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면책특권’… 면책 범위 조정과 국회의 자율 제재를 위한 논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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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면책특권’… 면책 범위 조정과 국회의 자율 제재를 위한 논의 필요하다
  • 고현석 기자
  • 승인 2023.09.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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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RS 이슈와 논점]

 

국회의원은 헌법 제45조에 따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표결에 관해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 면책특권을 가진다. 이는 불체포특권과 함께 입법부의 독립·자주적 기능을 보호하고, 의원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행정부를 견제·감독해야 할 입법부 본연의 책무와 무관한 사안에까지 면책특권을 적용해 그 변질을 우려하는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 외’에서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므로 국회가 ‘국회 내’에서 자율적으로 사안의 시비를 가려 적절히 조치해왔는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함께 지적되어왔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관한 판례와 해외 사례를 살펴보고, 그 남용을 방지할 면책 범위와 한계 등에 관한 쟁점을 검토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국내·외 비교와 쟁점」이라는 제목의 『이슈와 논점』 보고서(저자: 김태엽 입법조사관)를 9월 18일(월) 발간했다.

보고서에 의하면, 의원 면책특권의 기원인 영국에서도 최근에는 의회의 특권이 의회의 핵심 기능을 보호할 때 유효하다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도 면책되는 ‘직무 부수행위’의 범위와 ‘중상적 모욕’의 면책 여부 및 ‘국회 내 징계 책임’ 등에 관한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면책특권의 남용을 방지하면서도 의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합리적 기준을 설정하려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헌법 제45조에 규정되어 있다. 이는 제헌헌법에서부터 인정된 권리로, 제5차 개헌(1962) 때 ‘직무상’ 요건이 추가되어 현재에 이른다. 면책특권은 회기 중에만 체포·구금을 일시 유예하는 불체포특권과 달리 ‘임기 중’은 물론 ‘임기 만료 후’에도 임기 중 직무상 발언·표결을 국회 외에서 면책하므로 ‘영구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불체포특권은 현행범이거나 국회 동의가 있으면 인정되지 않지만, 면책특권 제한 사유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절대적’이라 볼 수 있다.


■ 주요국 의회 의원의 면책특권

의원의 면책특권은 의회민주주의의 모국인 영국에서 유래되었고, 미국·독일·프랑스·일본 의회 의원도 면책특권을 가짐

▶ 영국 - 의원의 면책특권은 ‘헌법상 가장 중요한 절대적 특권’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심지어 의사진행 중 발언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쾌감을 유발하더라도 면책된다고 봄. 다만, 면책특권은 ‘의회 밖’에서 소추·심문받지 않을 권리이므로, ‘비의회적 언어’는 의회 내부의 징계 사유가 되며, 다수 의원이 이를 이유로 징계받은 바 있음

▶ 미국 - 연방대법원은 ‘심의·표결과 직접 관계된 의회 내 행위’만이 면책된다고 하면서, 명예훼손적 발언이라도 ‘회의 중 발언’은 면책될 수 있지만, 그 발언을 그대로 대외 출판하는 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봄. 의원이 직접 행했다면 면책되었을 행위를 보좌직원이 대신했을 때, ‘입법 활동과의 직접 관련성’을 감안해 그 보좌직원도 면책될 수 있다고 본 연방대법원 판례가 있음

▶ 독일 - 기본법 제46조제1항에 면책특권을 규정하면서, 단서에서 ‘중상적 모욕’은 면책되지 않음을 명시한 점이 특징적임. 의원의 중상모욕적 발언은 개별 사안별로 불체포특권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원내 자체 징계뿐 아니라 형사 책임까지 질 수 있음

▶ 프랑스 - 교섭단체에서의 발언·표결이나 본회의에서의 명예훼손 발언일지라도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비교적 폭넓게 면책특권이 적용된다고 평가됨

▶ 일본 - 최고재판소는 원내에서의 의견 표명으로 인정되는 ‘직무 부수행위’의 면책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직무와 무관하게 ‘굳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개별 국민의 명예나 신용을 훼손하는 행위’는 면책되지 않는다고 판시함


■ 면책특권을 둘러싼 쟁점

면책특권의 남용을 방지하려는 관점에서 ‘면책 대상의 범위’와 ‘면책의 한계’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

▶ 면책 범위: ‘직무 부수행위’ 관련

ㅇ 정치·사회적 환경의 복잡·다양성이 배가된 점이나 정보·통신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해 면책되는 직무 부수행위의 범위를 현대화·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음

• 예를 들어, ‘보도자료의 인쇄·배포’뿐 아니라 ‘인터넷 홈페이지 게재’까지도 면책 대상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제19대 국회에서 ‘정보통신망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행위’를 면책되는 ‘발언’에 포함하려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적 있음

• 다만, 면책되는 직무 부수행위의 예시를 법률에 규정하면 오히려 법원의 판단·해석 여지를 제한해 면책 대상 범위가 과도하게 좁아질 수 있는 점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임

▶ 면책 한계: ‘중상적 모욕’과 ‘국회 내 징계 책임’

ㅇ ‘중상모욕적 발언’이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발언’을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개헌안이 제시된 바 있음

• 다만, 헌법이 면책특권을 직접 구체적으로 제한하면 입법부의 독립·자주성이 훼손될 우려도 있으므로, 그 의의·효과·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음

• 또한 장기적 개헌 과제와는 별개로, 「국회법」은 회의 중 타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금지하면서 위반 시 징계 사유임을 명시하는바, 국회가 스스로 ‘국회 내 징계 책임’을 물어 적절히 제재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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