 측면에서 ‘몽골제국사와 세계사’라는 주제는 거대 국제질서와 국가·문화의 정체성 확보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곧 출간 예정인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출간 의의를 검토하는 1부와 한국·몽골 학계의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사 연구의 최근 동향을 다루는 2부로 진행됐다.

 

■ 1부에서는 미할 비란 교수(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와 김호동 교수(서울대학교)가 케임브리지 역사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몽골제국사를 전반적으로 다룬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핵심 내용과 출간 의의를 소개했다.

▶ 『케임브리지 한국사』는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케임브리지 역사』 시리즈는 각 분야의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필독서로 간주되고 있다. 몽골제국사를 주제로 한 케임브리지 역사서로서는 처음으로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가 2023년 8월에 출간되었다. 40명이 넘는 필자가 참여했고 두 권으로 구성된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 소개”하는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미할 비란 교수(예루살렘 히브루 대학교 교수, 이화여자대학교 초빙석좌교수)는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편찬 과정과 원칙, 구성, 최근 연구 경향, 발전 방향 등을 설명했다.

특히 이 책이 ‘전일적’ 또는 ‘전체적’으로 번역할 수 있는 ‘holistic’ 관점에서 접근하여 몽골제국사를 서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 1권의 부록 개념인 2권은 몽국제국에 대한 문헌자료, 고고학자료, 시각자료를 살펴보고 종합적인 참고문헌목록을 제공했다. 발표자는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가 몽골제국을 온전하게 유라시아적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는 혁신적 연구를 가능하게 할 기폭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 두 번째 발표자인 김호동 교수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의 연구사적 의의”라는 발표문에서 도오송(C. d’Ohsson)의 『몽골사』(1834~35년 출간)에서 몽골제국사에 대한 근대 학문적 연구가 시작된 이래 그 관점을 생태적 관점(ecological perspective), 지역적 관점(regional perspective), 전체적 관점(holistic perspective)이라는 세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고 정리했다.

생태적 관점은 초원과 유목이라는 몽골의 생태적 조건들을 중요한 분석의 잣대로 삼는 관점이다. 지역적 관점은 몽골의 지역정권들에 대한 연구를 중시하는 관점이다. 전체적 관점이란 몽골제국을 지역적 단위로 나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전체’로서 이해하려는 관점이다. 특히 1987년 올슨(T.T. Allsen) 교수의 Mongol Imperialism이 출간된 이후 몽골제국을 하나의 ‘전체’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모아져 이번 『케임브리지 몽골제국사』 출간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발표자는 향후 교류사와 제도사 방면의 연구를 제안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9월 25일(월)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몽골제국과 세계사’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br>
동북아역사재단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9월 25일(월)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몽골제국과 세계사’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 2부의 첫 발표를 맡은 권용철 연구원(단국대학교 북방문화연구소)은 최근 한국 학계의 몽골제국사 연구의 현황을 소개했다. 최근 한국학계의 몽골사 연구는 양적·질적 수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두 번째 발표를 맡은 Ts. 엥흐치멕 교수(몽골과학아카데미)는 최근 몽골학계의 몽골제국사 연구성과를 소개하며, 새로운 연구경향에 대해서 분석했다. 세 번째 발표를 맡은 G. 알탄수흐 교수(몽골과학아카데미)는 최근 몽골 학계의 『몽골비사』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몽골비사』를 통해 몽골 특유의 사회구조와 고유명사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네 번째 발표를 맡은 G. 에렉젠 교수(몽골과학아카데미)는 몽골제국의 최근 본격적인 발굴과 연구조사의 추진 현황에 대해서 발표했다. 마지막 발표는 칭기즈칸박물관의 S. 촐롱 관장이 몽골에서 동 박물관의 사회적 역할과 의미를 설명했다. 

▶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유산’이라는 대주제로 발표되는 5개의 주제 중 하나인 세 번째 권용철 교수의 발표는 “최근 한국학계의 13~14세기 몽골-대원제국사 연구 동향”이다. 한국학계의 몽골-대원제국사 연구는 사료의 번역, 해외학계 연구서의 번역, 학제 간 연구, 고려와의 관계사 연구, 참신한 주제 개발 등을 통해 꾸준한 발전을 이룩했다. 그리고 이른바 ‘대중화주의’ 지향에 따른 역사의 정치적 해석에 보이는 결함을 극복하기 위해 북방민족사 연구에 관심이 커지면서 몽골의 정체성 유지, ‘제국적 제도’와 같은 몽골 고유의 특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관점이 이동했다. 

