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군사협력,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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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군사협력,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아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10.02 0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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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논점]

 

                                                            사진: 연합뉴스 TV 캡처

2023년 9월 13일 북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이하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V. Putin)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극동 아무르 지역의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라며, 향후 북・러 군사협력이 본격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김 총비서는 올해 초 정치국 회의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 북・러 군사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과 로켓 등을 공급받기 위해 러시아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지만, 올해 초부터 ‘전쟁준비태세’를 강조하고 있는 김 총비서는 북・러 군사협력을 추진하여 이를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대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9월 21일(목), 「북・러 군사협력의 배경과 전략적 의미」를 다룬 「이슈와 논점」 보고서(이승열 입법조사관)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김 총비서가 주도하는 북한의 ‘전쟁준비태세’ 강조 배경과 북・러 상호교류를 통해 최근 진행 중인 양국 간 군사협력의 전략적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작성됐다.

 

■ 북・러 군사협력의 배경

▶ 대외적 배경

김 총비서는 2023년 1월 제 기8 제12차 정치국회의에서 북한을 둘러싼 현재의 국제관계 구도를 “신냉전체제”로 규정했고, 미국이 “일본과 남조선과의 3각 공조실현”을 추진하여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블록”을 만들어 대북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위협인식을 드러냈다.

한・미 양국은 2023년 4월 26일 대북 확장억제력을 구체화한 ‘워싱턴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하고, 북핵에 맞서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을 설립할 것과 전략핵잠수함의 정례적 가시성을 높일 것을 확인했다. 또한 2023년 8월 18일 한・미・일 3국 정상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캠프 데이비드 정신(spirit)・원칙(principle)・공약(commitment)’에 합의함으로써 3국 안보협력의 제도화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비확산을 위한 공동 노력과 미국의 핵억지력 제공 의지를 재확인했다.

따라서 북・러 군사협력의 대외적 배경은 대남공격을 위한 전술핵의 실전배치와 대미 공격을 위한 ICBM의 성공적 시험 발사로 인해 더욱 공고해진 한미 및 한・미・일의 대북 압박에 대한 김 총비서의 위협인식이 반영된 결과이다. 특히 김 총비서의 ‘전쟁준비태세’ 강조는 북・러 군사협력으로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는 한・미・일 3국 협력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중・러 군사협력을 복원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대내적 배경

김 총비서가 식량문제를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두는 이유는 ‘전쟁준비태세’ 등 대미・대남 강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량의 안정적 생산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의 장기화로 인해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올해 초부터 김 총비서가 ‘전쟁준비태세’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극심한 경제 실정과 식량난 및 생필품난으로 인해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시선을 외부로 돌려 자신의 리더십에 부정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북・러 간 군사협력도 이러한 대내적 배경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데, 특히 양국 간 무기와 기술 교환뿐만 아니라 외화 부족 및 식량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김 총비서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 북・러 군사협력의 전략적 의미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재래식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에게 포탄을 비롯한 각종 재래식 살상 무기를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핵과 미사일과 관련 첨단 기술을 제공 받을 수 있는 기회를 확보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밝힌 내용은 정찰위성 기술 이전이지만, 러시아 크렘린궁은 “공개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혀 향후 핵추진 잠수함과 ICBM의 재진입 기술 등이 포함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총비서가 북・러 군사협력을 통해 얻게 될 더 중요한 전략적 이익은 한・미・일 삼각 공조를 명분으로 전통적인 북・중・러 삼각 공조를 복원하여 중・러 양국 사이에서 북한의 전략적 위상을 회복하는 데 있다.


■ 북・중・러 군사협력의 한계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북・러 군사협력을 넘어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장하는 데 있지만, 북・러 군사협력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상황에서 과연 중국이 북한의 의도대로 북・중・러 협력 복원에 동의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러 군사협력이 우리 안보 지형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북・러 군사협력이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장하지 못하도록 한・중・일 관계 개선에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김 총비서가 북・러 군사협력을 통해 경제 및 식량 위기를 극복하고 북・중・러 군사협력으로 확대하여 지속가능한 생존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억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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