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온라인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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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온라인 강의
  •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 승인 2020.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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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우 칼럼]

코로나 19로 인해 대학 개학이 2주간 연기되었다가 이제 개강을 했다. 그러나 대면 강의는 아직 불가능한 상태다. 온라인으로 강의를 대체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면 강의가 언제쯤 시작될지는 아무도 예측하기 힘들다.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도 속출했다.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지 않자 봄학기 개강 전부터 대학마다 준비를 해왔다고는 하지만, 어떤 일이든 준비한 것을 실행에 옮기게 되는 과정에서 늘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수강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과부하로 인해 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대학 당국이나 교수, 학생들 모두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었다. 이런 류의 시행착오는 의지를 가지고 점차적으로 개선하면 될 일이긴 하지만  대면 강의에 길들어져 있는 한국대학 강의의 관습상, 특히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이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준비할지 지금으로선 온라인 강의의 실효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제는 온라인 강의 시스템이 한국대학 내에서 온전하게 갖추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들마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실행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 과목과 일부 교수들에게 한정되어 있었다. 온라인 수업의 전형적인 모델이 될 수 있는 K–MOOK가 대학들마다 꾸준히 개발되어 왔는데, 개발된 과목만 인문학 205개, 사회학 186개, 교육학 23개, 공학 166개, 자연과학 71개, 의약학 40개, 예체능학 44개, 융복합 3개 등 748개에 이른다. 그러나 일반인을 위한 무료 교양 수준의 과목들이 많기 때문에 세분화된 전문 교육과목으로 활용하는 데에는 아직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물론 여기에 개설된 과목들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개발된 과목들이기에 전공학과에 따라서는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KOCW도 1만 8000건의 공개강좌와 27만 건의 강의 자료를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있다.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서두에 말한 바와 같이 강의를 맡은 교수든, 수강하는 학생이든 모두가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온라인 수업 현실 속에서 대학이 개강은 했으니, 수업여건 역시 열악한 상태를 면하기는 힘들다. 학생들 입장에선 사이버 대학에 개설된 과목을 수강했던 학생들이나 각 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온라인 강좌를 수강해본 학생들도 상당수 있긴 하지만, 수강하는 전 과목을 한꺼번에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에게는 처음 주어진 학습여건이다. 그러므로 온라인 강의로 대체된 현재의 대학수업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이 함께 노력하는 적극적인 ‘온라인 수업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온라인 수업의 질을 최대한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수와 학생 사이에 주고받는 학습 콘텐츠의 질을 최대한 향상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가 있다. 통상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일반 학생들의 인식은 대면 강의보다는 쉽게 학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일상화되어 있는 듯하다. 이는 강의에 대한 부담이나 수업의 질이 높지 않다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온라인 강의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지는 모르지만, 이런 사태를 통해 오히려 온라인 강의의 질을 높여, 대면 강의 이상의 수업내용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온라인 강의가 지닌 한계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온라인 강의로 대체할 수 없는 교과목이나 분야가 또한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입에서 온라인 강의라서 수업료를 반납해주어야 한다는 볼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도록 온라인 수업의 질을 현격히 끌어올려야 한다. 이는 수업의 질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환경과 시대적 변화의 추이가 이미 온라인 시스템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창조를 위한 기회라는 사실을 각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송우 논설고문/부경대 명예교수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로 부산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부분에 「윤동주 시에 나타난 자기의 문제」로 당선, 평단에 나왔다. 평론집 『전환기의 삶과 비평』, 『다원적 세상보기』, 『생명과 정신의 시학』, 『대화적 비평론의 모색』, 『비평의 자리 만들기』, 『이것저것 그리고 군더더기』 등이 있다. 부산작가회의 회장,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인본사회연구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9 부산시 문화상 문학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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