특히 2023년 5월에는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관용적인 정복자, 대원제국』이 출간됐다. 이 책은 대원제국이라는 역사적 실체만을 중심 소재로 삼아 다양한 주제로 국내 8명의 연구자들이 집필한 국내 최초의 대원제국 관련 논문집이다. 이 연구서에는 통제와 관용이 동시에 드러나는 대원제국의 양면성이 잘 드러난다. 동북아역사재단의 기획연구인 『움직이는 제국, 거란』, 『전사들의 황금제국 금나라』에 이은 『관용적인 정복자, 대원제국』의 출간은 중원의 일부 혹은 중국 전체를 정복하여 통치한 북방민족의 주체성을 한국학계의 시각을 통해 종합적으로 제시한 연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 네 번째 Ts. 엥흐치멕의 “최근 몽골의 몽골제국사 연구 동향”이라는 발표는 2003년 일반에 공개된 『몽골사』(1-5권)가 출간되어 몽골제국사 연구가 본 궤도에 오르고 몽골제국사의 여러 주제가 심도 있게 다뤄진 내용을 분석했다. 이들 종합적인 연구에 이어 최근 몽골학계의 몽골제국사 연구에는 카안과 황후들 등에 대한 전기(傳記) 연구, 정치와 법제 방면의 연구, 국가상징과 텡그리즘에 대한 연구, 군사사 연구, 대원제국과 고려 관계를 다룬 성과를 다수 포함하는 대외관계사 연구, 화폐 연구, 교역과 교역로 연구, 각종 문화 연구 등에서 새로운 연구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몽골학계의 몽골제국사 연구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몽골학계는 국제적인 학술교류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9월 25일(월)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몽골제국과 세계사’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br>
동북아역사재단은 몽골과학아카데미와 9월 25일(월) 동북아역사재단 11층 대회의실에서 ‘몽골제국과 세계사’를 주제로 공동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 다섯 번째 G. 알탄수흐의 “최근 『몽골비사』 연구성과(2019~2023)”라는 발표는 대몽골국 카안의 궁정에서 발간한 공식 역사서로 유목민들이 직접 생산한 기록인 『몽골비사』 연구의 최근 성과를 소개했다. 먼저 이 발표는 『몽골비사』에 보이는 유목민들의 사회 구조 연구, 역사적 지명과 인명 등 고유명사 연구에 보이는 성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들, 특히 고유명사 연구는 『몽골비사』 원전 연구에서 등한시되고 있는 측면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여섯 번째 G. 에렉젠의 “최근 몽골제국 관련 고고학 연구 성과”라는 발표는 몽골제국의 문화에 대한 정보가 매우 드문 상황에서 고고 유적과 출토 유물의 가치, 필요성,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1990년까지 몽골학계의 몽골제국사 관련 유적의 조사와 연구는 제한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는데, 체제 전환 이후에도 그런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몽골제국 시기의 실물 유산이 매우 적고 문헌 자료들이 몽골인들의 시각에서 작성된 것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실물자료를 통한 고고학적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도 몽골 정부의 장기 발전 계획인 “장기 비전 2050”에 몽골제국의 고고학 연구를 지원하고 역사문화 유적을 이용한 박물관과 전시관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것 등의 목표를 반영했다. 몽골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에서는 몽골제국 시기 고고학을 선도 연구 방향으로 설정하고 몽골제국 시기 고고학 유적과 유물의 등록과 데이터 베이스 구축 등 복합적인 학술사업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 일곱 번째 S. 촐롱의 “국립 칭기즈칸박물관이 몽골사회에서 갖는 역할과 위치”라는 발표는 몽골인들이 몽골 자본으로, 몽골 전문가들의 역량으로 설립한 칭기즈칸박물관이 몽골에서 중요한 교육센터로 자리 잡은 상황을 소개했다. 현임 몽골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2019년 7월 몽골정부는 칭기즈칸박물관 설립을 결정했다. 칭기즈칸박물관의 기본 원칙은 어떤 국수주의적 견해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 근거를 갖고 몽골 유목민들의 칸들과 귀족들의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보여주고 현대의 기술을 활용하여 독립적인 보존과학실,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공간 등을 함께 구비하는 것이다. 

2020년 4월 2일 23,000㎡ 규모의 9층 건물을 세우기 위한 기공식을 거행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몽골 정부의 거의 모든 투자가 중단되었지만, 국립 칭기즈칸 박물관 건립 공사는 멈추지 않았다. 이 박물관은 현재 8개 부서에서 132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몽골국 울란바타르에서 일하고 있는 박물관 직원의 40%가 이 박물관에서 일하고 있다. 박물관이 개관하고 11개월 동안 약 24만 명이 관람했으며, 개관 1년만에 몽골 전 인구의 5%가 방문했다. 지난여름에 몽골을 찾은 외국 관광객 중에 가장 많은 수가 한국 관광객이었고 우리는 박물관을 소개하는 한국어 자료를 만들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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