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낭만이 공존했던 올드 상하이, 과거와 현재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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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낭만이 공존했던 올드 상하이, 과거와 현재를 잇다
  • 이현건 기자
  • 승인 2023.09.0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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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의 도시, 올드 상하이 | 김양수 지음 | 동국대학교출판부 | 484쪽

 

독특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도시 ‘올드 상하이’. 강대국들의 세력 경쟁과 이데올로기의 전환이 극으로 치닫던 격변의 시기, 올드 상하이에는 치열한 삶과 고뇌, 자유와 낭만이 공존했다. 동시대에 '동양의 파리'로 불린 올드 상하이는 모던과 자유, 예술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혁명을 꿈꾸던 사상가와 자유를 갈망한 망명 지식인, 예술을 사랑한 문학인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이 책은 19세기 중반 이후 형성된 올드 상하이의 도시문화를 역사와 사상, 문화적 측면에서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격변의 시대, 올드 상하이가 품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영화, 소설 등 작품들에 기대어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를 통해 저자는 올드 상하이의 형성과정과 역사적, 시대적 배경들을 디테일하게 소개하는 한편,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 장소의 현재 모습을 짚어가면서 올드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있다.

올드 상하이의 시작은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후 상하이를 개항하면서부터다. 중국 도시 상하이에 영국과 프랑스 등 각국의 조계가 형성되면서 서양인들이 대거 유입됐고, 여러 국가의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하면서 서구화된 근대도시로의 면모를 갖췄다.

치외법권 지역으로 국가적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못했던 올드 상하이는 중국,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 사람이 모여 살았고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했지만, 그 어느 나라도 독점적으로 통치할 수 없었던 독특한 공간이었다. 당시 상하이는 별도의 시정운영 주체를 갖고 있었고, 독자적으로 치안을 유지했으며, 다양한 화폐들이 사용자의 편의에 따라 유통되던 곳이었다. 이러한 행정적 특성 덕에 상하이는 전 세계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사업가가 자유롭게 상업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각국 소수자들의 피난처이자 대안적 공간이었다. 

혁명을 꿈꾸던 사상가와 자유를 갈망한 망명 지식인, 예술을 사랑한 문학인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자유롭고 낭만적인 상상으로 충만했던 올드 상하이는 그야말로 모던과 자유, 예술의 상징적 공간이었으며, 이데올로기의 전환이 이뤄지는 사상적 공간이기도 했다. 피천득, 유진오와 루쉰, 버나드 쇼, 왕가위, 장아이링, 무라카미 하루키 등 손꼽히는 작가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영감의 원천이었고, 올드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문학과 영화들은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당대 일본과 중국 문화인을 연결하는 문화 살롱의 역할을 했던 홍커우의 우치야마 서점에 대한 서술이 특히 흥미롭다. 서점을 기반으로 한 우치야마 간조와 중국의 사상가인 루쉰의 인연고리를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 작가들의 관계와 작품세계, 이데올로기의 전환을 폭넓게 조명하는 가운데, 그 배경이 된 올드 상하이의 특성을 깊이 있게 짚어낸다. 

님 웨일즈와 아그네스 스메들리의 작품을 통해 올드 상하이에 관한 당대 미국 청년의 시각을 보여주는 한편, 왕가위, 가즈오 이시구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올드 상하이의 기억에서 영감을 얻은 20세기 후반의 작품들을 통해 후대의 시각도 함께 제공한다. 특히 왕가위의 ‘화양연화’, 장아이링의 소설 「색, 계」, 리안의 영화 ‘색/계’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인 만큼 관심을 모은다. 

올드 상하이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었던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수립된 곳이기도 하다. 저자는 김광주의 「상하이 시절 회상기」, 「장발노인」, 유진오의 「상해의 기억」, 심훈의 「동방의 애인」, 이광수의 「상하이 인상기」, 주요섭의 소설 「인력거꾼」과 「살인」 등을 통해 당시 프랑스 조계에 수립된 임시정부와 그 곳에서 활동했던 한인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눈에 비춰진 올드 상하이의 당시 모습을 소개한다. 특히 올드 상하이의 한인 커뮤니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통해 작가들의 인연 관계와 삶, 그 속에서 어떠한 사상적 변화를 드러내고 있는 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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